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수요일
청도의 밤은 그다지 덥지 않았습니다.
어제 공항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 느낀 것이 시원하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오늘은 기차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마치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해 발사대로 이동하는 순서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서녕으로 이동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 거리가 무려 2,000km가 넘습니다.
시간은 30시간이 넘구요..
기차는 13시 42분 출발이니 오전에 좀 여유가 있었죠.
그 오전은 우리의 탱이님 출정식이 있었습니다.
탱이님이 속한 자전거 모임에서 걸개도 준비하고, 비록 몇 명밖에 참석을 못했지만 모임의 애정은 충분히 확인한 셈입니다.
탱이님의 자전거를 타고 도는 중국사랑은 널리 알려져 나까지 연결이 되었고, 이번에 같이 자전거 여행에 나서게 된 것이네요.
이 작은 행사를 마치고 청도 시내 까르프 옆에 있는 스포츠 전문 매장에 가서 침낭과 바닥 깔개를 구입합니다.
침낭은 오리털이 좋겠지만 그 정도 보온이 필요한 환경에서 잘 일이 없을 것 같아 가볍고 작은 봄, 가을용으로 준비를 합니다.
텐트는 집에 있던 것을 가지고 갔고 침낭(299원) 깔개(249원)도 이렇게 사서 준비를 하긴 했지만 실제로 사용한 건 침낭만 부실한 숙소에서 사용했을 뿐입니다.
사실 4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았지요.
점심을 대충 먹고 기차를 타러 청도역으로 갑니다.
자전거를 부치기는 했지만 다른 짐들이 많아 두 손이 여유 없이 가동되어야 했어요.
역 매점에서 오징어포인줄 알고 산 생선포 그리고 컵라면을 준비했는데 좀 비싼 편입니다.
웬만하면 밖의 대형 매장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겠네요.
우리가 탈 기차입니다.
기차를 타면 바꿔주면 표가 모양이 바뀌었군요.
탱이님과는 같은 객차가 아니라서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내 주변은 멀리 내륙에 사는 어린이들이 바다 구경을 온 것인지 내륙에서 온 아이들로 바글바글합니다.
란주(蘭州)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좀 더 가야하는 동네에 산다고 합니다.
영어학원에서 왔는지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승객 중에는 서역의 피가 섞인 꼬마 여자 아이도 보입니다.
역시 중국은 엄청난 대륙입니다.
바다 구경을 위해서 30시간을 넘게 여행을 해야 하는..
아래 자리가 처음에는 비어있어서 편히 앉아 갔는데 유방(濰坊)에서 임자가 나타나 탱이님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나만 통로 쪽 의자에 앉아 갈 수 밖에 없었지요.
뿌연 연무에 덮인 산동성은 평평한 지형에 넓은 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벽돌집에 빨간 지붕을 가진 집들이 간간히 지나가곤 했구요.
특이한 형태의 비닐하우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기차 실내는 깨끗했지만 통로 밖 출입구에서 피우는 담배는 여전하더군요.
가끔씩 동차 계열의 기차가 우리 기차를 앞서 가기도 했고 청도 쪽으로도 가곤 했는데 속도가 꽤 빨라 보였습니다.
중국이 많이 변하고 있더군요.
그럭저럭 저녁 시간.
탱이님이 우리 객차로 와서 함께 식당차로 갑니다.
식당차에는 별로 할 일없어 보이는 승무원들 몇몇이 죽치고 앉아 있었고 손님이 적어 한산했어요.
친절해보이지 않는 여자 아줌마에게 주문을 합니다.
4가지 요리가 나오는 정식 식사가 일인당 40원이라는군요.
맥주는 한 병에 8원.
비싼 편인데 맛이라도 좋으면 좋으련만 맛은 형편없네요.
밥은 우리 밥이 아니라 탱이님 말대로 미판..
하긴 요리 솜씨가 좋으면 이렇게 기차에서 요리사를 하겠습니까?
그래도 먹어야지 어떻하나요?
식당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다시 객차로 돌아오니 태산 주변을 지나나 봅니다.
지형이 산악 지대로 바뀌었네요.
슬슬 날이 어두워집니다.
서주(徐州) 조금 못 미쳐서 잠자리에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꿈나라로.
편한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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