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토요일
어제 숙소에서 빨래할 때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줄 알고 찬물로 하느냐고 손이 시려 고생했는데 사실은 샤워 장치는 따뜻한 물이 안 나왔지만 세면대에서는 나왔답니다.
한 여름에 손이 시린 경험을 해보니 별나기는 하지만 다시 해 볼 추억거리는 아니어서 아침은 따뜻한 물로 면도도 하고 세수를 합니다.
그런데 세수를 하다 거울을 보니 왼쪽 눈두덩이 부어있네요.
고산증 증세인 듯합니다.
그래도 머리가 아프거나 하는 증세는 없으니 다행이네요.
홍경천 알약을 우선 먹어 둡니다.
어제 해서 널어 논 빨래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어제부터 패니어가 너무 무거워 처지는 것 같아 야영장비는 모두 꺼내 자전거 안장에 묶고 다시 정리를 합니다.
보기에도 어제보다는 좀 났네요.
오늘 아침도 우육면입니다.
이 동네에서 아침에 밥을 얻어먹기가 힘이 드는군요.
계속 고전하겠습니다.
황중을 조금 벗어나면 오르막인데 그 오르막은 길지 않습니다.
길 상태가 좋지 않아 패니어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어 일행에 좀 뒤쳐졌는데 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그만 아찔한 경험을 합니다.
나는 황중으로 가는 길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길로 가려는데 황중 가는 길 멀리 우리 일행이 보이네요.
그래서 그 길을 따라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여기서 길을 잘못 들은 것을 비로소 알아차립니다.
다시 황중으로 갈 뻔한 것도 그렇고 여기서 길이 엇갈렸으면 고생 좀 할 뻔했습니다.
3거리를 지나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이 오르막이 끝나면 엄청나게 긴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고요.
길은 공단을 통과하는데 길도 넓지만 차량도 많이 안다니고 좋으네요.
한 공장 앞에서 잠깐 쉬면서 탱이님에게 버프를 얻어서 얼굴을 가립니다.
며칠 사이에 얼굴이 타서 엉망이 되었네요.
어쨌든 이 호젓함도 다파(多巴)에 가면 끝입니다.
서녕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면서 통행 차량도 엄청나고 게다가 먼지는 얼마나 많은지.
차량도 트럭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데 이놈의 트럭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답니다.
꼭 지나갈 때에는 경적을 크게 울려 깜짝 깜짝 놀라곤 하지요.
내가 생각했던 티벳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풍경입니다.
다파는 중국 운동선수를 연습시키는 훈련장이 있답니다.
멀리 산꼭대기에 보이는 시설인데 상당한 고지대라서 효율이 높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여자 마라톤 군단이 배출되었다는군요.
가끔씩 라사에서 오는 자전거 부대를 만나곤 합니다.
젊은이들도 있지만 노인네들도 있군요.
어쨌든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라사 선풍이라는군요.
자전거로 라사 가기는 웬만한 대학생들과 은퇴 노인들의 꿈이 되었답니다.
우리 외국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구요.
왜냐면 티벳 정확히는 신장자치구에 외국인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중국이면서 중국이 아닌 셈이죠.
자신들도 인정하는 건가요?
길가에서 잠시 쉬는데 시내물에는 뭔가가 둥둥..
아직 중국은 모든 것이 거칩니다.
그리고 아직은 티벳 고유의 모습도 없네요.
황원(湟源)까지는 철길과 고속도로가 함께 이어져 길들이 복잡합니다.
협곡으로 길들이 이어지다 보니 좁은 협곡에 철길 그리고 고속도로, 국도가 같이 지나가는 거죠.
1시 30분 쯤 황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여기까지 먼지도 엄청난 먼지였네요.
황원 입구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한 무리의 중국 청년들도 우리를 뒤따라 왔군요.
여기서 시킨 점심은 나에게는 실패였습니다.
자장면을 시킨 것인데 면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수제비 스타일이더군요.
조금 먹어보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어제 식당에서 싸온 밥을 면 대신 넣어 먹었답니다.
그래도 어제 싸온 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식당 안에는 청해성 지도가 있어서 어제 어디로 온 것인지 한참을 찾아 봅니다만 지도가 대충 나와 있어서 알 수는 없었어요.
식당 앞 기찻길입니다.
유채꽃이 정겹기는 한데 아직은 원하는 경치는 아니였어요.
이 동네도 새를 많이 키우나요?
시원찮았지만 어쨌든 밥을 먹기는 했군요.
황원에서는 이제까지 오던 서쪽으로 향하던 도로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합니다.
황원에서 도창하(倒淌河)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고속도로 대신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도면 상태가 아주 좋았습니다.
도창하는 문성공주와 뭔 관계가 있다죠?
이것은 내일 일월산을 오르면서 알아보기로 하지요.
하여튼 길 어깨도 넓어 정말 자전거 타기에는 너무 좋았네요.
그러니 먼지도 덜 했고.
물동량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나중에 안 것인데 옥수 지진 복구를 위한 물자 공급 때문에 그렇다더군요.
