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추석.
여기 저기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는 날인데.
멀리 떨어져 사는 몸이라 명절은 남 이야기입니다.
찾아 가지 못하는 아들을 대신해 아들의 아들들이 울 엄마를 찾아 갔다네요.
아들은 효자가 아닌데, 그 아들의 아들들은 참 효자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들을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실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큰 아들이 울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 머리 맡에 있는 사진을 찍어 보냈네요.
나도 처음 보는 사진입니다.
하지만 등장 인물은 다섯인데 딱 봐도 그 중 한 명이 울 엄마라는 걸 알아 보겠더라고요.
나를 무척 닮은 사람이 있으니.
아니 내 어릴 적 모습을 하고 있어서 내 사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5초 정도 들었습니다.
나를 무척 많이 닮은 울 엄마. ㅎ
사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았죠.
사진을 보니 서울로 유학가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엄마 셋째 언니가 내려 왔을 때 그 아래로 동기들이 모두 함께 사진을 찍은 듯 합니다.
위로 두 언니들은 이미 시집을 간 시점인가 봐요.
사진에는 딸만 줄줄이 낳다가 모처럼 얻은 큰 아들 그러니까 엄마의 하나 밖에 없는 오빠의 모습이 담겨 있네요.
그 잘난 아들은 결혼한 직후 육이오 때 미군 폭격으로 돌아가셨고 단지 유복자만 남겼습니다.
그 바람에 외할아버지도 화병으로 돌아 가셔서 집안이 많이 흔들렸답니다.
그리고는 울 엄마 한 살 위 언니, 또 막내 남동생이 있네요.
엄마 형제는 딸 다섯에 아들이 넷이었습니다.
이 중 현재 살아 계신 분은 울 엄마 포함해서 세 명이군요.
모두 사진에 담겼습니다.
호.
아니군요.
그러고 보니 숫자가 안 맞네요.
아들 둘이 없군요.
이땐 아직 태어나기 전인가?
그건 분명히 아닌데.
분명히 울 엄마 밑으로 남동생이 셋인데, 둘은 어디 갔죠?
사진에 담긴 남자 하나는 분명히 오빠이고 또 하나는 동생이 일텐데, 그렇다면 사진에 나온 외삼촌은 세 명 가운데 누굴꼬.
울 엄마 만나면 물어 봐야 되겠네요.
그건 그렇고 사진 인물들이 제법 부잣집 자식 티가 나나요?
사실 외가가 그 당시 방앗간을 해서 꽤 알아 주는 부자였답니다.
지금은요?
흔히 전하는 말대로 누군가가 말아 드셨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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