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4월 13일 수요일

정안군 2022. 4. 14. 11:42

전날까지 내가 치앙라이에 사나 싶을 정도로 날이 덥고 후덥지근하더니 밤새 비가 오고는 본래 요즘 날씨로 돌아갔어요.

둥이 중 동생 격인 우가 열이 있어 어린이집에 못 간다 하여 일찍 집을 나섭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진 않아 큰 불편은 없었지만 좀 이른 시간이라 시간은 10여분 좀 더 걸렸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조금 내렸네요.

1959년이었는데 1909년으로.

가격표를 보면 이렇게 연도 생각이 나요.

도착해서 아이들과 잠시 놀았는데 엄마가 나간다고 하니 둘 다 난리가 났습니다.

밖에 나가자고.

그래서 언니 격인 호를 데리고 내가 먼저 나섰어요.

날이 쌀쌀하고 미끄럼틀이 젖어 있어 놀이터는 못 가겠고 어디를 가나 싶었는데 근처 동사무소 2층에 도서관이 보였어요.

얼시구나 잘 됐다 싶어 함께 가봅니다.

직원 말고는 사람이 없네요.

호가 신나서 책들을 둘러봅니다.

 

뭐가 좋을까?

실내만 들어오면 하던 버릇대로 겉옷과 양말은 벗어버리고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호라!

고양이가 나온 책이 있었네요.

둥이 둘 다 고양이 하면 끔뻑 죽는지라 고양이와 한참을 놉니다.

주인공이 하얀 고양이래요.

 

책도 보고 주변 아파트를 돌다가 집에 들어옵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주차장은 지하로 빼고 지상은 정원처럼 만들어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비록 남들이 사는 아파트지만 정원을 이용하는 거야 괜찮겠죠.

 

센터에 승용차로 갔는데 그만 주차 공간이 없어 아이들과 아내만 내려주고 나는 다시 돌아와 차를 놓고 걸어가서 합류를 했습니다.

교육 시간은 두 타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호는 둘 다 잘하는데 우는 나이 든 선생님 시간은 잘하는데 젊은 선생님과는 잘 안 하려고 하더군요.

지난주는 그냥 봐주었는데 선생님이 계속 그러면 안 된다 하여 우는 아이들 번쩍 안고 데리고 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또 40분.

좀 지친 모습으로 우가 나타났습니다.

아침에 감기약을 좀 먹은 지라 좀 몸이 이래저래 힘든가 봅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다른 때 같으면 집에 안 들어간다고 떼를 마구 썼을 텐데 웬일로 그냥 들어가네요.

호가 좀 머뭇거리기는 했는데 그냥 번쩍 들고 가니 별 거부 반응이 없었습니다.

날이 우중충해서 그랬나요?

 

 

오늘은 좀 편할까 했더니 그게 아니더이다.

오후는 추피 타임이었어요.

놀이터에 간 추피, 말을 타러 간 추피, 동생과 노는 추피.

얼마나 많이 보고 책을 성가시게 했는지 제대로 된 것이 별로 없어요.

그중에서 엄마가 골라준 옷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옷장을 다 뒤져 놓은 추피가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엄청나게 좋아하더니 자기들도 따라서 그렇게 합니다.

집에서도 호는 미술 수업 시간에 입는 겉옷을 항상 입고 우는 저렇게 팬티 기저귀만 하고 지냅니다.

 

늦지 않게 둥이 엄마가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둥이의 떼가 시작됩니다.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고.

둥이 아빠는 이번 주간이 고난 주간이라서 바쁘고 우리는 집에 돌아와야 하니 안 되고.

무엇보다도 밖의 날씨가 쌀쌀해 나가서 놀 환경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그건 생략을 했답니다.

 

이제 한 동안 돌봄 시간은 방학이네요.

다음 주에는 우리 부부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니.

 

오늘 아침.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의 야구 경기가 있어서 잠시 보는데.

와!

흔히 블게주라고 부르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홈런 세 개에 2루타 하나를 치더군요.

이 친구 아빠는 박찬호에게 한 회 만루 홈런 2개를 날려서 찬호박에게 한만두라는 별명을 붙여준 친구입니다.

역시 야구의 묘미는 홈런이네요.

 

화요일에 본 영화 글루미 선데이.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그 영화 속 고난 받는 유대인들이 입에 달고 산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맞습니다.

요즘 겪는 이상하고 괴상하고 웃픈 모든 일도 모두 지나가겠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우리 여행하는 동안 잘 지내거라.

사랑스럽고 예쁜 우리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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