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씨가 화창하네요.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했더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오니까 제대로 짜증이 나는군요.
습도가 높으니까 집안 곳곳이 눅눅하고 빨래도 잘 안 마르니까 어딘가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역시 맑은 날이 계속 되다가 가끔씩 비가 오는 것이 좋은 가 봅니다.
간사하기는. ㅎㅎ
2010년 8월 7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貴州省은 맑은 날이 3일 이상 계속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여기 와서 비 구경 한 적이 없다.
그 말은 옛날이야기인가?
지금은 맞는 거여 틀리는 거여.
오늘도 비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이다.
호텔이 정전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더니 잠시 후 모든 전기가 나가 버렸다.
우리 방은 6층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에는 6층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전기가 나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냥 버틸까하다가 아침을 안 먹으면 오늘 하루 종일 밥 구경을 못할 것 같아서 일단은 내려온다.
여기 종업원들은 뭔가 설명하려고 노력이라고 할 법한데 아무 반응이 없다.
자기 잘못이 아니니 뭐 할 수 없다는 건가?
아님 해봐야 말을 못 알아들으니 그냥 두자는 건지도.
시내 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刀削面이라고 문 앞에 써 놓은 집이 있다.
그 집 아저씨가 직접 쳐서 면을 만들고 있는데 조금 지켜보니 예술이다.
그 솜씨에 반해서 그 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쇠고기라면을 시켰는데 면발이 정말 맛이 있다.
힘도 별로 들이지 않고 가는 국수 두께의 면을 척척 만들어 내는 것을 보니 저 솜씨면 어디에 가서도 살겠다는 생각이.
鎭遠의 만둣국 국물에 면을 넣어 먹으면 참으로 예술품이 탄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참~~~ 그 집 국물은 조미료 맛이라고 했지.
달걀 하나 넣으니 6원이라고.
좀 후에는 한 손님이 오더니 刀削面을 주문했나 보다.
반죽이 된 밀가루 덩어리를 가져오더니 칼로 면을 위에서부터 조금씩 날리니 면발이 탄생한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본 그 솜씨가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참 중국은 땅도 넓지만 인재도 많다.
입과 눈이 동시에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돌아오니 엘리베이터는 아직도 휴식 중.
별 수 있나?
걸어서 올라가야지.
아침 먹은 거 올라가면서 다 소화되어 버렸다.
12시 30분차인데 에어컨이나 빵빵하게 나오면 기다리겠다만 정전이니 방은 점점 더워지고 그냥 그런 상태로 맥없이 기다리기가 거시기해서 10시쯤 호텔을 나온다.
구름이 끼었는지 안개 덕인지 거리는 햇살이 없어서 걷기가 괜찮아서 터미널까지 슬슬 걸어 온다.
그런데 터미널 부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어제 분명히 확인할 때에는 7시 30분과 12시 30분 차 밖에 없었는데 黎平행 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뭔 일이랴.
손을 들어 세웠는데 기사가 뭐라 한다.
가만히 상황을 보니 자리가 없는데 그래도 탈 것이냐고 묻는 것 같다.
미쳤냐?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어떻게 서서가나.
그냥 보내고 터미널에 와서 표를 끊고는 혹시나 버스가 또 있나 확인해 보니 11시 30분 차는 없었고 그냥 12시 30분차만 확인된다.
10시 30분차는 뭐여?
말도 안 통하니 알 수가 없다.
그냥 터미널 시간표를 고쳐 놓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나중에 黎平 터미널에서 天柱가는 차편을 확인하니 6편이나 되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도대체 이해가 불가능이다.
뭔 말이 통해야지~~~
버스비는 45원이다.
대개 가격에서 걸리는 시간이 나오는 것 같다.
45원이면 4시간 반.
15원이면 한시간 반 이렇게.
물론 이 동네처럼 길이 안 좋은 동네 이야기이다.
차는 터미널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어찌 그리 고물인지.
