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2월 18일 금요일

정안군 2022. 2. 18. 09:29



지난 월요일.
늘 하던 대로 오전은 청소에 힘 쓰고 돌아 와서 오후에 창룡사에 산책 겸 물 떠오기 미션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아내의 급한 부름.
둥이 아빠가 컨디션 난조로 입원할 수도 있어 아이들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급히 서울로 향합니다.
가 보니 상황이 좀 심각합니다.
이런 저런 의논 끝에 언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호’를 우리가 데리고 오는 걸로 합니다.
이런 기회에 ‘호’에게 치어 기를 못 피는 ‘우’가 활력을 찾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었어요.
둥이는 태어나서 상태가 좋지 않았던 우가 병원에서 잠시 더 오래 머물 때 말고는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는데.
그런데 의외로 잘 떨어지고 오는 도중도 칭얼대지도 않더군요.
칭얼대기는 켜녕 바깥 세상 구경에 신이 난 듯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조금 멀미하는가 하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쉬니 다시 에너지가 보충되었는지 다시 신남 모드로.
집에 오니 전에 왔던 기억이 나나 봅니다.
고양이 담요를 보더니 얼른 안아 보고 또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팔을 벌리고 뱅뱅 도는 무용까지 보여 줍니다.
좀 떼도 쓰고 울기도 해야 지 부모는 마음은 아프지만 어딘가 흐뭇할 텐데 서운하거나 힘든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오자마자 TV 채널권은 호가 차지해서 나는 곁다리로.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외가집에 가면 TV 채널권을 뺏긴 장인 어른이 난감해 하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내가 그 모습 일지도..
우리 집은 뽀로로와 타요 합작인 뽀요 TV로.
한참 신나더니 지가 불을 끄고 자네요.
신기 신기.
다음 날은 내 계획은 없고 호에게 마춘 계획대로.
호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그리고 잘 싸고.
홍두께도 가서 캐나다 삼촌에게 보낼 사진도 찍고.

그리고 수요일.
수요일은 센터 교육이 있으니 꼭 데리고 오라는 호 엄마 말대로 다시 서울로.
아들은 여전히 상태 불량.

영 내켜하지 않는 며느리를 설득해서 호를 다시 데리고 옵니다.
이번에는 더 신나 하네요.
이번에는 씽씽이 보드를 가져 왔더니 그걸 타느냐 너무 신나 합니다.
다행이네요.
하필 날이 추워져 나가서 놀 수가 없었는데.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 하는 왕할머니(지 애비 외할머니)에게도 놀러 가면 좋으련만 집에만 가면 뒤집어져서 그건 포기하고 왕할머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오는 걸로.
처음에는 숨고 눈을 가리고 하며 낯을 심하게 가리더니 시간이 지나니 많이 누그러집니다.
그래도 안기는 정도까지는 절대로 안 가네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 생활은 없고 호 생활이 내 생활입니다.
돈까스 먹기도 내 생활이 됩니다.
난 돈까스 싫은데.
그냥 보는 데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코피가 나는 일이네요.
힘은 들지만 그래도 예쁘니 참을만 하다.
이게 소감입니다.

'돌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13일 수요일  (0) 2022.04.14
4월 6일 수요일  (0) 2022.04.07
2월 10일 수요일  (0) 2022.02.10
1월 26일 수요일  (0) 2022.01.27
1월 19일 수요일  (0) 20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