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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르] 잘 먹고 삽니다

정안군 2022. 6. 7. 03:43

여기서 귀한 손님(?) 자격으로 다니는 한인교회 사모님이 우리가 불쌍하다고 저녁 초대도 해 주시고 이렇게 총각김치도 주셨다.

한국에서도 총각김치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템인데 이 투르키에서야.

맛은 10점 만점에 9.999.

왜 만점이 아닌가 하면 인간의 작품이니까.

신들의 나라에 와서 겸손해졌다.

 

아무튼 총각김치에 감자찌개라.

이런 조합은 삼식이들은 한국에서는 감히 받지 못하는 밥상이다.

 

참 터키 정부는 자신의 국명을 터키에서 투르키에로 바꿔 달라고 청원을 했고 승인이 나서 이제는 터키가 아니라 투르키에(Turkiye)가 되었다.

물론 전부터 국내에서는 자신을 투르키에로 부르고 있었고.

나도 이 뜻에 적극 호응하는지라 앞으로는 투르키에로 부르고 쓰겠다.

 

배를 타고 다시 트램을 타고 가는 Hilltown 몰에는 이런 카르프 매장이 있다.

여기는 장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게 뭘까나.

 

그전에 신기한 일.

카르프 매장 한 귀퉁이에 있는 별다방.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매장이 아닐까 싶은.

테이블은 단 2개.

물론 몰 다른 곳에 대형 별다방도 있다.

 

카르프의 장점 중 하나 고등어를 판다는 점.

아마 노르웨이 산일 텐데 다만 가격은 싸지 않다.

하지만 이게 어딘가?

 

두 번째.

이게 아주 중요하다.

 

우리 아들들이 좋아하는 남의 살.

구주 무 다나 무?

양고기여 소고기여?

내가 최초로 익힌 터키어이다.

이건 다나 소고기.

 

이건 쿠주 양고기.

이걸 사서 집으로 와도 좋고 또 다른 수단도 있으니 기대하시라.

 

여기는 수산물 코너.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는 곳이다.

이슬람 특성상 비늘 없는 어류는 여기에 입장하지 못한다.

오징어 꼴뚜기 문어 등등.

 

치푸라.

우리말로 도미 종류가 되겠다.

횟집에 가면 항상 시가로 표시되는 귀하신 몸들.

제법 큰 도미가 한 마리 50리라 정도.

 

숭어도 있다.

도미보다는 급이 떨어져도 맛은 괜찮다고 소문이 난 분들.

 

자 어류든 육류든 매장에서 사면 바로 옆에 이걸 구워 주는 곳이 있다.

우리는 오늘 도미로 간다.

생선을 주문을 하면 대충 손질을 하고 가격표를 붙여 넘겨주는데 이걸 바로 옆 구이집으로 옮겨 주면 끝.

물론 구이집에서는 계산이 먼저다.

각종 샐러드라든지 음식들을 부가해서 계산할 수 있으니 미리 무엇이 먹음직한지 보아 두면 좋다.

 

넘겨준 도미는 조금 기다리면 이런 모습으로 변신하여 등장한다.

적당히 소금과 후추를 치면 완성인데 이걸 밥과 함께 먹으면 좋으련만 밥이 우리나라 밥이 아니니 그건 좀 어렵다.

내 평생 도미구이는 처음 먹어 본다.

먹으면서 생각나는 건 역시 우리 둥이들.

투르키에는 왜 그리 우리 둥이들이 좋아하는 게 많은 거야.

체리, 치즈, 소고기 케밥, 닭고기에 오늘 도미 추가.

언제 데리고 와서 매일 이걸 사주고 싶다만 내 소속이 아니니 일단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괜히 더 시켰던 병아리콩 수프.

맛은 괜찮은데 너무 양이 많았다.

 

이렇게 두 종류를 100리라에 먹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도미와 샐러드 소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건 생생정보.

샐러드 소를 주문하면 작은 그릇을 하나 주는데 그걸로 몇 번을 퍼서 먹어도 된다.

 

물론 소고기나 양고기도 사서 주면 구워 주는데 아내는 다음 먹을거리로 티본스테이크를 예약하셨다.

먹고사는 일에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되는 걸 보니 떠날 날이 가까워진다는 증거인데 정말이지 한국에 가지 싫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던데 이렇게 싸고 좋은 나라를 두고 가야 한다니 괜히 화가 난다.

거기에 꼴 보기 싫은 놈들이 있어서 더 가기 싫다,

아직 마음 수련이 부족한 가 보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미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 두지 말라고 하셨다.

미운 놈은 만날까 봐 두렵고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고통이라고 하셨는데.

아무튼 그놈 낯짝 볼 날이 자꾸 줄어들긴 하니 좋은 일이긴 하다만 내 청춘도 함께 가니 그게 문제는 문제다.

아무튼 투르키에 만세다.

할 수만 있으면 매년 3개월씩 여기서 살고 싶다.

아들들아,  그거 해 줄 수 있지?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지.

많아야 50년이겠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