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금요일
A의 위치가 서녕서참(西寧西站)입니다(구글에서 펌)
잠을 아주 잘 잤습니다.
고지대라도 아직 2,000m대라서 고산병의 증상도 없고, 이불은 뽀송뽀송 그리고 날씨는 선선해서 잠이 잘 오더군요.
한참을 서쪽으로 와서 해가 늦게 뜰 줄 알았는데 6시 30분 쯤 일출이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어제 잔 숙소입니다.
이 숙소는 다 좋은데 아니 참을 만한데 화장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화장실은 2인 합승제라서 두 명이 동시 상영을 할 수가 있답니다.
중간에 칸막이도 없고 그냥 바로 옆자리입니다.
참으로 난처한 구조이지만 어쩌겠습니까 바로 적응을 해야지.
이 숙소가 3명이 100원이라는군요.
일인실 하나, 이인실 하나를 사용했는데 요금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잘.
그건 그렇고 일단 서녕서역 수화물 센터에 가서 자전거를 찾습니다.
우리말고도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내 자전거가 참 멀리 와 있었네요.
반갑기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어제 먹었던 식당 옆집에서 그 유명한 우육면(牛肉面)으로 아침을 대신합니다.
역 앞이라 좀 비싼 편입니다.
이 우육면으로 아침 먹기는 원래 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고통을 알리는 첫 신호였답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와 자전거 라이딩을 준비합니다.
핸들 높이도 조정하고 패니어도 달고 하니 구경꾼들이 많네요.
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은 자전거가 얼마냐는 것인데 대답을 안 해줬답니다.
가격을 알려줘 봐야 이들에게는 상실감만 들 것 같아서요.
자. 출발합니다.
탱이님의 제안대로 오늘은 황중(湟中)이라는 곳까지 컨디션 조절을 하며 가기로 합니다.
황중에는 탑이사(塔尔寺)라는 유명한 절이 있어서 그곳 구경을 하기로 한 거죠.
우리는 서녕에서 옥수(玉樹)를 거쳐 덕격(德格)까지 가기로 했는데 황중은 정 코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답니다.
조금 가서 한 약국에 들려 고산병 예방약인 홍경천(紅景天)을 삽니다.
알약과 물약 이 두 가지를 샀는데 40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길을 잘 몰라 좀 헤매다가 방향을 잡습니다.
역시 중국입니다.
철도 건널목 경고도 실감나게.
여기서 비포장길 조금 그리고는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진행을 합니다.
한참을 시내 외곽 도로를 따라 진행을 하는데 길가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교통질서가 엉망이라서 안심하고 탈 수만은 없었습니다.
택시들이 언제든지 자전거 앞을 가로 막을 수가 있어서요.
그리고 가끔씩 구경거리도 제공을 하더군요.
터미네이터 같았습니다.
왜 영화의 마지막 부분, 얼굴이 망가진 터미네이터.
한 트럭이 그러고 달리고 있더라구요.
대단한 중국입니다.
그리고 이 서녕은 유난히 현대차가 많이 보이네요.
더욱 예뻐보이는 청해성 서녕입니다.
햇살이 무지 따갑습니다.
한참을 진행하여 고속도로로 보이는 육교 밑에 도착을 합니다.
여기서 그 고속도로와 갈라지는군요.
이쯤에서 잠시 쉬며 멜론을 하나 사서 먹습니다.
딴지 오래 된 것 같은데 맛은 기가 막히네요.
쉬는 김에 점심도 해결하기로 합니다.
천진 소룡포인데 여기서 만두를 3종류 시킵니다.
그냥 먹을 만합니다.
변두리라서 요금은 좀 싼 것 같지요?
원래 도시는 분지 안에 있는 것이라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오르막이 필수겠지요.
여기도 그 틀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한낮의 땡볕에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길은 조금씩 오르막입니다.
가끔씩 쉬기로 하는데 쉴만한 장소도 마땅히 없습니다.
구멍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지만 이것도 과분한 일이더군요.
길가는 온통 쓰레기 천지입니다.
지나가던 차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밖으로 던지는 것은 이 동네 상식인 듯 하구요.
간간히 유채꽃도 피어있지만 이 동네 유채꽃은 이제 끝물이라서 끝 부분만 몇 송이 피어있는 정도입니다.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 고속도로를 옆으로 두고 된 오르막을 오릅니다.
고개 마루에는 저수지와 그 저수지를 이용한 공원이 있네요.
여기서 한참을 쉽니다.
