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월요일
오늘은 집사람이 한 KL 한인 교회 목사님과 점심 약속을 잡아 놓았다.
12시에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헤어지려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KL 구경을 못하신 것 같아 구경시켜 드리겠다고 제안을 해 오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투어 비슷한 모양으로 진행되었다.
겐팅 구경이나 가보자고 해서 겐팅까지 가게 되었는데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어 시내에서 40분이면 간다고.
카드도 안 되고 한국 돈만 남아서 환전이 어려워 못했더니 오늘은 순전히 얻어 먹고 남의 돈으로 구경 다닌 꼴이 되었다.
물론 갚긴 갚아야 되겠지만 영 뒷맛이 좋질 않은 하루였다.
겐팅은 마치 아시아 각국 사람들의 전시장 같았다.
패키지로 여행 온 각국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깃발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 같은 색의 모자를 쓴 사람.
평일인데도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지답지 관광객들이 많다.
터번을 한 시크교 신자도 있고 특히 인도계가 많이 눈에 띄는데 그 중 카이저수염을 한 할아버지도 있다.
이 사람도 아침마다 달걀흰자를 이용해 수염 틀을 잡을까?
주말이나 휴일은 인파가 엄청나단다.
한참을 올라가니 우리나라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지는데 그곳에다 주차를 하고 복잡한 인파와 건물 배치를 뚫고 케이블카에 타 한참을 오른다.
구름을 뚫고 오르는 하늘 길이다.
도중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조망은 좋지 않았고 마치 천국의 문으로 직행하는 듯한 느낌까지.
겐팅 카지노에 가니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는 약간 한기를 느낄 정도,
도박장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반바지에 샌들 차림은 입장이 안 된다고.
아서라 말아라 별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란다.
이 겐팅 하이랜드는 허영만 만화 타짜 3이던가 필리핀에서 친구의 배신으로 곤경에 처한 주인공이 킬러의 도움으로 KL에 와서 한국인 식당에서 지내던 중 스승의 도박 교육을 받고 처음 실습을 하러 간 곳으로 머리속에 진하게 남아있다.
밀림 한가운데 높고 높은 산 정상에 도박장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돈을 잃고 자기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 할까?
이곳 주인은 떼돈을 벌긴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파괴시키는 장본이기도 하다.
차 한 잔씩 나누어 마시며 말레이시아 현지 교회의 사정과 자녀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목사님 생각이 상당히 쿨한 면이 있어서 작은 아이를 이 교회에 맡기기로 한다.
내려와서 다시 차를 타고 시내로 오는데 비가 한참 쏟아진다.
그래도 다행히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비가 그친다.
높은 산악 지대라서 국지적인 비 같다.
길가에서 노란 망고를 파는 노점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보는 노란 망고인데 한 보따리에 25 RM이다.
여기서 망고와 망고스틴을 샀는데 돈이 없어 그만 빌려서 사고 말았다.
저녁은 스리 하타마스의 한 중국 식당에서 스팀 폿으로 하자고.
스리 하타마스 쇼핑 몰은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현지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스팀 폿이 뭔가 했더니 가서 보니 사천식 훠궈와 비슷한 것으로 일종의 샤부샤부이다.
국물은 맑은 색과 붉은 색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 맑은 쪽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또 다른 한쪽은 태국 똠양꿍 국물 맛이었다.
이것저것 많이도 넣어 먹는데 다시 먹고 싶을 정도의 환상적인 맛은 아니다.
식당도 상당히 고급스러웠고 교회 청년들도 동석하여 8명이 먹었고 또 먹기도 많이 먹어 꽤 계산이 많이 나왔을 듯 한데 여기도 돈이 없으니 그냥 지날 수 밖에.
이것도 얻어먹을 꼴이 되었고.
이거야 원.
나중 할리스에 와서 아들을 소개했는데 이 때 시킨 커피값을 뭔가 이해를 잘 못한 종업원이 계산서를 뽑아 가지고 와서 RM이 없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였다.
그러니 이것도 얻어먹은 꼴.
그저 오늘은 낯가죽이 두꺼운 날인 듯하다.
뭐 얻어먹으면 살 날도 있겠지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여행 팁
겐팅 하이랜드행 버스는 Sentral에서 LCCT가는 버스타는 곳에 있습니다.
돈은 물론 있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는 가지고 가지 마세요.
괜히 한번 땡겨보고 싶어지면 다 날릴 수도 있거든요.
하타마스 몰 - 몽키아라에서 멀지 않다 - 관광객이 찾아가기는 택시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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