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목요일
이곳은 남반구이다.
그러니까 적도 아래라는 말인데 저번 자카르타 여행에 이어 두 번째의 남반구 여행이지만 사실 차이를 알기 어렵다.
세면기에서 물이 빠져 나가는 것이 시계 방향인지 반시계 방향인지 또는 해가 동으로 떠서 남쪽으로 궤적을 그리는 북반구에 비해 북쪽으로 괘적을 그린다는 것이 있긴 하지만 어느 쪽이 북쪽인 줄 모르는 우리에게는 그저 그런 정도.
아시아 호텔은 아침이 컨티넨탈식으로 제공된다고 써놓았더니 갤러리 식당과 같은 볶음밥과 국수 그리고는 서양인들을 위한 토스트 정도.
그거라도 먹어야 하니 원.
어쨌든 오늘은 드디어 LP 사진으로 보고 반했던 마닌자우를 보러 가는 날이다.
또바보다 낫다는 사람도 있고 또바가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야 또바를 아직 보지 못했으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아마도 지프나 여행자 버스도 마닌자우로 갈 듯 하지만 저번 택시로 이동할 때 돈 걱정이 끊임이 없던 장모님을 생각해서 돈 걱정을 덜어드리기로 한다.
미니 버스로 터미널까지 간 다음 현지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일단 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삐끼가 우리를 버스로 데리고 가는데.
인도에서나 상상할 수 있던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모님도 충격을 받은 듯 다른 것으로 가자고 하는데 다른 것이 있다고 할
리가 있나.
그래도 만들레에서 인레가던 버스보다는 아주 쬐금 낫다.
발이라도 바닥에 다니까.
운전기사는 전형적인 체인 스모커이다.
이곳 인도네시아 남자들이 모두 골초이긴 하지만 이 운전기사는 입에서 담배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서 그렇지 공기 나쁜 곳에서 살았더라면 폐암으로 가는 시범 케이스가 되었을 것 같다.
부킷팅기 올 때 다 올라온 줄 알았더니 아직도 올라갈 길이 남아 있었나 보다.
엄청나게 오른다.
뒤로 분지 지형인 부킷팅기가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다가 어느 정점에 서니 밑으로 호수가 보이고 그야말로 헤어핀 커브의 내리막이다.
하늘호수가 여기인 듯 하늘과 산이 호수 속에 박혔고 창 밖으로 호수가 보일 때마다 사진을 그냥 막 찍어도 말 그대로 그림엽서이다.
정말 환상적인 헤어핀 커브 길을 따라 꿈 속에서나 볼 만한 경치가 이어지는데.
그러다가는 막상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한 동네에 서더니 내리란다.
호수도 안 보이는 그냥 조그만 촌 동네에.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독일 연인과 우리 일행은 버스 내린 공터 한 끝에 있는 쉼터에 짐을 내려놓는다.
미니 버스 기사들이 난리이다.
어디 가냐고?
‘I DON'T KNOW'
정말 그랬다.
나도 몰라.
그 때 깨달았다.
호수는 위에서 보면 하늘이 비추어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같은 높이에서 보면 그렇고 그런 경치가 된다는 것을.
그나마 호수도 보이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변변치 않으니 일단 한 숨이 나온다.
어째 잘못 왔나?
일단 LP 추천 호텔인 TAN DIRIH 호텔이 어디냐고 물으니 1만을 달란다.
독일 연인도 그곳도 간다고 해서 5명이 1만을 낸다고 하니 멀지 않다고 걸어서 가랜다.
돈벌이가 안 되는 모양이다.
모녀는 그곳에 두고 내가 걸어가서 호텔 사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호텔은 깨끗하고 괜찮은데 호텔 바로 옆에 가두리 양식장이 있어서 물이 깨끗하지 않았고 그 점이 좀 그랬다.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나오니 마침 독일 남자가 들어온다.
내가 물이 좀 더럽다고 하니 자기가 추천받은 방갈로가 있다고 같이 가보자고 한다.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가는데 아무리 가도 나오질 않는다.
옆 가게에 가서 찾아 가려는 Arden Paradise를 물어보니 한 2 km 정도 더 가야 있다고 베모를 타란다.
지금까지 한 2 km 정도 걸었구만.
나는 돈을 하나도 가지고 오질 않아서 그만 두고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일이 복잡해 독일 남자에게 내달라고 하고 따라 가보니 논 길 200여 m를 들어가야 되는 아주 외진 곳이었다.