자동차가 고장 나서 한참을 쉬고 있는 모습도 보이네요.
길가에서 차 고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그 뒤에다 돌무더기를 보통은 쌓아 놓습니다.
문제는 차를 다 고치면 그 돌무더기는 그냥 놓고 간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대단한 중국입니다.
곧 내리막입니다.
그 내리막 끝에는 갈림길이 있군요.
탑이사(塔尔寺)와 황중 시내로 가는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시내로 일단 가서 호텔을 잡고 탑이사를 구경하기로 합니다.
시내는 분지 형태라서 한참을 내려갑니다.
한참을 수소문해서 적당한 호텔을 잡습니다.
공안 사무실 바로 앞인데 외국인은 받을 수가 없다고 하다가 사장이 공안에게 가서 허가를 받더군요.
그래서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OK가 난 다음 자전거를 숙소 방까지 옮겨 놓고 탑이사 구경에 나섭니다.
삼륜차 택시로 가니 금방이네요.
길거리를 보니 버스도 많이 있었습니다.
서녕에서 탑이사가는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더군요.
절 입장료는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 무렵이라 받는 사람이 없어 그냥 패스합니다.
입장료가 있다고 들은 것 같거든요.
절은 상당한 규모입니다.
한 번 와 본적이 있는 탱이님의 안내로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지붕 형태인 다포 양식이 눈에 띕니다.
3개 언어가 쓰여진 안내판.
가끔씩 알 수 없는 글짜도.
티벳 불교의 한 사원에서 많은 티벳 스님을 만나니 드디어 우리가 티벳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네요.
그런데 여기저기 중국의 힘이 느껴집니다.
중국 정부에서 돈을 댄나요?
탱이님은 롱다, 쵸덴 그리고 천장터 등 많은 것이 궁금한 가 봅니다.
한 스님을 불러 이것 저것 물어 보는데 나는 그 스님이 회족이라는 것과 회족은 모두 이슬람교 신자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불교 신자도 있다는 것이 더 신기했어요.
그러니 아무리 대단한 절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저 그런 구경거리입니다.
정성껏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인들이 좀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이런 절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이 녹녹치 않기 때문에 마음이 찹찹할 뿐입니다.
티벳 사람에게는 이 절이 각별한 의미이겠지만 관광온 중국인들은 그저 자기네들 복을 빌 절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모택동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티벳 사원에 중국식 건물도 눈에 띄는군요.
확실히 이 동네는 강수량이 적은 듯합니다.
지붕은 그냥 흙으로 덮어 처리를 하였네요.
물론 요즘은 이런 방식이 점점 없어지나 봅니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문을 닫는 절집도 많습니다.
그 덕에 그냥 공짜로 모든 것을 해결하구요.
좀 걸었더니 다리가 아픕니다.
처음 자전거를 타서 좀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슬슬 숙소로 돌아오다가 길가에서 흔히 리치라고 하는 여지(荔枝)를 500g 삽니다.
3원입니다.
중국에서 한 근은 500g으로, 흥정할 때 이진 두오치엔하면 가격이 나옵니다.
이 여지는 이 동네에서 딴 듯 싱싱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돌아오는 길에 좋아 보이는 식당에서 해결합니다.
음식을 잘하는 집이었습니다.
밥은 우리네 쌀밥이 아니고 미판 스타일이라서 좀 아쉽지만 참 모처럼 거하게 먹습니다.
중국 사람들처럼 많은 음식을 남기는 여유까지 부려가면서..
이 동네 황중은 분명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저녁에는 그냥 썰렁합니다.
거의 패키지로 오는 사람들이라서 절 구경을 마치면 이 동네에 머무를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호텔 비용과 저녁 비용을 합쳐 107원을 냅니다.
비용 지출은 일단 탱이님이 지불을 하고 저녁에 정산을 하기로 했지요.
호텔 2인실이 146원, 일인실이 65원이었는데 다음부터 일인실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빨래를 하는데 무슨 연탄공장에서 일한 다음 빨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온 동네가 먼지투성이라는 거지요.
어쨌든 자전거 여행 첫날은 그런대로 잘 마무리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반은 아주 좋게 시작한 거네요.
중국 사람들이 자전거 탈 때 입는 우비는 살 수가 없었어요.
계속 오면서 철물점이 나오면 알아보았는데 구할 수가 없더군요.
아마도 이 동네는 언덕이 많고 동네는 작아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환경이 아니라 그런 가 봅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거의 없었으니깐요.
결국 우비 없이 여행을 하였고 잘 마무리하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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