한국 2014 여행

[충주] 세월은 물 같이 흐르고 물도 세월 같이 흐르고..

정안군 2014. 4. 15. 17:51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세상의 모든 것은 나의 적이 된다.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이었는데 너무 멋있어서 두 아들에게 카톡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큰 아들 대답은 “저는 항상 자신 있죠”였고 작은 아들은 그저 묵묵부답.

그런데 오늘 이런 글을 보내 왔습니다.

If I have lost confidence in myself, I have the universe against me.

Ralph W. Emerson

이 멋진 글이 에머슨이 쓴 것이었네요.

아무튼 이래저래 아들들은 잘 두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 정하고 가는 남산 데이(DAY)입니다.


지난해에는 매일 가곤 했는데 너무 무리하면 소모품인 무릎 관절이 고장날까봐 걱정이 되어 두 번만 가기로 했네요.

내가 처음 충주에 왔을 때 그 넓던 남산 기슭은 사과밭과 복숭아밭이었습니다.

벚꽃이 피고 질 때쯤 되면 복숭아밭의 꽃들이 활짝 피곤했었는데, 복숭아꽃이 만개했을 때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색깔 곱기로 하면 복숭아꽃을 당할 만 한 게 있을까요?

뭉치면 벚꽃도 화사하고 굉장하지만 복숭아꽃은 한 그루 한 그루가 정말 예쁘지요.

오죽하면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사꽃 밑에서 결의를 했을까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가요?


오늘 남산을 오르다 보니 저번에 느꼈던 모든 꽃이 한꺼번에 핀 것 같은 느낌,

그게 그 느낌이 현실이더군요.

늦은 벚꽃, 복사꽃, 사과 꽃, 박태기 꽃에 수수꽃다리 그리고 현호색까지 아무튼 봄에 피는 꽃이란 꽃은 모두 피었네요.

이게 이래서 양봉하는 사람들이 힘들다고 했군요.

꽃들이 순서대로 차례 차례 피어야 차례로 꿀을 딸텐데 모두 한꺼번에 피었다 지면 꽃이 왕창 피었을 때는 벌이 모두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리고 꽃들이 모두 한꺼번에 지면 꿀을 딸 일이 없어지니.

봄날을 길이가 이제는 압축이 되어 그냥 모두 한꺼번에 진행이 되어 버리는군요.


아무튼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꽃길입니다.

아름다운 꽃길...



오르는 길은 샘골입니다.

당연히 샘이 있지요.

싱싱한 물이 철철 넘칩니다.

이 물은 한강이 시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일 긴 곳에서 시작되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기도 엄연히 한강의 발원지.

언제부터 이렇게 샘이 만들어졌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길수도 있고 더 짧을 수도 있지요.


아무튼 옛날 외적이 쳐들어오면 군관민이 모두 충주성으로 올라가서 농성을 했으니 물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긴 몇 번이나 군관민이 함께 올라가서 농성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개의 기록은 양반네와 벼슬아치는 어디론가 도망을 치고 백성들이 나서서 외적을 막았다는 기록이 있으니.


남산 정상부에는 큰 물웅덩이도 있습니다.

당연히 비상시에 대비하던 물웅덩이겠지요?




중턱에는 벌써 철쭉이 피었더군요.

이거 올해는 완전 알집으로 압축한 봄입니다.

벌써 철쭉이 다 피다니.





이제 남산입니다.

산 아래로는 티베트 고갯길 축소판 같은 진의실 고갯길이 보이는군요.

구불구불 얼마를 올라야 이 구불거리는 길이 다 할까 했던 그 티베트 고갯길 같기야 하겠냐만은 모습은 아주 흡사합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지요.


여기에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있습니다.

남산 위 그리고 소나무는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남산이 그 남산이 아닌 이유가 한계입니다. ㅋ







아래쪽은 모두 진 진달래가 정상 쪽에는 아직 한창이고요, 새잎들도 제 모습을 막 드러내기 시작했네요.

예전 같으면 여기 모습이 아래쪽 모습일텐데.


아무튼 앞으로 4년이란 세월도 요즘 봄날처럼 압축판으로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국가기관이 나서서 사기치고 그 대표가 낯짝 두껍게 버티고 있는 요즘 세태를 보면 얼마나 더 망가져야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되는 세월입니다.


어쨌든 영원한 것이 있나요?


세월이 물처럼 물이 세월처럼 흐르다 보면 언젠가 좋은 시절이 있겠지요?


쥐와 닭이 놀다가 흐려 놓은 자리는 다시 위쪽에서 맑은 물이 내려오면 모든 흔적은 말끔이 지워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세월이 아깝긴 하지요.

허나 세상에 공짜가 있던가요?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봄날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