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2007 여행

9. 가장 많이 걸은 날.. 가사까지

정안군 2007. 2. 14. 15:36

 어휴 손 시려 고무 장갑도 없이 그냥 찬물에 빨래를

 

1월 18일 목요일

 

오늘 원 없이 걸어보자

 

방 앞에서 우리를 지켜준 땡칠이 덕에 하루밤을 무사히 보냈다.   ㅎㅎ

 

실제로 한선생님은 꿈속에서 거시기가 나왔는데 방 앞에서 보초를 서준 개가 이 거시기를 쫓아 낸 것 같은데 아마도 누구의 보냄을 받고 온 것 같다는 얼마간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보탠다.

 

해서 일어나자 마자 개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나 뭐라나....ㅋ

 

 

더 자세한 사항은 개인 프라이버시 사항이라서 여기까지만 ^^

 

오늘 가야 할 길은 보통 사람들이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거리.... 좀 먼 길이다.   허나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한번 해보기로..

 

가다가 정 힘들면 레테 정도에서 멈추면 될 듯...

 

 

사과 마을 마르파를 벗어나자 다울라기리가 조금 씩 앞에 다가서면서 옆으로는 닐기리산이 부끄러운 듯 조금씩 모습을 더해준다.

 

다울라기리나 닐기리나 어째 우리나라 닐리리야 닐리리의 닐리리 풍의 이름이지만 다울라기리는 세계에서 14개 밖에 없다는 8,000 m이상급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이 모두를 등반한 사람이 3명이니 이들은 이 다울라기리도 올랐다는 말씀이 된다.

 

 요 흔들다리를 건너가서 진행하면 어디가 나올까?

 

오늘은 대충 툭체, 라르중, 레테를 거쳐 가사까지 이르는 길인데 라르중까지는 강풍 지역이므로 오전 중에 라르중까지만 가면 바람 걱정은 더 이상 안해도 된단다.

 

어제 마르파 부근에서 보이던 초록빛 숲은 내려 갈수록 그 색깔을 더해 이제까지 무채색 일색이던 주변을 더 풍요롭게 바꾸어 놓았다.

 

 앞서가는 땡칠군 - 어제 땡칠이에서 급이 좀 높아졌다

 

 앞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다울라기리

 

 강 건너 선상지에 펼쳐진 숲

 

 가까이 갈수록 좀 더 덩치를 키우는 다울라기리

 

아름다운 마을 툭체(Tukche)

 

먼지가 풀풀나는 길을 따라 1시간여를 걸으니 툭체라는 마을이 나온다.   마르파와 비슷한 분위기의 마을인데 마르파보다 경치는 훨씬 더 좋다.

 

마을 입구에 괜찮은 롯지가 있어서 그곳에서 쉬자고 했더니 서울 팀의 가이드가 자꾸 자기가 아는 집이 있으니 그리고 가자고...

 

이 친구는 서울 팀에도 이미 신용을 잃었고 우리가 보기에도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는 않는다.

 

다른 팀의 가이드는 뭔가 강한 개성들이 있는데 이 친구는 빈티나는 쪽으로 개성이 강하다.  ㅎ

 

이 가이드는 이미 이 곳에 왔었던 다른 팀에게서 추천을 받았다는데 요즘은 가이드 생활을 거의 하지 않고 술만 먹고 지냈다더니 영 망가진 얼굴에다가 차림까지 영 아니올시다이다.

 

툭체 입구

 

그냥 그렇고 그런 한 롯지에 들려 옥상에 오르니 경치는 그만이다.   하우스처럼 옥상에 작은 집을 하나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에는 사과를 깍아 말린 것이 놓여져 있었다.

 

좀 먹어보니 맛은 뭐 그저 그런데 아마도 사과가 저장성이 떨어지다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오래 보관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곳은 사과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사과 모양새를 보면 우리 나라 사과와는 여러 가지로 비교가 안 된다.

 

그저 사과의 조상으로 유전학적으로 조금 인정을 해 주어야 하는 정도랄까?  ㅋ

 

 툭체 롯지 옥상에서 본 집들 - 모두 지붕이 평평하고 위에는 땔감들이 놓여 있다

 

롯지 지붕에서 우리 부부

 

이 동네도 마을 위쪽에는 곰빠가 있는데 시간이 널널하면 한 번 가보겠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패스 ^^

 

 툭체 마을의 곰빠

 

 돌을 적재함에다 잔뜩 채우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강속에 빠지고 말았다

 

차 한잔 마신 툭체를 벗어나 한 40여분 진행하니 칸티, 코방, 라르중 마을을 알리는 간판이 나온다.