그냥 한 번 들어가면 식사고 뭐고 모두 해결해야 되는 곳.
방갈로나 모래 비치가 있어 수영도 가능하고 조용해 보이긴 하지만 너무 외지고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장모님이 짐을 가지고 논길을 따라 들어오기도 힘들어 보이고.
나는 땡 했는데 독일 남자는 좋단다.
자기 연인도 좋아할 거라고.
남자는 거의 내 나이 비슷해 보이는데 여자는 30대 정도. 부부가 아니고 연인이란다.
다시 돌아와 보니 배낭에 기대어 모두들 자고 있다.
라면을 시켜 먹었는데 맛있다고 먹으란다.
해서 먹어보니 이곳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나.
독일 연인은 그 방갈로로 가고 우리는 상의 끝에 TAN DIRIH로 가기로 했다.
결정하기 전 먼저 MANINJAU INDAH 호텔에 가보았는데 너무 형편이 없었다.
스탠다드가 15만이라는데 감방도 그곳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TAN DIRIH에 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15만이란다.
아침은 없고 주문하면 준단다.
그냥 두 방을 쓰기로 한다.
온천이 있다고 해서 집사람에게 가보라고 했는데 여자들이 풍덩거릴 분위기는 아니란다.
나중에 가보니 남자들 아침 목욕장으로 쓰이는 듯 나를 보더니 아리가또 하며 난리였다.
온천이 있다고 해서 두 모녀가 기대를 했었는데 사정이 이랬다.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실망도 크다.
호수도 뭐 그냥 그렇고 호수 온통 가두리양식장이다.
이내들의 삶을 위해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오염이 되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도.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그랬듯이 우선 생활이 우선이라서 배고픔이 해결되어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점심은 이집 특선 메뉴 중국식 잡채를 시키는데 음식 솜씨가 영 꽝이다.
몸도 지친 듯해 좀 쉬는데 모녀는 시내랄 것도 없는 곳 구경을 간단다.
가서는 귤 몇 개 망고 몇 개와 과자 빵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이게 뭐람.
내일 다시 부킷팅기로 가든지 아님 파당으로 가자고 한다.
그게 나을 듯 하다.
점심이 지나서 카페에서 만났던 뉴질랜드 할아버지가 이 호텔로 왔다.
우릴 보면서 반가워 죽는다.
참 재미있는 할아버지이다.
핸드폰을 준비해 가지고 다니다가 주인이 홀에 없으면 전화를 해서 불러 낸 다음 미안 내가 전화 했어 받지 마하는 식.
근데 이 할아버지는 심심해서 아무나 보면 이야기하자고 하던데 좀 걱정이 된다.
해서 원만하면 거리를 두는데 이 할아버지 우리 장모님에게 관심이 있는데
장모님이 영어를 모르니 영 작업이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모양.
우리 장모님도 말이 안 통해 좀 답답한 것 같지만 내색은 안 한다.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면서 노을이 지는데 완전 예술이다.
잔잔한 호수 면과 저녁노을이 지닌 경치가 완전 맘에 드는 것 아닌가.
아! 좋다. 하루 더 있다가 파당으로 갑시다.
변덕이 좀 심하지만 이곳에 가치를 저녁 무렵에 깨닫는다.
저녁을 기다리는데 옆 식당에 독일 연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독일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기 여자 친구가 노 했다고.
다른 레스토랑 가기도 불편하고 또 내가 생각하길 그곳은 친구할 만한 여자가 없었던 것도 큰 이유일 듯했다.
사진까지 찍어와 놓은 곳이라고 소개하던 남자였는데 여자의 No 한마디에 끝나다니 역시 여자는 위대하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하늘이라는 그림판에 노을을 아름답게 그리던 조물주의 솜씨도 짙은 어두움으로 변하면서 그렇게 하루가 갔다.
여행 팁
부킷팅기에서처럼 이곳도 미니 버스는 2,000 Rp입니다. 부킷팅기에서 마닌자우는 Kijang도 다니고 택시를 타면 100,000 Rp라고 하네요.
일반 버스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상당히 열악하지만 그냥 탈만 합니다. 버스비는 13,000 Rp.
길가의 가지 나무
버스 안에서의 막 샷
탄 디리 호텔
탄 디리 호텔에서 본 마닌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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