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귀주 2010 여행

14. 아름다운 마을 조흥(肇興) 그러나 그 여름은 더웠다.

정안군 2010. 9. 3. 09:43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맑기가 그지없습니다.

 

모든 먼지를 다 안고 간 덕이겠지요.

 

이렇게 세상에는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봄날이면 중국에서 날라 오는 황사도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

 

세상만사 이렇게 공평하답니다.

 

2010년 8월 9일 월요일

 

다시 ZhaoXing(肇興)으로 이동.

 

黎平에서 肇興으로 가는 버스 편은 많다.

 

肇興이 종점인 놈이 있고 地坪이나 水口 또는 멀리 三江 가는 놈도 肇興을 경유하니.

 

우리는 8시 20분 肇興이 종점인 버스를 이용하기로.

 

 

이 놈도 자연 바람의 버스다.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 버스 편이 많아서인지 승객은 얼마 되지 않는다.

 

肇興에 가는 버스표는 터미널에서 팔지 않고 직접 버스에 터미널 직원이 올라와서 판다.

 

제복까지 갖추어 입은 이 차표 파는 사람은 공무원인가?

 

소매에 거창하게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까지 있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이곳도 여전히 짐 검사를 하는데 도대체 이것이 뭘 잡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종이 가방에 넣어가는 짐은 검사도 하지 않고 통과이고 가방만 대상인데.

 

목적지까지는 이정표대로 하면 71km인데 2시간 반이 걸린다고.

 

우리나라 개념으로 일반 국도이면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이면 갈 거리인데.

 

그러나 길 꼬라지를 보면 속도를 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폭도 좁고 커브도 심하니.

 

위험한 곳도 많으니 경적 소리도 심하고 그래도 추월해나가는 것을 보면 교통에 의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하긴 10년 전에 다닌 길도 이런 길이었으니 좋은 길은 좀 낫겠지?

 

처음에는 승객이 없더니 시내를 슬슬 가면서 많이 태우고 시외를 벗어나니 어느 구간에서는 서서 가는 사람으로 꽉 채워서 갈 때도 있었다.

 

그냥 그렇고 그런 길을 왔는데 皮林에 오니 이정표에 14km라고.

 

이 皮林은 從江 가는 길과의 갈림길.

 

肇興에서 從江갈 때 차편이 맞지 않으면 여기까지 와서 黎平에서 從江가는 버스를 타면 될 거라는 정보가 있다.

 

從江의 從은 간자체로 ‘ㅆ’인데 우리나라 쌍시옷이 생각난다는.

 

아!!! 이제 다 왔다 했더니 여기부터 길이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고속도로 만드느냐 흙이나 자갈을 잔뜩 싣고 다니는 공사장 대형 트럭이 범인인지 옛날 태국에서 캄보디아 시엡립에 갈 때의 길이 생각날 정도.

 

물론 전 구간이 그 정도는 아니다.

 

한창 공사 중인 고속도로 고가 다리가 보인다.

 

완공이 되면 그 고가 다리 위로는 돈 자랑하는 신형 차들이 신나게 달릴 텐데, 그 밑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원시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누구를 위하여 길을 만드는지.

 

역시 고속도로 같은 좋은 길을 만들어도 이 동네에서 흙 파먹고 사는 재주 밖에 없는 사람들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거.

 

그냥 여기 모습처럼 자기 머리 위 하늘 높이 달리는 별세계일 뿐.

 

이곳에 오면서 유난히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동족 아낙네들의 모습이 많아지는데 그 만큼 이곳이 오지라는 증거다.

 

이 동네 오면서 언젠가 읽었던 모모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누리는 여유 시간을 회색인간이 꼬여 그 시간을 줄이도록 하고 열심히 돈 버는데 쓰도록 한다.

 

그러면 결국 남을 돌아보거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삶이 각박해진다는.

 

우리의 주인공 모모가 이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준다는 이야기.

 

이런 길을 여행하면서 현대인들은 참으로 답답할 지경일 것이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갈 거리를 두 시간 반이나 걸려서 가야 하니..

 

그러나 빨리 가면 가서 무엇을 하는가?

 

결국 별로 하는 일 없이 그저 속도만 즐기는 것이 아닌지.

 

사실 여행은 도중이다.

 

이렇게 시간을 즐기면서 주변의 환경도 보고 같이 버스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보고 하는.

 

길을 엉망이지만 다 오긴 했나 보다.

 

마을 입구의 문이 예쁘다.

 

그냥 동네 공터가 주차장인 듯.

 

 

차가 서니 우리는 내리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어서 사진을 같이 찍자하니 모두 도망.

 

해서 멀리서 그냥 한 방 날린다.

 

미안해유... 아줌씨들...

 

남들은 제 갈 길을 가지만 우리는 숙소를 찾아야 한다는 거.

 

일단 동네 지도를.

