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시나붕 화산이 폭발했답니다.
사실 수마트라는 어디 있는 섬인지 또 시나붕 화산은 어디 있는지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소식에 관심이 가는 것은 지난겨울 시나붕 화산 아래 동네인 브라스따기에서 며칠을 지난 덕이죠.
사실 브라스따기는 시나붕과 시바약 화산으로 유명한 곳인데 시바약 화산은 우리가 갔을 때에도 분연을 뿜고 있어서 그 위용이 대단했었죠.
그런데 시나붕은 그냥 동네 뒷산처럼 조용한 모습이어서 이번에 폭발했다고 하니 좀 의외더군요.
그러나 화산은 화산.
이렇듯 겉으로 표시내지 않고 힘을 숨기고 있는 놈이 더 무서운 가 봅니다.
이렇게 순해 보이는 산인데.
세상일도 그런가요?
아무튼 브라스따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걱정이 됩니다.
중국 식당 사장 부부와 태권도를 배우던 아이들, 그리고 선한 사마리안 인이 되어 주었던 부부와 슈퍼 주니어를 좋아하던 여중생들.
이들 모두 이 어려운 환경을 잘 극복하고 이겨나가길 기원합니다.
2010년 8월 6일 금요일
앗싸!!! 또 다시 이동이다.
일단 기합을 넣고.
사실 더우니까 이동하는데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교통편이나 좋으면 모르는데 우리가 갈 곳이 오지라서 그것도 아니고.
오늘은 얼마나 힘이 들지 좀 걱정이 된다.
아침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본 해장국과 비슷한 분위기의 국수를 시켰는데 처음에는 맛이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집사람이 고추기름을 넣어 주었는데 맛이 확 변했다.
언젠가 雲南 河口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국수발만 건저 먹고는 국물은 그냥 둔다.
더워지기 전에 이동하려고 좀 서둘러 7시 40분에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시내에 붙은 지도에는 터미널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실제 가보니 기차역에서 100 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듯.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것이 많다.
무슨 공항이나 기차역처럼 짐 검사도 하고.
또 버스 타러 나갈 때에는 버스표를 바코드 식별기로 읽더라는.
삥땅 예방을 위해 총력전을 하는 분위기인데.
당장 드는 생각은.
꼴값을 해요 꼴값을.
버스비는 15원
어쨌든 버스 기사나 차장이 삥땅치는 것을 막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X 레이 투시기로 짐 검사하는 것은 뭘까?
당장 터미널 밖에서 버스를 세워 탈수도 있는데.
여기서 직접 天柱까지 가는 것은 없어 일단 三穗라는 곳에 가야 하는데 뒤 글자가 무슨 자인지 상당히 궁금했다는 거.
참 어렵게 찾았다.
穗 이삭 수란다.
중국어로는 Sui 이렇게 발음이 되고..
그러니까 三穗는 SanSui.
여기 와서 한자 공부 많이 한다. ㅎㅎ
8시 30분차인데 우리가 8시쯤 도착했는데 18명 승객 정원이 거의 차있더라고.
마지막 줄에 간신히 앉으니 다 차서 그런지 10분에 그냥 출발을 한다.
허름한 모양대로 당근 자연 바람의 버스.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는 강아지를 안고 탔는데, 그 강아지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앉고 있다.
그런데 강아지가 이 더위에 어떻게 참나 봤더니 결국 더위를 참지 못한 강아지는 몸부림을 쳐서 빠져 나오더라는..
이 친구 버스에 타서부터 밖에 있던 자기 엄마와 말싸움을 하더니 버스가 출발해서는 전화로 싸움질을.
좀 자폐기질이 있는 친구 같았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그 강아지를 놓쳐서 잡느냐고 헤매더라는.
우리 호텔에서 묵을 때 건너다보면 철길이 보이고 그 위로 길이 있어서 어디 가는 길인지 참 높이도 올라간다고 했더니 바로 오늘 가는 길이 그 길이었다.
처음 부분은 새로 만든 듯한 터널도 있고 해서 길을 완전히 정비했나 했더니 그것은 아니고 鎭遠 부근만 정비한 듯.
좋은 길을 두고 오른쪽으로 꺾더니 처음부터 엄청나게 올라간다.
거의 한 시간을 올라가는데, 계속 길옆에는 마을도 있고 사람도 살더라는.
산 구석구석 뭐든 먹을 것을 만들려는 노력이 눈물겨운 곳이다.