 

이 마을들은 거의 붙어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떤 마을인지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

 

 

 마을 간판

 

360도 파노라마 다울라기리

 

어쨌든 이어지는 마을을 따라 가다가 강 마을 라르중을 벗어나면 칼리 간다키 강의 유역이 넓게 펼쳐 진 지역이 나온다.   그 자갈 길 강바닥을 따라 강 건너로 가다보면 360도 파노라마 쇼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다울라기리.....

 

장엄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거의 감싸는 기분이 드는 다울라기리는 사진으로도 다 들어가지 않으니 그저 눈으로 보고 머리에 담아두는 수 밖에 없다.

 

거대한 벽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느낌.

 

 

 강 바닥에서 만난 동네 아이들

 

 다울라기리

 

 이것밖에는 표현이 TT - 저 봉우리를 오른 사람이 있단 말이지...

 

 

 

 워째 김정일 폼이 나오네

 

 

다울라리를 배경으로 사는 오막살이 집 한 채...

 

옛날 많이 불렀던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라는 노래가 생각나게 한다.

 

이 집 가장은 빗자루를 만드는 사람인지 열심히 빗자루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빗자루를 어디다 내다 파는지 원...

 

한참을 이곳에서 쉬었는데 그 사이 집사람과 서울 할머니 선생님은 집 안에 들어가서 때에 쩔은 어린애를 가지고 간 물수건으로 닦아 주었다나.....

 

닦아놓고 보니 너무 너무 예쁘더란다.   주인 여자도 너무 너무 좋아하고...

 

햇볕이 강해 얼굴에 기름이 많아야 피부가 보호되는 것은 알지만 가끔은 얼굴이나 손을 닦아야 되는 것 아닌감?

 

이곳은 물도 많고 옆 숲에는 나무도 많은데.

 

빗자루 만드는 주인 남자

 

 그 오두막 집

 

숲길을 걷다

 

여기서부터 분위기는 변한다.   강을 건너면 강풍 지역을 벗어나면서 완전 분위기도 변한다.   일행들도 느낌이 다른지 사진찍기에 바쁘다.

 

 여기서부터 분위기는 설악산 모드로 - 열심히 우리와 함께 하는 땡칠군도

 

산길을 오른다.   좁은 산길... 마치 설악산 계곡을 따라 가는 느낌인데 숲 사이로 보이는 강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다.

 

언덕을 오르고 내려 서는데 옆 숲에는 원숭이들이 놀고 있다.

 

한 사람이 묻는다... 저거 진짜 자연산 원숭이야?  ㅋㅋ

 

언덕 아래 마을은 코케탄티라는 작은 마을이다.

 

 

발음이 꽃게와 비슷하다 보니 갑자기 먹고 싶은 꽃게탕...ㅋㅋ

 

 

숲 입구에서 찍은 다울라기리

 

 변한 분위기에 사진사들 바쁘다

 

 라르중 쪽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다울라기리 연봉들

 

 강가에 펼쳐진 코케탄티 마을

 

 코케탄티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

 

이곳에서 한 40여분 오르면 Titi 호수가 있다는데 우리야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이곳 한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점심은 라면과 김치로 이루어진 라면 정식... 여기에다가 롸이스, 즉 밥이 더해진다.

 

밥이야 잘 아시다시피 끈기없는 쌀...   라면에 넣으면 이 놈들이 풀어져 후르르 마셔야 입속으로 들어간다.

 

 

외나무 다리(?)에서 당나귀 부대와 만남

 

밥을 잘 먹고 다시 출발했는데 대단한 흔들 다리를 만난다.

 

이런 정도는 앞으로 많이 만나지만 이번은 처음 겪는 것인데.

 

내가 좀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이런 것 무지 싫어한다.

 

하지만 건너 가지 않으면 갈 방법이 업으니 어떻게 눈 딱 감고 건너는데...

 

한 세번째 건넌나?

 

바로 앞에는 집사람이 건너고 그런데 흔들다리에 집중해서 건너다가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고 문뜩 앞을 보니 저쪽 입구에 당나귀 부대가 대기하고 있다.

 

아니 이럴 수가..............

 

흔들다리는 좁아서 대개 이쪽에서 건너가면 저쪽에서 건너오는 것이 불문율같은 것인데 이게 웬일...

 

 

사실 그 때는 다시 뒤돌아서 건너와야 했다.

 

그러나 이 무섭고 무서운 흔들다리를 다시 건너다니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놈의 당나귀 부대가 앞에 대장을 앞세우고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환장하겠드만...

 

 

할 수 없어서 옆으로 비킨다고 비켰는데 당나귀 옆에 물건을 담은 바구니가 철근을 휘어서 만든 것...

 

 

이 바구니로 나를 사정없이 옆으로 밀어 재키니 옆으로 휘청하면서 쓰러진다.