하지만 주변은 좀 삭막하고 안개까지 끼어있어 내가 생각하던 티벳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내일 일월산을 넘으면 진짜 티벳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탱이님이 일러줍니다.
그런가요?
화평(和平)이라는 동네에서 잠시 쉽니다.
멀리 협서성(陜西省)에서 온 트럭도 보이는군요.
한 구멍가게에서 물을 샀는데 이 주인 할머니가 우리보고 한국 사람이냐고 묻네요.
그래서 한국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답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 아리송 다리송 정말 선문답 같습니다.
여기를 지나면 터널 세 개가 나란히 나옵니다.
약수협(藥水峽) 1, 2, 3 터널.
100m가 조금 넘는 터널들인데 안에는 조명이 없어 상당히 무섭습니다.
그냥 재빠르게 통과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요.
아 조금 긴 마지막 터널만 조명이 있었네요.
120m정도 였던가요?
사진을 보고 확인을 하니 200m였군요.
왠만하면 터널로 안 다니는데, 여기는 별 수가 없네요.
머지않아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비까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합니다.
한 동네 앞에서 큰 마을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물으려고 잠깐 섰는데 몸이 사정없이 떨리네요.
고산증 증세가 나타난 것이죠.
윈드 재킷을 바로 꺼내 입습니다.
Palette님은 그냥 내달리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몸이 떨려 쉴 수가 없더랍니다.
그 근처에서 트랙터를 몰던 한 친구가 우리를 태워 준다고 따라 오더군요.
돈을 안 받는답니다.
그러나 마을도 멀지 않아 그냥 보냅니다.
탱이님이 담배만 넉넉히 주어서요.
한 동네에 도착을 합니다.
먼저 도착했을 Palette님은 보이지 않고 탱이님은 한참 처져서 나 혼자서 숙소를 찾아봅니다만
숙소는 보이질 않고 식당만 보이는군요.
난감합니다.
이 때 오늘의 천사가 천천히 등장합니다.
여기는 공안들이 과적 차량 단속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 일을 하는 한 공안이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나를 보더군요.
“안녕”
“안녕”
“나 한국인인데 여기 호텔 있어?”
“없어”
“어디 있는데”
“응, 앞으로 30km 더 가면 나와”
“안 돼... 힘들어서 더 못가”
“...”
“야 너 공안이잖아. 어떻게 해봐.”
“음”
그러더니 한 노인네를 붙잡고 뭐라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노인네 집에 가보랍니다.
탱이님이 나타나서 알아본 즉 노인네 집이 원래 숙박업소였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래도 침대가 있어서 우리보고 거기서 잘 수 있도록 부탁을 했고 노인네도 커이한 것이지요.
탱이님이 올라가 보고는 뭐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이곳에서 자잡니다.
그러지요.
금액은 그 노인네 사투리가 심한 것을 핑계로 공안에게 물어보라고 하니 공안이 10원이랍니다.
싸기도 하군.
2층으로 자전거를 올려다 놓고 침대를 보니 10원짜리로 그칠 만합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짐을 정리하고는 옆집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우리가 식당에 가는 것을 본 공안이 와서 더 도와 줄 것이 없냐고 물어보길래 더는 없고 같이 저녁을 먹자고 칭커를 하니 극구 사양을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마영(馬榮)이랍니다.
한글로 그 이름을 써주니 다시 자기 손바닥을 옮기면서 꽤 좋아하더군요.
참 더 없이 친절한 공안이었네요.
어쨌든 식당에 가서 이것저것 요리를 시켰는데 맛은 그냥 그랬습니다.
식당 안에 있던 동네 청년들에게 이 동네 이름을 물으니 일월향(日月鄕) 토이간촌(兎尔干村)이랍니다.
마치 토끼의 간이라는 소리 같네요.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 식비와 숙소 경비를 합쳐 38원씩 냅니다.
오늘은 무척 돈이 적게 든 날이네요.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올라오는데 다니는 트럭들을 보니 가관입니다.
트럭이야 운행하는 거리가 머니 그냥 갈 수는 없고 최대한 짐을 실으니 별 모습이 다 나오지요.
짐 위에 승용차를 올려 싣고 가는 트럭도 보이는군요.
길가 앞 건물 쪽 뒤에는 이 동네 전통 가옥이 있네요.
이 집도 지붕 처리가 간단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는 동네의 특징이겠지요.
숙소에 올라가니 침대가 3개 놓은 큰 방에 침대 임자들이 모두 와있네요.
할배들 3명인데 재미있습니다.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한 노인네는 성이 이씨랍니다.
나이는 62세이고요.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전하니 재미있어 죽네요.
그건 그렇고 여기는 3000m가 넘는 동네입니다.
혹 고산증 증세가 나타날 지도 몰라 홍경천 액체 약을 하나 먹어둡니다.
조그만 약병 하나를 마시니 맥박이 뛰는 것이 빨라지네요.
흥분제를 먹은 기분입니다.
물은 그저 고양이 세수할 수 있는 물만 제공되어 오늘은 가져온 물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깨끗이 닦습니다.
이제 천천히 티벳 사람들처럼 되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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