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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르] 잡동사니

정안군 2022. 6. 5. 02:57

어디에 등장하기에는 숫자가 얼마 안 되어 잠자고 계셨던 사진들을 방출한다.

 

교회 갈 때 보이는 풍경.

어마 무시한 경사 계단만 보아도 오금이 저리다.

처음에 지도를 잘 못 보아 저 계단을 올랐었다.

다행히 유명 관광지 아산쇼르(오래 된 엘리베이터)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그걸 타고 내려왔다.

터키가 왜 축구를 잘하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이런 경사를 오르내리면 다리가 튼튼해지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런데 전 국토가 거의 산비탈에 경사인 네팔은 왜 축구를 못하지?

 

교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유대 시나고그.

다윗의 별이 뚜렷한데 지금은 기능을 멈춘 듯하다.

이슬람 세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던 집단이 나라 잃은 유대인들이었는데 지금 하는 짓을 보면 선을 악으로 갚는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시집살이 되게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똑 같이 한다던가.

 

일요일 오후.

알산작 역 근처에 있는 축구장에서 시합이 있었던 모양.

응원하던 팀이 경기에 이겼는지 그 흥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냥 동네 축구팀인지 이름이 아주 낯설다.

보드룸 스포르라.

자료를 찾아 보니 보드룸 스포르가 TTF 2 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하고 우승한 날이었다.

 

요즘은 체리 시즌이다.

아직은 철 이른 놈들만 등장해서 제 맛이 안 나서 그렇다는데 내게는 그저 앵두 맛.

1 Kg에 40리라.

우리나라는 미국산 수입품이 500g에 만원이라더라.

여기서 만원 어치면 가게 하나 다 털을 수가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아내는 날마다 체리 먹는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걸 볼 때마다 우리 둥이들 생각이 절로 난다.

터키에는 우리 둥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왜 그리 많을꼬?

 

매장 미그로스에서 만난 초르바.

까막눈이라서 뭐가 들어갔다고 표시한 글들은 그저 우주에서 온 기호들이다.

바깥에 나갔을 때 먹을 것이 없으면 주문하는 초르바.

그러니 일부러 봉지채 사서 집에서 먹을 일은 없다.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코낙 광장.

시계와 모스크가 유명한 곳이다.

얼마나 유명한지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것이 넘치니 그걸 보시고.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넘쳐났다.

시장 구경도 하고 좀 돌아다녔더니 덥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치어서 얼른 우리의 안식처 istinyePark 안에 있는 별다방으로 피신을 했다.

저녁은 지하에 있는 소고기 케밥으로.

냄새도 없고 단순하지만 너무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먹으면서 계속 우리 둥이 생각만 했다.

얇은 빵에 고기를 싸서 주면 얼마나 잘 받아먹을까 싶은.

언제 데리고 와서 이런 것 원 없이 사주자고 하지만 글쎄 그게 언제가 될까?

 

돼지고기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나라라고 했더니 있기는 있었다.

베이컨이나 포크라는 글자가 왜 그리 반갑던지.

하지만 구경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만났다는 것은 그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 물가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

그래도 만남이 너무 반가워 하나를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모셔 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구웠는데.

맛이 어땠을까나.

분명히 포크로 된 베이컨이었는데 아무 맛이 없었다.

돼지고기가 맞긴 한 건지.

이 동네서 돼지고기 맛보기 힘들다더니 정말 그랬다.

사서 먹어 봐도 제 맛 느끼기에는 힘든 나라.

 돼지고기 없는 터키는 계속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