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인도네시아 태국여행기/인도네시아 자바 2003 여행

보고르(BOGOR)로

정안군 2005. 5. 10. 09:53


<호텔 뒤 화산 - 잘 안보이네...TT   화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1 월 20 일(월)

보로브드르를 안 간 덕에 떠나려니 영 미련이 지워지질 않는다...솔직히 솔로보다는 정이 안가는 곳이지만..

 

10 시 10 분발인데 어김없이 지연 출발한다.... 자카르타에서 시레본으로 갈 때에는 반팔, 반바지를 입었었는데  에어콘이 너무 세어 추웠던 기억에 이번에는 긴바지, 긴팔을 입고 나섰는데 영 에어콘이 신통칠 않다... 빵도 주고 의자도 우리 나라 우등고속 정도는 되는 탓에 텅텅빈 기차에서 느긋하게 가는데 Purbolinggro라는 곳에 이르니 완전 만석이 된다... 에어콘이 시원찮은데 사람이 많으니 덥다 더워... 중국계인듯한 옆 아줌마는 핸드폰 자랑을 하는지 계속 삐리릭거리는데 아직 핸드폰 보급율이 떨어지는 이곳은 그것이 무척이나 폼잡는 일인가보다...

 

배가 임신 8 개월 정도되는 할아버지는 그 배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도 먹는다... 그 옆은 시끌 시끌한 손자 손녀들 땜에 유쾌한 여행의 기분이 줄어든다... 한참을 달리고 달린다... 여행 초기에 들렸던 시레본을 지나니 복선 공사를 하고 있는듯 공사 현장이 계속 이어진다... 아직도 기차는 단선이어서 대피하기 위하여 머무는 시간이 많아 그것이 연착의 이유가 되는 듯하다.

지루하고 더운 여행끝에 도착한 자카르타... 두번째라서 처음과는 다르다.. 처음에는 어디가 어딘지 눈에도 안들어 오는 것이 조금씩 정리가 된다... 보고르 기차표는 에어콘 기차가 8000 Rp이다.   좌석 번호가 있어서 기차역의 인파에도 걱정은 되질 않는다... 2 번 플랫홈에서 서 있다가 혹시나 하고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3 번 홈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Ekspes 라는 글씨가 없다... 3 번이 Ekspes 기차를 타는 곳인 것 같다...

 

역시 지연된 탓에 조금 늦게 도착한 기차를 타고 보니 우리 나라 전철 스타일이다... 자리로 옆으로 되어 있는데 한 자리를 8 명이 나누어 앉게 되어있다... 빈자리가 없어서 영어로 두리번 거리며 찾으니 옆사람들이 얼른 알려준다... 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은 얼른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

에어콘도 빵빵하고 꽤 신나게 달린다... 그러나 보고르에 가면 갈수록 어두워져서 걱정이 된다... 보고르는 그 흔한 뻬짝도 없고 택시도 없다는데 2 Km가 좀 더 되어 보이는 호텔까지 걸어갈 일이 아득하다...

 

한 시간 걸려 보고르 역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앉아있던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일본사람 ?" "한국사람""어데 가는데 ?" "Mirah 호텔까지" "나 차있는데 데려다 줄까 ?" "물론 고맙지" 주차장까지 가니 한 남자가 혼다 시빅 옆에 서 있다가 문을 얼른 열어준다... "내 운전 기사야"  부자인가 보다.... "사업가냐 ?" "나 ? 공무원이다" "엥 공무원... "   공무원이 어떻게 기사를 두고 사나 ?   하여튼 기사를 두고 사는 공무원이다... 자카르타 외무부에 출장을 같다가 돌아 온단다... 그러니까 출장갈 때는 기차역까지 기사가 데려다 주고 기사는 그 차로 일단 집에 갔다가 사간 맞추어 다시 역으로 나오는 것이란다.... 어쨋든 이 공무원의 호의로 편하게 호텔까지 올 수 있었다...

 

길이 어두워서 걸어서 찾았더라면 꽤 힘들뻔 했다... 이 공무원은 자기도 한국에 두차례 갔다 왔단다... 현대 자동차도 가보았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차가 현대 차라고 하니 자기는 혼다라고 강조한다... 그래 너 좋겠다... "인도네시아에서 나쁜 기억이 없느냐" "없다... 아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고맙다" "내가 고맙지"  

 

도착한 Mirah 호텔은 삐까 번적했다.. 그동안도 꽤 괜찮은 호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우리나라 특급 호텔 수준정도로 보였다... 가격이 꽤 비싸겠는데 "스탠다드 룸 얼마 ?" "아침 식사와 세금 포함 186340 Rp"  "OK"  땅콩 모양으로 만든 수영장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호텔 보이를 따라 표준방으로 가니 삐까 번적한 건물을 지나 옛날 호텔건물이었던 뒤로 돌아가는데 거기는 그저 그런 수준... 론리에 나오는 데로 그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다... 앞 건물 삐까, 뒷 건물 그저그렇다...  방도 그저 그랬다... 웃음이 나오지만 싸니 만족은 된다...

 

그나저나 밥을 먹어야 될텐데 론리의 지도에서 나오는 식당은 거리가 꽤 된다... 밤거리가 어두워 걱정이 되지만 슬슬 걸어 나오니 바로 건너편에 애플 파이집이 있다... 그것이라도 먹자...들어가니 애플 파이말고 애플 볶음밥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 이것이 별라면 돌아가 이 요리로 돈 좀 벌어볼까 하고 시켜보았다(21000 Rp)  먹으면서 아들에게 물어본다.   "맛이 어떠니 ?"  "사과가 없었더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은데요.."  나도 같은 생각이다... 사과 볶음밥이 아니고 그냥 볶음밥이 나을 뻔했다... 이것으로 돈 벌기는 틀렸구먼... 긴 여행끝이라 너무 힘이 든다... 그러나 자카르타에 머물지 않고 이곳으로 온 것은 너무 잘 할 것 같다...

 

밤이라서 그런지 바람불 때마다 숲에서 들려오는 나무 소리와 조용한 시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다... 그 공무원도 이곳이 참 좋단다... 그래... 이제 천천히 이곳을 음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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