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4월 6일 수요일

정안군 2022. 4. 7. 13:22

봄날입니다.

화려한 그 봄날.

무채색이던 세상이 유채색으로 변하는 봄.

그 주인공은 역시 꽃들이네요.

 

벚꽃.

화려함의 최고봉.

소메이 요시노.

제주도 왕벚나무라고 애써 우겨 보아도 전국 각지에 피어 있는 벚나무는 일본산 소메이 요시노.

잎과 꽃이 거의 동시에 피는 산벚나무와는 좀 다르죠.

소메이 요시노가 예쁘기는 한데 전국 산천이 이걸로 물들어 꽃동네가 되는 건 좀 씁쓸한 감이 있어요.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왜색 잔재를 보면 더 그렇습니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꽃.

노란 개나리는 또 다른 봄의 전령인데 느낌은 벚꽃과는 많이 다릅니다.

벚꽃과 개나리의 공통점.

둘 다 나무는 쓸모가 없다는 것.

 

지난주는 코로나로 인해 귀한 휴식이 있어서 10일 만에 다시 서울로 갔습니다.

우리 둥이들은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은 졸업을 했고 다른 어린이집에 입학을 했어요.

어린이집도 나이 제한이 있어 계속 다닐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식물도 자리를 옮기면 몸살을 겪는다는데 우리 둥이들도 어린이집을 옮기면서 적응하느냐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런 탓인지 센터에 가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우'가 특이 행동을 보여 좀 마음이 아팠네요.

'호'도 아침에 어린이집에 선뜻 가려고 하지 않아 아빠에게 혼나곤 하나 봅니다.

이렇다고 해도 어린이집에 안 갈 수는 없고.

아이들 선생님에게는 영원한 '을' 입장이니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서 둥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할 듯해요.

 

센터에서 나와 주변 놀이터에서 봄을 함께 즐깁니다.

미끄럼틀은 '호'의 놀이터.

'우'는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올라가서 미끄럼 타는 것을 무서워하네요.

아무튼 둥이들이 모처럼 신이 났습니다.

큰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인데 함께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네요.

다들 어디 갔나?

그러고 보니 미끄럼틀이 퍽 예쁩니다.

내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 있던 거대한 콘크리트 제 미끄럼틀에 비하면 참 세월이 많이 변하긴 했어요.

그 미끄럼틀 아래는 창고로 쓰였죠.

돼지털이 들어 있던 매트도 있었고 기계체조 때 쓰는 여러 도구도 있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네는 둘 다 신나는 놀이.

아이들은 신나는데 옆에서 돌보는 나는 힘이 무척 듭니다.

이래서 노인네인가 봅니다.

 

미끄럼틀에 그려진 낙서들.

우리 어린 시절에 보던 낙서와 크게 내용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죠.

그 나이에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비슷할 테니.

 

메로나 후유증이 있는지 뭘 조금도 해도 쉽게 피로가 와서 어지간히 놀게 하고 집에 왔는데.

아이들이 코스를 빼먹었다고 안 들어 가려합니다.

할 수 없이 아이스크림으로 빈 코스 완수.

그러자 우는 피곤한지 바로 집에 들어가고 호는 안 들어 가려해서 한참을 밖에서 실랑이.

그런 경우 이제 노하우가 쌓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녁은 돌미나리 타임.

아들 부부를 생각해서 도롱뇽 알이 있던 들에서 직접 뜯어간 것인데 인기 짱이었습니다.

삼겹살과 함께 먹으니 너무 맛이 있다 해서 가지고 간 보람이 있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니 다음 주도 예약입니다.

 

센터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다 나와 삶의 궤적이 많이 닮은 분을 발견했네요.

나도 나라에서 보내 준 해외 연수 때문에 눈이 확 밝아져서 그 뒤 많이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분도 해외 연수 때문에 바람이 들어 일찍 명퇴를 하고 해외 체험에 나선 분이었어요.

나는 신체검사에서 떨어져 코이카 체험을 할 수 없었지만 그분은 그것도 하셨더군요.

이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인생에서 갈 길이 바뀌는 때가 있지요.

'발심한 늦깎이'

그분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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