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하루 사이에 확 바뀌었습니다.
어제는 연무(煙霧) 현상인지 아님 박무(薄霧) 즉 엷은 안개인지 공기가 뿌옇게 보여서 시계가 좋지 않고 가끔씩 돌풍도 불곤 했는데, 오늘은 날이 화창합니다.
이 동네는 황사 진원지가 가깝고, 5월 중순까지는 바람이 많이 불어 생활하기 그다지 편한 곳은 아니라던데 하순인 지금도 아직 그런 영향이 많이 있나 봅니다.
아무튼 이 동네에서 요즘에 화창하다는 것은 덥다는 것과 같은 말이더군요.
어제는 서늘할 정도였는데, 오늘은 무지 더웠습니다.
어제도 어김없이 모기에게 몸을 내준 밤을 보냈습니다.
도대체 모기가 어디서 들어올까 궁금했는데, 아마도 방 청소할 때 문을 열어 놓고 하는데 그때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아침에 모기 몇 마리 사냥하느냐 실갱이를 하니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더군요.
신경질이 나서 확 호텔을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그냥 있기로 합니다.
그놈의 여권 등록이 되느니 안 되느니 실랑이를 또 할 것 같았거든요.
오늘은 은천 시내 명소를 찾아다니기로 했습니다.
동선을 짜보니 우선 제일 먼 해보탑이 당첨입니다.
바이두에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있는 호텔에서 많이 걷지 않고 시내버스 한 방에 갈 수 있네요.
오늘 탄 시내버스의 기사도 여성입니다.
거의 모든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여성일 정도로 이 동네는 맹렬 여성이 많더군요.
해보탑(海寶塔)은 해보공원 안에 해보탑사가 있는데 이 절 안에 있는 탑입니다.
해보라는 이름이 계속 겹치지요?
해보공원은 북탑호(北塔湖)와 마치 요철(凹凸)처럼 사이좋게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북탑호는 오목할 요(凹)이고 해보공원은 볼록할 철(凸)인 셈이지요.
아마도 해보탑이 은천 시가지에서 북쪽에 위치해 북탑(北塔)이라고 불렸고 그 옆의 호수는 자연히 북탑호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중국 도시에서 부러운 것이 넓은 공원인데, 여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공원 정문은 문이 없는 것이 24시간 언제나 개방하는 듯 하지요?
입구에는 한 할아버지가 열심히 팽이를 치고 계셨어요.
우리나라 노인들은 중국 노인들에 비해 놀이 문화는 상당히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내지요?
혹시 매일 노인정에서 종편을 보고 정치 감각을 가다듬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가다듬은 정치 감각으로 이번 대선에서 큰일을 해내셨지요?
팔푼이도 못 되는 칠푼이를 푸른 집 주인으로 만드는데 기여를 하셨으니.
노인들이 젊은이의 앞길을 막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웬만한 일은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이렇게 팽이나 치시든지, 아님 하다못해 10원짜리 고스톱이나 치시면서 정치 쪽으로는 관심을 꺼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만.
공원 안내판이 이채롭습니다.
미지의 이자성 행궁 한쪽에 전시된 종이 오리기 공예의 영향이 이곳도 있나요?
그런 풍의 안내판이 뭔가 색다르게 다가오지요?
자, 이제 공원과 탑 구경을 한번 해 보실까요?
그런데 텅빈 광장을 한참 걸어서 가야 했어요.
오전이지만, 햇살이 강렬해서 꽤 뜨겁더군요.
멀리 탑이 보입니다.
공짜인가 했더니 입장료가 있네요.
10원입니다.
20원만 했어도 안 들어가고 말라고 했는데, 10원 정도면 그냥 들어가 볼만 하겠지요?
아무튼 일단 들어가 보니 어라 느낌이 괜찮네요.
그냥 덜렁 탑만 하나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중국 인민정부 부주석이던 동필무가 심은 회백(檜柏)이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경내는 다른 중국 절에서 보이는 무지막지한 인간들과 향냄새 이런 것이 없는 고요한 분위기였습니다.
이 동네가 이슬람 중심지라서 아무래도 불교 세가 약한 것일까요?
하긴 중국 사람들이 절을 좋아하는 것은 불교에 심취해서라기보다는 복(福) 받으려고 하는 것인데, 여기라고 그런 사람들이 없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인구 밀도가 다른 동네보다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닌 가 싶었어요.
일주문 역할을 하는 건물을 지나면, 대웅보전이 나옵니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곳이지요.
건물 너머 해보탑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해보탑은 좀 비뚤어진 것 같지요?
마치 피사의 탑처럼요.
이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인지 아님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 대웅보전을 돌아 뒤로 가니 어렵쇼.
건물 뒤쪽은 관음전입니다.
이거 참.
땅 넓고 통 큰 중국인들에게 별난 건물이 나타났군요.
앞쪽은 대웅보전으로 쓰고 뒤쪽은 관음전으로 쓰다니요.
앞에도 불전을 넣는 함이 있고 뒤쪽도 있으니 일석이조 효과일까요?
이제 해보탑이 제대로 보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탑의 모습이 참 예쁘죠?
입장료가 20원 이상이었으면 안 들어오려고 했었는데, 안 들어 왔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하긴 안 들어 왔으면 이런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줄 몰랐을 테니 후회할리도 없나요?
10원 가치는 충분히 되고 아마도 중국 동부나 중부 쪽에 있었더라면 더 받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계단을 올라가 봅니다.
탑안으로 계단이 있어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겠지만 문은 잠겨 있습니다.
일단 오르면 그 높이를 따라 뒤쪽으로 여러 건물들이 있더군요.
옥불전이 나옵니다.
옥불전이야 당연히 옥으로 만든 부처님이 계시겠지요?
그렇군요.
옥이 많이 나오는 신장이 가까우니 그쪽에서 나온 옥으로 만든 부처님일까요?
다음은 와불전이 있습니다.
누워계시는 부처님.
어째 미얀마 절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미얀마 절이 이런 스타일이거든요.
이 와불전이 탑을 따라 이어지는 건물의 끝입니다.
아래쪽은 절 뒷문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제 다시 온 길을 따라서 절 입구로 돌아오는데, 천천히 둘러보니 탑에 걸린 풍경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절에 가면 들리는 풍경 소리를 참 좋아하거든요.
어딘가에 집을 짓는다면 이 풍경을 모퉁이에 달아 놓고 싶을 정도이지요.
이 해보탑사는 중국에서 본 절 가운데에 가장 마음에 드네요.
일단 사람이 없어서 좋고 안팎의 단아함이 우리나라 절 분위기를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산사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죠.
절을 나와 호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해보 공원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웬만한 호수는 바다 해(海)로 표기하는 중국이지만, 바다를 느낄 정도의 크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사막 한 가운데 이런 호수가 있다니 대단하지요?
보라색 아카시아 꽃 그리고 갈대 너머 해보탑.
이런 넓은 공원을 가지고 있는 은천.
참 부럽죠?
공원 입구에는 문화원 건물이 있는데, 그 근처에는 팀으로 모여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이런 여유는 참 부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부러운 것만 잔뜩 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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