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연수기

수도 박물관

정안군 2006. 8. 5. 11:05

이제 이곳 독일 생활도 마무리에 들어간다.   이번주 금요일날 오후 비행기로 베를린을 떠나니까 만 이틀 정도 남아 있는 셈.


워낙 몸 안에 있던 진액이 다 빠져나간 탓인지 얼른 돌아가고 싶다.   역시 집이 좋은 것이여.


오늘 방문 예정지는 수도 박물관인데 옛날 상수도에 사용될 물을 퍼 올리던 곳을 박물관으로 기능을 변경한 곳이란다.


우리도 이런 면을 본받으면 안 될까?   시청을 옮기면서 구 시청을 박물관으로 한다든지 뭔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면 여유 공간도 생기고, 입장료도 받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급료로 주면 직업도 창출이 되고.


안내를 해줄 분이 이곳 학예사인데 약속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서 우선 자연사 박물관을 먼저 가보기로 한다.


자연사 박물관.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모르겠다.   세계 어느 나라나 자연사 박물관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역시 모든 자연사 박물관의 주빈은 공룡이다.   아이들과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볼 때 우리 애들이 공룡이 나올 때마다 저것은 무엇이다 하며 엄청나게 흥분했었는데.


큰 놈은 유난히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 모형이 집에 가득했었다.   큰 놈이 점점 커가면서 관심에서 멀어지니 그 공룡들도 삐졌는지 집을 나가버려 지금은 두 마리만 외롭게 집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이 자동차 모형이란 모형은 모두 사달라고 해서 온 집안에 자동차 차고를 만들어서 우리애만 유별난 줄 알았더니 다른 집 애들도 마찬가지라고..


그 다음은 로봇,   아마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흥미를 보이는 것도 순서가 있나보다.


이제는 다들 커서 제 일에 더 관심이 많은 놈들.


뼈다귀만 남아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놈을 보니 이 놈들이 없었더라면 무엇으로 자연사 박물관을 채웠을까 하는 생각이. ㅎㅎ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수도 박물관은 그야말로 고색창연하다.   1893년에 양수 작업을 시작했다하니 꽤 오래되기도 했지만 벽에 붙은 담쟁이덩굴이 한 몫을 더한다.


우리를 안내해 주신 분은 70세가 넘은 박사님.  허리가 구부정하신 분인데 직접 열쇠 뭉치를 들고 보통 개방되지 않는 곳까지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정말 전문가다운 모습이 철철 넘친다.


권위는 폼 잡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낼 때 남이 인정하는 것임을 새삼스레 느낀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 넓은 건물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는데 이미 그 할 일을 멈춘 시설도 엄청나지만 다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들 지친 모습이 영역하다.   총무가 통역 전 선생에게 건의를 해서 박사님이 계획하고 있는 일정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뭐 중요한 것은 다 보았으니 이제 그만 보아도 된단다.   시원시원하다.


오후는 각자 자유 시간.


저번 프라하 갈 때 신세진 박 선생님 자형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박 선생님과 함께 그 집을 방문하기로 한다.


집에 가서 물건을 사고 싶다 했더니 우리를 회원제 대형 마트인 ALDI에 데려다 주는데 분위기가 까르프와 같은 분위기이다.  그야말로 창고형 매장.   우리나라와는 정서가 맞지 않아 실패하고 만 창고형 매장 방식인데 이곳은 실속을 더 따지는 독일 사람이라서 이런 형태가 잘 맞나 보다.


박 선생님 누님에게 김밥에 대한 선물로 흰 장미 한 다발을 산다.   워낙 천사 같으셔서 흰 장미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오늘 저녁은 내가 사기로 한다.   한참을 상의하더니 저번에 갔던 통닭집으로 하잖다.    난 통닭 말고 다른 것을 먹고 싶었는데..


사실 독일 음식은 맛이 없다.   그 동안 여러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대개가 감자 으깬 것과 돼지 고기가 나왔다.   그런데 감자는 아주 차고 고기는 뜨거워 맛 감별사가 아니더라도 독일 음식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사실 그렇단다.   그래서 분위기를 내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점 또는 일본 음식점이 가고 좀 대중적인 경우가 중국 음식점이란다.


한국 음식점은 한국 교민들이 모임이나 있을 때 가는 정도라나?


벤츠 승용차로 숙소에 돌아온다.   매일 다니던 길이라던데 지하철로 다녀서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처음 가는 길 같았다.


모두 모여 자형이 사준 연어 회를 안주삼아 맥주 파티를 벌이는데 다들 이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마음도 정리하나 보다.


사실 좁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좋지 않은 감정도 생겨나곤 했지만 그런 것을 우리나라까지 가지고 갈 일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