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4 여행

[충주] 집 사람이 팔 고장으로 입원을 했습니다.

정안군 2014. 4. 7. 20:22

 

 

이번에 태국에서 한국에 온 이유는 피서 목적도 있지만, 집 문제와 집 사람 팔 치료가 더 컸습니다.

우리가 오자 마자 꽃샘 추위가 와서 여기는 좀 재미는 없었는데, 태국 치앙라이 지방은 요즘 선선해서 살기 괜찮았다네요.

괜히 배 아픈 거 있죠? ㅎ


아무튼 오늘은 집 사람이 미루어 두었던 팔 치료를 위해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어깨 관절 치료를 잘 한다는 병원을 수소문했는데,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병원이 잘 한다고 전해 듣고 그리고 간 것입니다.


이름이 아주 좋더군요.

뼈 마디가 쑤시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라는 뜻인지 '마디' 병원입니다.

우리가 태국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더니 이곳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태국 의사를 불러 오더군요.

치료 중이라서 긴 이야기는 못하고 '싸왓디 캅'만 했네요. ^^


아무튼 집사람과 나는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병원비에 대한 걱정은 일단 없습니다.

그런 것을 아는 병원측도 넉넉하게 또 꼼꼼하게(?) 진료를 하더군요.


그러니 이래 저래 병원비가 엄청납니다.


3박 4일 병원 입원 비용이 7백만원이 넘겠더라고요.

특진에 또 이것 저것 검사비에...


보험을 들었기 망정이지 보험을 안 들었더라면 정말 병원비 감당하게 힘들 뻔 했습니다.

저번에 내 수술을 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요즘은 왠만하면 특진이라는 명목으로 병원비가 엄청나게 추가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의료보험이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엄청난 돈이 추가 비용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바뀐 것이지요.

미국은 오바마가 의료 보험을 도입하려고 무지 노력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명목만 간신히 유지하는 의료 보험도 무력화시키려는 노력이 많잖아요.


그래도 좋다고 그것을 추진하는 당을 밀어주는 경제력도 없는 노인네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하긴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TT


사실 우리 집사람도 노인성 질환이라더군요.

의사 선생님 왈 어깨 근육 주변 뼈가 쓸데 없이 자라서 근육을 파열시켜서 통증을 유발시켰데요.


다행히 적절한 시기에 병원에 와서 큰 수술 없이 치료를 하게 되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만.


집사람 옆 침대에 누워있던 노인 한 분은 근육이 모두 끊어지고 몇 가닥이 안 남아서 수술을 해도 별 효과를 못 얻을 거라더군요.

이 노인분은 왜 이 때까지 병원에 못 왔겠습니까?


돈 때문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병원비가 오르면, 왠만한 사람들은 병원에 오기 힘들겠더라고요.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네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워낙 병원 치료비가 비싸지니...


우리나라도 대기업과 보험 회사에서 의료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국도 오마바 정권의 정책에 제일 많이 반대하는 곳이 보험 회사라지요?

돈 있는 사람은 사실 걱정이 없습니다.


부실한 의료 보험 혜택을 보느니 개인 돈을 쓰든지 아니면 보험 회사에 보험을 들어 의료비를 감당하면 병원도 좋고 보험 회사도 좋은 구조가 되거든요.


참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나요?


 

큰 아들은 우리와 함께 갔고, 간 김에 서울 사는 작은 아들을 불러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비싼 동네답게 점심 식사비도 엄청나더군요.


병원 근처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 짬뽕을 시켜 먹었습니다.

삼선 짬뽕이라는 건데 한 그릇에 13,000원이었습니다. 

네 그릇이니 52,000원입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더군요.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은 값보다는 질만 따진다고 하긴 하더만, 정말 우리 같은 시골에 사는 연금 생활자가 감당할 만한 금액이 아닙니다.

한국에 돌아 올 때 그곳 공항에서 만난 한 노인 분이 그러시더군요.


다른 나라 돌아 다녀 봐도 우리나라 같이 좋은 곳이 없어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정말 그럴까요?


경제력이 있으면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지..


물론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은 서울하고도 제일 잘 나간다는 동네라서 더 비싸겠지만요.

아무튼 엄청난 물가에 한국에서 살기가 점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모든 검사가 끝나고 집 사람이 입원실에 입실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욱한 연기에 이상한 냄새까지.


느낌이 이상해서 얼른 가스 렌지 있는 부억에 가보니 가스에서는 파란 불꽃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불 안나기 다행이더군요.

얼른 불을 끄고 그릇을 물로 식혀 보는데 이거야 원...


모든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보지만, 워낙 오랜 시간 찌든 냄새라서 잘 빠지지 않습니다.


고향 집에 가면 우리 어머니가 출입문에 가스불 꺼졌는지 다시 살펴 보자고 써 놓은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우리 집도 이젠 필요해 보이네요.


퇴행성 노인 질환에 건망증까지.

우리 집사람도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중입니다.


아무튼 '자나 깨나 불조심'입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