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연수기

문화재담당국장과의 하루

정안군 2006. 7. 31. 11:01

<베를린 대성당 - 사암으로 지어져 중후한 맛을 준다.  매연으로 인해 때가 많이 탔다.   안에는 프러시아 왕국과 독일제국 황제를 배출한 호엔촐레른가의 석관들이 놓여져 있다>

 

오늘도 강행군이었다.   일단 구동베를린 운터덴린덴에 있는 독일역사박물관 보수 현장을 방문한다.   오늘은 특별히 베를린 문화재담당 국장이 나와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털 스웨터를 목에 걸고 나온 특색만큼이나 개성이 넘치는 사나이였다.   주머니에서 쌈지를 꺼내더니 종이에 말아서 담배를 만들더니 피운다.   그렇게 하면 담배 맛이 더 좋으냐고 누군가가 물으니 씽끗 웃으며 물론이란다.  수더분한 아저씨 차림으로 혼자 나와서 독일 역사박물관 이곳저곳을 같이 다니면서 설명도 하고 질문에 답을 하기도 하는데 독일이 수많은 공국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통일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고 또 우리나라처럼 역사가 긴 나라가 아니라서 독일 역사박물관의 내용은 다른 곳에 비해 좀 구경거리가 덜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수도의 시청 국장이 우리와 함께 다니면서 설명해주며 다니는 여유 그 자유로움이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 서울 시청 국장님은 아마도 바빠서 하고 싶어도 잘 안 될 것인데.  

 

다른 일정도 있었지만 일과가 끝나고 가보면 개관시간이 지나서 보지 못하곤 했던 페르가몬 박물관을 좀 보았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더니 국장도 쾌히 승낙한다.


그 유명한 박물관 섬 중에도 가장 유명한 페르가몬 박물관.


신약 성경 요한계시록의 7교회 중 하나가 버가모 교회인데 이 버가모가 실제 발음은 페르가몬이다.   페르가몬은 지금 터키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에 있던 고대 그리스 문명을 대표하는 페르가몬 신전 제단을 통째로 떼어다가 이곳에 옮겨 놓고 그 이름을 따서 페르가몬 박물관이라 한 것.


안의 모습은 다음 블로그가 잘 소개해 놓았다.

http://blog.naver.com/resttime/60022462132

 

페르가몬 박물관에는 또 다른 귀중품이 있는데 그것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고대 도시 바빌론의 정문 ‘이슈타르’문.   


이것도 벽돌로 되어있는 문을 발굴하면서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이것은 다음 블로그를 보면 잘 소개가 되어 있다.

http://blog.naver.com/resttime/60022462234

 

막강하던 터키제국이 쇠퇴해지면서 이 나라가 지배하던 땅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던 프랑스와 영국은 노골적으로 침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만 독일제국은 잘잘 구술어서 빼먹을 것을 빼먹자는 쪽이었단다.    엄청난 권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황제와 터키의 술탄은 그 뒤 죽이 착착 맞아 1차 세계대전 때 같이 나섰다가 패전.  


결국 터키 제국은 해체되는데 이 와중에 나라까지도 없어질 위기에서 터키의 영웅 케말 파샤는 영국과 프랑스군을 격파하면서 나라를 공화국으로 다시 세우는데 초대 대통령이 된 케말 파샤도 독일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언어 개편하면서 그동안 써오던 아랍어 알파벳을 대신하여 독일어 알파벳 형태를 빌려 터키어에 사용하게 하고 독일의 군사 편재를 따르는 등 독일 취향을 나타내었다.   자기를 좋아하는 독일이야 그런 터키가 싫을 리가 있겠는가?


2대 대전 후 독일은 이른바 3D 직종의 인력을 자기를 좋아하는 터키 쪽에서 들여오면서 베를린은 터키 외에 터키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베를린 여기저기에는 머리에 머플러를 쓴 터키 여자를 흔히 볼 수 있는데 터키인들이 가져온 케밥이란 음식은 베를린의 명물이기도 하다.


어쨌든 쇠약해지던 터키제국 술탄에게 선물을 같다 주며 일단 환심을 산 다음 유물 발굴을 해서 발굴된 유물을 베를린으로 옮겨 와 전시한 것.   그 당시 술탄은 이슬람교 수장이니  이슬람 유적도 아닌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그리스 문명 따위는 별 관심이 없었나 보다.   하기는 이곳저곳에 그런 유적지가 흔하니 그 정도야 했을지도.