옥수수도 심고 벼도 심어서 먹고 살았을 이 동네 사람들.
한참을 올라왔는데 정점에서 내리막은 얼마 안 된다.
상당한 고지대가 형성이 되는 듯.
三穗에 도착을 한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동네는 그냥 소규모 도시인데 터미널 건너편에는 괜찮아 보이는 호텔까지.
터미널 건물도 꽤 크다.
그 앞 거리도 좋아 보이고.
한적하기는 하지만 택시까지 돌아 다니는구만.
지도에서 보니 三穗는 교통의 요지 같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뚫려서 그 비중이 조금은 떨어진 것 같지만.
여기서 天柱까지는 20원.
10시 버스가 있다.
黎平까지 직접 가는 버스도 있더라는.
이 버스도 여기 올 때 탔던 버스나 도진개진이다.
당연 자연 통풍 버스.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있는 사당같은 건물.
그 앞에는 할아버지가 사당인지 뭔 건물인지 그곳에서 빌 때 사용하는 향과 라이터를 전문적으로 팔더라는.
가면서 묘족의 집처럼 보이는 가옥들이 종종 보이고.
2시간 정도 걸려서 天柱 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왠 구호가 그렇게 많은 건지.
이 터미널에서 黎平 가는 편은 없고 다른 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던데 과연 없다.
배도 고프고 날이 더워 점점 힘이 들어가니 일단 오늘은 여기서 끊기로 한다.
그런데 호텔 정보가 없으니 어떻하나?
경찰이라도 있으면 물어 보려고 하니 경찰도 없다.
그냥 택시 기사에게 하오더(好的) 빈관에 데려달라고 하니 뭐라 하는데 그냥 좋다고 했다.
조금 가서 좌회전을 하니 새로 조성된 신시가지인지 동네가 깨끗하다.
너무 멀리 가는 것 같아서 기사를 말렸더니 다 왔다고 내려 주는 곳이 뭐라 읽을 수도 없는 빈관인데 겉에서 보니 괜찮아 보인다.
나중에 확인하니 베니스 빈관이라고 한단다.
간판에는 영어인지 뭔지를 밑에다 써 놓았는데 며느리도 모르고 시어머니도 모를 글씨.
기사에게 일단 고맙다고 하고 호텔에 들어가서 카운터 아가씨에게 방이 있냐고 물으니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말을 못 알아들으니 황당해 하다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아!! 그러냐고..
138원이란다.
호텔방에 들어와서 보니 특실 중의 특실이다.
그런데 화장실의 사정이 좀 웃긴다.
저번 鎭遠의 화장실도 그렇더니 화장실 변기가 좌변기가 아니고 쪼변기이다.
그냥 쪼그려 앉는 변기...ㅎㅎ
선입견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별 것이 아닌 게 이렇게 재미가 있으니.
밖을 내다보니 이쪽이 신 개발 지역의 끝자락인 듯.
시내 안쪽으로는 최근 지은 듯한 건축물들이 서있는데 우리나라 건물만큼이나 멋이 없는 놈들.
검찰청인가 하는 건물인데 아직 진입로는 공사중이다.
힘쓰는 기관은 다 이 근처에 있는 것 같다.
멀리에는 오래된 동네가 보이는데 이렇게 신도시가 형성이 되면서 그 마을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 시험하는 모델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오랜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 동네쪽으로 가본다.
사람의 흔적이 없어서 안에 들어가기가 좀 꺼려지더라는.
담배꽃..
담배 농사는 힘든 농사 가운데 하나라고 했던가.
이 뜨거운 열기 아래에서 잎을 따려면 정말 힘이 들겠더라고.
天柱는 골짜기에 들어선 도시 같다.
여자와 도시는 멀리서 보는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 너머 산에는 계단 논처럼 보이는데 아무래도 사람들 손이 더 이상 가지 않아 서서히 원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옛날 사람들이나 그런 환경에서 농사짓고 살았지 지금 사람들이 누가 그런데서 농사를 짓겠어.
아마 관광 자원이나 되면 모를까 점점 사라질 풍경이 아닌가 싶다.
그 근처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길이 더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아 되돌아 왔다.
너머에는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지 총소리가 요란하더라는.
터미널에도 유난히 군대를 강조하는 게시물이 많더니 이 동네에 중요한 군부대가 있는 건가?
우리 호텔 위에도 군부대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지만 군인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는데.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가 점심 식사를.
제법 괜찮은 식당이다.