 

 

일단은 鼓樓와 花橋가 많다는 거.

 

버스에서 내린 곳 조금 위쪽에 肇興빈관이 있다.

 

 

예스런 건물인데 오래 된 에어컨이지만 창 밖에 달려 있는 것이 안의 시설은 괜찮은 거 같아 알아보기로.

 

표준방은 120원인데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은 다 나갔단다.

 

그리고 호화방은 24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고 하니 200원으로 해 준다고.

 

이 요금에는 내일 아침 식사가 포함된다나.

 

일단 너무 비싸다.

 

일단 표준방을 보니 조금 작은 듯 하지만 깨끗하고 괜찮다.

 

하지만 어떤 방이 호화방인지 알아나 본다고 먼저 보자고 하니 밖으로 한 종업원이 집사람을 데리고 나간다.

 

그리고는 10분 정도 후에 돌아 왔는데 분위기도 좋고 전망이 굿이라고.

 

잘 깎아서 들어가잖다.

 

해서 깎고 깎고 사정을 하고 했더니 아침 포함하지 않으면 160원, 포함하면 180원으로 해준단다.

 

그래 좋다.

 

동네를 살펴보니 아침 먹을 곳도 마땅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침까지 포함하는 비싼 것으로 해서 한 번 이런 촌구석에서 미친 짓 좀 해 보기로.

 

말이 잘 안 통하니 이런 것을 달라며 영국인 여권을 보여 준다.

 

여기는 그래도 서양인들이 좀 온다더니 그런 가보다.

 

냇가를 따라서 동네 끝까지 가니 우리 호텔 VIP관이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귀빈 대접을 받는다.

 

역시 돈이~~~

 

 

우리 방 앞.

 

낮에는 더워서 앉을 수가 없고, 밤에는 벌레 때문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름에는 거의 무용지물.

 

 

그림이 좋다.

 

 

일단 목조 건물이라서 분위기도 좋고, 우리 방은 3층이라서 온 동네가 눈 아래로 보인다.

 

 

 

 

역시 돈이 좋다.

 

실내 바닥도 그렇고 벽도 나무라서 진한 나무 냄새가.

 

음~~~ 좋다.

 

그래 이거야.

 

아!!! 정말 좋군.

 

점심은 지역 사회 도움을 주게끔 장사가 안 되는 듯한 허름한 집으로.

 

가는 도중 풍수교 안에서 노는 아줌씨들.

 

어디서 많이 보았다 했더니 옛날 어릴 적 우리들이 놀던 고니.

 

허~~~

 

지금은 놀이 방법도 잃어버렸지만 이 동네서 이렇게 어른들이 하고 놀다니.

 

 

한 아줌마는 염색을 했는지 손에 물이 잔뜩 들었네. 

 

그건 그렇고 돼지 족발하고 고사리와 원추리 볶음을 시켰는데 나중에 보니 어째 바가지 같은 느낌이.

 

고사리 색깔이 곱다.

 

 

이런 요리로 변신.

 

 

맥주도 동네가 바뀌면서 다른 맥주가 등장한다.

 

 

주인 아줌마.

 

머리를 감아 올리는 것이 이 동네 동족 여자들의 특징이다.

 

 

44원이나 한다.

 

족발이 비싼 건가?

 

아님 이제 물가 싼 동네는 끝난 것인지도.

 

여기가 黎平보다 확실히 더 덥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그런가 보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길거리에 웨스턴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야말로 코카콜라 루트에 들어섰나 보다.

 

돌아 오는 도중 고니를 하고 노는 할아버지를 발견.

 

 

재미있는 현상이다.

 

혹시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고구려 유민들이 이곳에 정착했다고 안 할려나.

 

블로그에 소개된 여관인데 괜찮아 보인다.

 

 

여기는 공연장인가 보다.

 

 

  

호텔로 돌아와 몸의 열기가 가실 때까지 일단 방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한 숨을 돌리고 나서.

 

6시 쯤 뭔가 사진을 건질까하고 나서는데 영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제일문이라는 동문이다.

 

관리 상태가 좀 거시기하다.

 

그 근처에 제재소가 참 많다.

 

여기저기 목재 건축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어서 제재소가 호황인 듯 싶다.

 

이 근처에서 언덕에 올랐다는.

 

계단 논은 여기저기 많이 있지만 아래에서는 제대로 잡히지가 않는다는 거.

 

 

어찌어찌 하다 제법 높은 언덕에 올라가는 길을 찾아서 가보니 각이 좀 좋아진다.

 

그러나 계단 논은 여름에 별 볼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논이나 산이나 들이나 같은 색이니 구별이 안 된다는.

 

그래서 가을의 누런 상태의 논이나 겨울에 물을 담고 있는 논의 사진만 보였던 것.

 

그래도 생명의 색 녹색을 보니 기분이 열린다.

 

 

 

 

 

 

동네 뒤쪽으로는 제법 높은 산이 있다.