하여튼 엄청나다.   늦게 시작한 독일도 이 정도니 미리 도둑질에 나선 영국이나 프랑스는 오죽 했겠나 하는 생각에 여러 모로 찹찹하다.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사이좋게 지내는 동상 근처에서 각자 점심을 해결하고 트람을 이용해 Marx-Engels allee라는 구 동베를린 거리까지 이동한다.   통일된 뒤 한참 흐른 세월이라서 공산주의의 흔적은 동상이나 거리 이름에만 남아 있다.


하긴 통독 전에도 서독은 공산당이 허용되어 있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레드 콤플렉스와는 차원이 다르긴 했고 사민당 정권은 많은 사회주의 체제를 많이 도입했으니 공산주의가 자랑하는 사회주의 체제는 자연스럽게 독일 정치 체제로 스며들었다.  


결국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이긴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에 사회주의 제도를 많이 흡수해 새로운 사회 민주주의 제도로 나아간 것.   이것이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도 가끔은 스웨덴 식이나 네덜란드 식에 눈을 돌리는 척 하다가도 결국은 우리나라의 실질적 지배자인 미국의 영향을 벗어나질 못하는데 요즘 사회 모든 면이 미국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우려가 된다.


돈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이야 당연히 돈 있으면 대접받는 미국식을 선호하겠지만 세금을 거의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세금이야기만 나오면 거부 반응을 보이는데 내는 세금보다 받는 혜택이 많음에도 거의 히스테리 반응이다.   


하여간 착각은 자유라 했던가.   역시 내공이 부족하면 귀가 얇아지게 되어 있는 법.  

별 수 없다.   그런 사람은 그렇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동베를린 시절 사회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연립 형태의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주민들이 살게 한 것이야 좋은 것이지만 그야말로 전시 행정이 표본이란다.   Bauhau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데 바우하우스란 하우스(집) 바우(짓기)에서 나온 말로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건들을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하는 방법을 실용화한 것이란다.  


나치 시절에는 공산주의 방식이라고 배척을 받았는데 그런 개념들은 역시 역사가 짧고 실용적인 미국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단다.

공산주의 방식이면 동독에서는 환영받을 법도 한데 그것도 아니었던 듯.   통독 후 바우하우스 교육은 겨우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지.


이 아파트는 부실 공사로 행해져서 외부 보강을 한 다음 내부는 완전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고쳐 쓰는 독일인의 검약이 이런 면에도 잘 나타나 있다.


힘들게 강의해준 국장을 위해 간단한 음료를 대접했는데 당연히 국장 것만 우리 공동의 경비 지출이고 나머지는 각자 부담이다.   그 놈의 낮술 맥주를 먹기 싫어서 물을 시켰는데 한 잔이 무려 5,000원이다.   정말 물보다 맥주같이 싼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낮에 맥주를 시켜 먹으면 이 맥주의 도수가 꽤 높아 날도 더운데 취기가 올라오면 그 느낌이 상당히 좋질 않았다.


물도 탄산가스가 들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보통은 탄산가스가 들어 있는 것을 주니 이것이 싫은 사람은 꼭 가스가 없는 것을 달라고 해야 한다.


탄산가스가 들어가 있는 것을 처음 마실 때에는 느낌이 좋질 않았으나 계속 마시니 나중에는 그것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해서 요즈음은 별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


저녁은 한국식당 호돌이에서 먹는다고.   아마도 저번 주말여행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돼지고기 주물럭을 먹는데 기계과 팀은 거의 걸신들린 모습이다.   음식 문제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고.   역시 외국 체류가 장기화되면 음식 문제도 상당히 중요할 듯.


서빙하는 아가씨가 한국 아가씨인가 했더니 몽골 출신이란다.   우리 모습과 거의 비슷하게 생겨서 잘 구별할 수가 없는데 이곳도 임금이 싼 지역 출신이 와 있나보다.


zoo 역 안내소에 가서 스위스 베른 왕복표를 예매한다.   CityNightLine이라는 야간 기차가 베를린을 출발하여 스위스 취리히까지 가는 것인데 도중 기차를 갈아타면 베른까지 갈 수가 있다.


역시 이곳도 상담자 앞에 노란 줄이 그어져 있어 순서대로 가서 상담할 수가 있는데 뒤에서 서있는 사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이니 개인 비밀을 보호하는 노력이 상당하다.


베를린 역 구내에 있는 베른 행 기차시간표를 가지고 우리가 희망하는 일정에 기표를 해서 보여 주고는 침대칸이고 말했더니 알아듣기 힘든 말로 뭐라 하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더니 베를린에서 베른까지 왕복표를 준다.   3명분 표를 산 것 뿐인데 뭔가 큰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모두해서 36만원 정도이니 한번 가는데 6만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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