 

그 순간에 앞에 있던 집사람을 보니 바짝 엎드려서 당나귀 바구니가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바짝 구부린다.

 

 

한마리 통과... 그리고 두마리    한참 지나 마지막 통과...

 

 

다 지나간 다음 다리를 건너 오는데 다 건너오니 다리가 휘청거린다.

 

 

정말 죽을 뻔했구만...

 

잘못해서 떨어졌더라면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 탈 뻔 했다.

 

 

한국 교사 히말리야에서 트레킹 도중 당나귀에 밀려 추락사...

 

 

으흐흐흐흐흐흐흐....................

 

 

건너와서 생각해 보니 그 가이드란 놈이 너무 미워진다.

 

아니 가이드가 뭐 하는 거야...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가이드도 아니고 당나귀에 맞선 내가 잘못이지...

 

 

 당나귀 사건이 일어난 흔들 다리

 

 

아직은 겨울 모습인 레테(Lete)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지만 이를 뒤로 하고 가니 소풍 여행기에 유채꽃이 아름다웠다고 전한 레테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겨울빛이 짙다.

 

 

 레테에 온 것을 환영한대유

 

 레테 체크 포인트

 

 체크 포인트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앞으로 우리를 여러가지로 기쁘게(?) 해 줄 가이드

 

 

개와의 전쟁

 

레테는 유채꽃은 아직 피질 않아서 다른 마을에 비해 특별히 아름다울 것은 없었는데 그 대신 개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 땡칠군은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잘 왔는데 이곳 처럼 동네가 많이 있는 곳에 오니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각 동네의 터줏대감인 개영감도 한 마리나 두마리 씩 꼭 있었다.

 

이 레테는 특히 경찰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그런지 이곳에 있는 개는 조폭 수준이다.   우리 땡칠군은 꼬리를 내리고 우리와 섞여 슬슬 빠져 나가는 바람에 이곳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내려가니 이 곳의 개 부부는 성질이 더러웠다.

 

갑자기 우리 땡칠군에게 덤벼들어 사정없이 물기를 시작하니 우리 땡칠군도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하고...

 

 

우리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라서 어쩔줄 모르고 지켜 보는데 조금 공백이 생긴 틈을 타서 우리 땡칠군은 얼른 아래쪽으로 내려 갔는데...

 

 

이것을 안 개 부부는 다시 공격하려고 나와서 내가 이 놈들을 가로 막고 섰다.

 

개는 몽둥이와 돌을 무서워한다.

 

 

해서 등산 스틱 꼬챙이쪽을 세워 개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저리 가!!! 

 

 

내 소리보다는 등산 스틱이 무서웠을 개 부부는 짖기만 하고 접근은 안한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조금씩 뒤로 가다가 돌을 하나 집어 개를 향해 던진다.

 

 

이 놈들은 더 이상 다가오질 못하고...

 

 

그래서 우리 땡칠군은 위기를 벗어나는데...

 

 

 레테와 가사 사이에도 이런 엄청난 흔들다리가 또 있다

 

엄청나게 표고를 낮추며 다가오는 가사

 

레테를 지나면 좁은 산길에 높이를 급격히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이 구간은 오로지 사람 발이나 당나귀 밖에는 다니질 못하는 구간...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멀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멀고 먼 길이었다.

 

생명의 위협과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어서 더 길었는지 모르겠다.

 

한 구비를 돌고 다시 돌다 보니 가사란다.

 

 가사에 다가 올수록 푸르름이 짙어진다

 

 드디어 나온 가사 환영판

 

 

거의 9시간에 걸쳐 드디어 도착한 가사.

 

입구의 숙소는 좀 문제가 있어서 아래로 10여분을 더 걸어 Middle(중) 가사 마을의 무스탕 G.H에 잠자리를 마련하기로 한다.

 

우리 땡칠군은 여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고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왔는데 그 이유가 뭘까?

 

이러다가 우리가 버스타는 곳까지 따라 오는 것이 아닌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

 

서울팀의 한 선생님은 귀국 비행기편에 개 자리 한 석을 더 마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ㅎㅎ

 

 

 

숙소 주인은 영어를 아주 잘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영국군 용병 출신이었던 것.   10년이 넘게 군인 생활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아주 활달하고 명랑하나 친구.

 

밉지 않은 유머로 우릴 즐겁게 해준다.

 

 

우리의 땡칠군은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주웠는데...

 

우리와 같이 온 친구라고 하니 주인 남자 말하길

 

우리 집에 온 이상 모두 손님이란다...

 

고도를 많이 낮춘 덕에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엉성한 숙소였지만 그다지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다.

 

 

할머니 선생님이 집사람과 함께 잔다고 해서 한선생님과 같은 방을 쓴다.

 

같이 걷고 같이 먹으니 하루만에 많이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