 

완전 분지 형태로 정말 오지 중 오지의 느낌.

 

 

 

 

물을 풀 때 사용할 나무 물통이 정겹다.

 

 

다랭이논.

 

농부들의 땀이.

 

 

골짜기에는 집들이 가득.

 

동네가 꽉 찬 느낌.

 

 

한 낮이라서 사람이 없다.

 

 

비가 많고 날이 뜨거우니 집을 안으로 들여지어서 통로를 확보했다.

 

더운 나라의 특징.

 

 

동족은 나무를 다루는 기술자들이란다.

 

솜씨 좋은 것이 한 눈에 보인다.

 

 

염색한 천들을 걸어 놓았다.

 

지금은 천연 염료가 아니라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그림으로는 깨끗해 보이니는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더럽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기서 목욕하고 놀더라는 거.

 

 

호텔로 돌아 와 집사람과 함께 식사 겸해서 나들이.

 

도중에 패키지 관광객들과 만나는데 아마도 홍콩 이런 곳에서 온 것이 아닌 가 생각이 드는 팀이다.

 

5명을 한 명의 가이드가 인솔하는데 이 중 3명은 일본인이고 나머지 두 명은 중국계로 보이는데 가이드는 영어로 설명하더라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이 중에 일본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 일본인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하니 참 멀리도 왔다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네요. ㅎㅎ

 

나중에 우리 호텔의 위치가 좋은지 우리 방 근처까지 와서 동네 소개를 해주더라는.

 

이들은 볼 곳은 다 봐야하니까 그 뜨거운 햇살아래 이곳저곳 다니더라는.

 

확실히 이 동네는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탄 동네이다.

 

우리가 오늘 버스를 타고 올 때 거쳤던 북문 근처까지 가본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서문도 있는데 서문이 더 폼이 나는군.

 

 

돌아오는데 天柱에서 黎平 올 때 같은 버스를 타고 오다 도중에 안 깨웠다고 화를 내며 내렸던 부녀를 만난다.

 

말이 통하면 좀 이야기를 해 보겠다만 뭐 통해야지.

 

수박 사는 데만 도움을 받고는 그냥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한통에 4원주고 산다.

 

말이 이래서 중요하다니까.

 

저녁은 집사람의 처방대로 요리를 했는데 꽝이었다.

 

두부에 아무 것도 넣지 못하게 하고 찌개를 끓였으니 뭔 맛이 있겠어.

 

그것도 새로 밥을 하느냐 기다리고 기다려 나온 것인데.

 

저녁도 우리가 호구인 줄 알고 열심히 바가지를 위한 노력을 하드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족 전통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부지런히 어디론가 간다.

 

공연이 있는 듯.

 

저녁을 마치고 공연장으로 향하는데 肇興빈관에서 묵고 있는 듯 한 서양 아이들이 단체로 어디론가 간다.

 

마치 행진하듯이 가기에 공연장에 가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그들이 아마 단골로 삼은 식당으로 단체 입장하는 거.

 

참 얘들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중국 얘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현지인들이 서양 애들에게 당하는 설움을 중국 애들이 대신 갚아주는 것 같아 조금 고소하기도 하긴 하다 뭐.

 

오늘 우리가 머무는 호텔은 그래도 서양 얘들이 많이 오는 것 같던데 그 호텔의 접수 아가씨조차도 영어는 한 단어도 모르니.

 

인터넷이라는 간단한 단어조차 모른다

 

그래서 VIP룸은 무선 인터넷이 된다는 줄 알고 들어 온 것인데 나중에 보니 안 되더라는.

 

공연장에 가보니 한창 공연 중인데 한 총각이 오더니 뭐라 하는데 뭔 소리인지.

 

결국은 이 단어로 요약된다.

 

‘머니’

 

세계 공통 표시인 엄지와 검지를 비비면서 우쓰콰이 이거런이란다.

 

이런 거야 잘 알지..

 

한 사람에 50원이라고?

 

흐...

 

100원이나 주고 구경하기는 좀 그렇다.

 

좀 떨어진 풍수교에 앉아서 보는 것은 공짜다.

 

조금 공연을 지켜보니 동족 언어로 노래를 하는 모양인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들으나마나.

 

 

자기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런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데 정말 돈을 받으려면 요즘 장비가 좀 좋은가?

 

무슨 뜻인지 같이 자막으로 표시해주면 좋을 듯 한데 그저 조명과 아가씨들 의상과 화장발만 내세우고 있으니.

 

이곳 고루에도 조명이 켜진다.

 

그러나 왠지 촌스러움이. 

 

  

밤에도 더위는 여전하다.

 

이제 더운 동네로 이동을 하니 가면 갈수록 더 그럴 텐데 다시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 듯.

 

내일은 이제 貴州省을 나가는가?

 

이제 여행기는 중국 광서 2010 여행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