江口에서부터 만나는 차들은 고물상이나 박물관에 어울릴 것들이었다.
사람이 다 차니 20분에 그냥 출발이다.
요즘 보니 중국차들은 일찍 출발하는 경우는 있어도 늦게 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여기 天柱 터미널은 그나마 중국 본래의 터미널이었다.
짐 검사도 없고 표 검사도 없는.
터미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잘 나가는 중국에서 조금 벗어난 마이너리그에 속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터미널 대합실도 우중충한 것이 빈민자들 대기소 같은 분위기이고.
하기는 잘 나가는 인간이 이 촌구석에 와서 오지로 가는 버스를 타겠어?
여기도 여전히 교통사고 사망자 사진을 배경으로 겁주는 포스터가 붙어 있더만 이 사람들과는 상관이 없는 내용 같다.
이 사람들은 운전과는 상관이 없고 이런 사고에 연관이 되면 재수가 없이 죽을 사람들이니.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집사람의 집념어린 노력으로 운전기사 뒷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한 30분을 서서 기다렸나?
외관은 그럴 듯 하네.
엄청나게 덥더니 그래도 출발하니 좀 낫다.
출발하자 엄청난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오르더니 거의 평지이다.
조그만 동네인 高酿까지는 그나마 포장도로이더니 거기를 벗어나니 자갈길이다.
그래도 롤러로 잘 다녀진 길은 좀 나은데 어떤 데는 사태가 나서 길이 반쪽만 남았고 돌을 길 반 쯤 쌓아 놓아 교행이 불가능한 곳도 있어서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교행이 불가능한 곳은 상대방 차가 좀 넓은 곳을 지날 때 기다려주면 좋을 듯한데 중국에서는 안 통하는 방법인가보다.
그냥 기를 쓰고는 차대가리를 밀어 넣어서 서로 힘들게 된다.
아직까지는 이들에게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보다.
조금 더 살만해지면 괜찮아질까?
한참 고개를 내려오니 강을 사이에 낀 멋진 도시 錦屛이 나온다.
정말 도시 이름답게 비단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승객들은 몸에 있는 물을 빼는 동안 동네 사진을 찍어보는데 각이 좋지가 않다.
여기도 강바닥 파는 것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계시는 가 보다.
여기저기 골재 채취로 상채기를 입은 강변이 좀 안쓰러운 데.
이쪽은 한참 강가의 돌을 이용한 콘크리트로 성을 쌓는 중이고.
전통 목조 마을이 사이에 끼어 있지만 이대로 가면 얼마 못가서 다 없어질 듯 보인다.
그러나 도시 안에 들어가니 중국에서 흔하디흔한 도시 풍경으로 변하더라고.
건물 외벽을 타일로 처리해 외국인들이 모두 목욕탕 같다는.
하긴 우리나라도 남 나라 흉 볼 것이 아니네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G20 국가 중 도시 외관은 제일 떨어지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참 우리나 여기나 잘만 가꾸면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 같구먼.
경제력이 높아지더라도 문화력까지 높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나 보다.
錦屛을 지나니 길이 좀 순해진다.
淸水江에서 갈라진 샛강을 따라 黎平까지 길이 이어지는데 길가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직 전통 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이 부근이 얼마나 오지인지 말해주는 듯하다.
이 전통 목조 주택이 점점 더 없어져가는 데, 조금 살만해지면 벽돌집으로 개비하는 것이 이 동네 사람들의 소원인 듯.
하기는 목조 주택은 손이 많이 가고 유지하기가 힘들게도 생겼다.
金屛에서 黎平 까지 39 km인가 이정표를 본 것 같은데 멀고도 먼 길이었다.
길이 좁고 구비가 많아 속도를 내기가 힘들고 길에 장애물이 많으니 차 속도가 시속 30 km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隆里라는 동네는 성이 있는 마을인데 괜찮아 보였다.
나중에 확인하니 중국인들에게 평판이 아주 좋은 곳이란다.
늘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하는 것이 다시금 떠오른다.