외국인을 처음 구경하는 듯 관심이 많은데 맛도 꽤 좋았다.
요리를 3개 시키고 먹었는데 38원.
확실히 시골이라서 싸기는 하다.
시내 구경에 나선다.
일단 黎平가는 버스가 있는 터미널에 가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중심가이다.
이 도시는 전체는 리모델링했는지 길 상태가 너무 좋다.
여기서 黎平가는 버스가 있는 터미널은 멀지가 않은데.
큰 사거리에서 조금 왼쪽으로 조금 가니 터미널이 나오는데 상태가 도시와는 조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낡았다.
그 위 초대소에서 잔다면 상당히 우울해 질 듯 하다.
黎平행 시간표.
黎平은 두 차례 있었다.
7시 30분과 12시 30분.
분명히 하루 2 대인데...
각지 거리와 요금표.
계림까지는 395 km.
천주에서 10시 차로 이곳에 오면 대충 12시니까 택시로 이동하면 12시 30분 버스를 탈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리는 보장 못하고.
내일 어떤 시간대 버스를 탈까?
7시 차는 너무 이르고 12시차는 좀 늦고.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중간에 있는 동네 金屛까지 가는 버스 편은 많은 것 같으니 일단 거기까지 간 다음 연결 버스를 타면 될 것도 같았는데 버스 노선을 보니 많이 돌더라는.
그렇다면 결론은 두 버스 중 하나를 타야만 된다는 거.
지대가 높아서인지 확실히 다른 곳보다 이곳이 덜 덥다.
특히 습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듯.
도시도 깨끗하고 그냥 저냥 지내기 좋은 도시 같다.
저녁 8시쯤 산책을 나가는데 많은 가게들이 벌써 문을 닫고 있었다.
시장의 먹자골목만 하루의 시작인 듯싶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을 보니 장사는 그다지 잘되는 것 같지 않다.
여기는 잡다한 것을 굽는 것이 포인트인지 연기가 자욱한데 눈이 띠는 것이 하나.
민물가제가 많았다.
한자로 민물가제는 龍蝦라고 하는 모양.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 보던 그런 미니 가제가 아니고 크기가 3배 정도는 되는 듯.
하여튼 중국은 땅만 큰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큰가?
한 번 먹어보기로.
흥정을 하는데 역시 서로 딴 말을 하여 엉뚱하게 알아듣는다.
가제 한 마리가 4원이고 10마리는 먹어야 된다는 말을 4원짜리 요리는 작으니까 10원 짜리는 먹어야 된다고 알아들었으니..
문제는 별 거 아닌데 돈 쩐이 생각보다 더 나간다는 거.
하긴 그래봐야 45원이다.
요리는 복잡하다.
일단 가제를 기름에 튀기고 불에 구운 다음 얼큰하게 찌개처럼 내오는데 양이 무척이나 많다.
아마 가제 껍질이 단단하니 일단 튀기고 구워서 부드럽게 하는 것이 우선되나 보다.
맛을 느끼기에는 너무 맵고 얼얼해 정확하게 가제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살도 별로 없어서 먹잘 것도 없었지만 특이한 것 하나 먹어보았으니 되었다.
이 동네 매운 맛은 후추를 많이 넣었는데 혀가 얼얼하고 산초를 많이 넣어 비린 맛을 없앤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 듯.
호텔 방의 이불이 솜이불이다.
길가 한 가게에서 솜 파는 것을 보았는데 양이 많아서 그렇지 좀 사다 집에서 솜이불을 덥고 잤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외할머니가 해주었다는 이불을 총각으로 하숙하며 지낼 때 한 동안 덥고 잤는데 언젠가 그 임무를 마친 그 추억의 솜이불.
하늘소님의 블로그에서 이쪽으로 이동했다는 정보로 天柱에 왔는데 와보니 별 특징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동네 구경 왔다는 생각만.
'중국 귀주 2010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중국 혁명사에 한 장면을 남긴 려평(黎平) 고성 1 (0) | 2010.09.02 |
---|---|
11. 이름만큼 아름다운 금병(金屛)을 지나, 려평(黎平)까지 간다. (0) | 2010.09.01 |
9. 공작개병(孔雀開屛)이 포인트인 무양하 유람. (0) | 2010.08.30 |
8. 옥병(玉屛)을 거쳐 진원(鎭遠)으로 이동하며 진을 빼다. (0) | 2010.08.27 |
7. 강구(江口)에서 무엇을 하면 잘 놀았다고 할까? (0) | 2010.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