확실히 이 근처에 오니 들이 넓어지는데 역시 들판이 넓으니 권력을 지닌 자들이 살던 성들이 보이는 거.
여기까지 오면서 보면 산이란 산은 모두 모인 것 같은 그런 동네였다.
貴州 땅은 3 리 이상 되는 평지가 없다더니 정말 그랬다.
그나마 이 동네 근처에 오니 3 리 이상 평지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버스를 탄 한 승객은 아마도 이 고성을 목표로 해서 왔나 보던데 깜박 졸았나 보다.
한참을 지나서 운전기사에게 와서 뭐라 하는데 안 깨워 주었다고 투덜대는 것 같다.
결국은 더 가서 黎平에서 나오는 버스를 기사가 잡아주어 다시 타고 가는 것으로 문제 해결.
트럭 한 대가 길 옆 논바닥으로 떨어져 트랙터가 와서 꺼내는데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이렇듯 창 밖 경치가 나름 좋아서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4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지루했다.
그래도 언제 이런 경험을 다시 해보랴.
아마도 이런 한적한 중국의 모습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드디어 도착이다.
동족 가옥 형태의 터미널 건물이 인상적이다.
안에 들어가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榕江과 從江 가는 버스 편은 상당히 많다.
그런데 從자는 간자체로 ㅆ.
당근 凱里와 貴陽 가는 버스도 있고.
三江 행은 하루 2 편.
여기서 天柱 가는 것은 하루에 6편.
그런데 오는 것은 왜 적은 거여.
肇興가는 것은 제법 있다.
地坪도 그렇고.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그냥 맑은 날씨로 보내주기는 서운했던 모양.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추천해준 燕都賓館은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터미널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로 한 50 여 m.
그런데 카운터는 3층이다.
올라가서 요금을 확인하니 일반은 80원인데 컴퓨터가 있는 방이 120원이라고.
왜 이리 가격차가 나나?
집사람을 위해 컴퓨터 방을 선택하니 또 그 방은 5층이고 엘리베이터는 없단다.
어제에 이어 또 다리품께나 팔게 생겼다.
그래도 집사람은 점점 더 호텔 값이 싸지니 좋은 모양이다.
여기서 이틀을 묵기로.
방을 보니 상당히 좋다.
인터넷도 빠르고.
점심을 간단하게 빵으로 해결을 해서 몹시 시장했다.
호텔 건너 허름한 식당에서 샐러리와 돼지고기 볶음, 그리고 공심채 볶음으로 넉넉히 먹는다.
좀 짠 편인데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가격은 24원이란다.
점점 가격이 내려간다.
좋은 동네인데 그것도 여기가 마지막인 듯.
호텔 아래쪽으로 水浴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집사람을 데리고 가 보는데 목욕탕도 있고 안마도 할 수 있는 복합 건물이었다.
목욕은 20원, 마시지는 한 시간에 48원.
영어를 좀 하는 친구가 따라다니며 설명을 해 주는 통에 뿌리칠 수가 없어서 엉겁결에 목욕과 마시지를 하느냐고 거금이 나간다.
목욕탕은 그냥 우리나라 동네 목욕탕 수준이고 마시지도 좀 퇴폐 냄새가 난다는.
나야 집사람하고 같은 방이니 얘네들이 엉뚱한 생각은 안 할 테고.
그냥 편하게 중국 관광지 입장표를 샀다고 생각하기로.
호텔방에 돌아오니 밖에서 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폭죽을 터뜨렸는데 소리 참 대단하다.
한참을 요란 떨다가 끝나니 이번에는 자동차들이 난리다.
경보장치를 한 자동차들이 그 소리에 놀라 경보음을 지르는 것.
호텔 뒷편 광장에는 음식점인가 본데 사람들이 꽤 모여든다.
우리는 샤브샤브.
중국은 훠쿼든가?
오늘은 참 멀리 왔다.
그리고 여행기에서 많이 보고 기대하던 黎平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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