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목요일
기차는 언젠가부터 어제 출발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서주에서부터 그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어요.
대충 밖을 보니 가끔 동굴집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황토고원으로 접어든 모양이더군요.
실제로 기차는 정주(鄭州), 낙양(洛陽)을 지나 서안(西安)을 향해 가고 있었죠.
이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굴집은 이제 생활 소득의 향상과 젊은이들의 이농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모양인데, 한 때 모택동이 연안에서 생활을 할 때 거주했던 집도 바로 이런 동굴집이었답니다.
중국에서 요즘 공산당 창립 90주년을 맞아 TV에서 대대적인 중국 공산당 홍보 방송을 하고 있는데 모택동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그 배경도 바로 동굴집이더군요.
그리고 모택동은 체인스모커였던 모양입니다.
그 TV 프로에서도 항상 담배를 물고 있더군요.
오죽했으면 TV에서도.
화산 근처에서 비가 내립니다.
하지만 워낙 넓은 땅이라서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더군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기차가 정차하면 객차 문을 잠근다는 거.
아마도 다른 객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화산을 지나고 얼마안가 성벽이 나타납니다.
서안이지요.
10여년전.
성도에서 북경으로 갈 때 자정 쯤 서안을 지났었습니다.
그리고는 깜박 잠들었는데 깬 것이 낙양에 좀 못 가서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구간을 밤에 지난 셈이네요.
그러니까 여기 서안을 지나 보계까지는 한번 지나간 길이지요.
물론 그 때는 밤이라서 밖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보기는 봅니다.
서역안을 출발하자 상무문(尙武門)이라는 현판이 보입니다.
기차내에서의 생활은 무지 단조롭습니다.
말이라도 통하면 옆 침대나 아래 침대의 승객과 말이라도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탱이님도 보계까지만 좌석이 있어서 승무원의 요구로 좌석만 있는 객실로 옮겨갔어요.
말이 옮겨간 것이지 사실은 쫒겨난 셈이지요.
하지만 내가 중국말을 전혀 못하는 것을 안 승무원이 좀 사정을 봐주어 그다지 빡빡하게 굴지는 않았답니다.
그래서 옆 객실 중국인들과 놀다가 가끔씩 내가 있는 객실로 올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보계까지는 침대칸이고 그 다음부터는 좌석이 없는 것(무석)으로 표를 샀는데 내 표 값보다도 더 비쌌다는 거네요.
항의를 했더니 나는 계속 여행하는 상태이고 탱이님은 다시 표를 사는 것이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렇지.
어쨌든 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내가 외국인인 줄 안 한 꼬마는 나와 부딪치자 쏘리랍니다. ㅎ
기차 안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데 한 아줌마는 777이 새겨진 손톱을 다듬는 기구 세트를 팔기도 하더군요.
777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표인데 만들기는 중국에서 만드는 모양입니다.
‘The Norin Face' 점퍼를 입은 아줌마는 내 침대의 아래 칸 주인이구요.
이렇게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안인가에서 탱이님이 빵을 사가지고 왔는데 맛은 완전 쉣이었습니다.
땅콩도 중국 특유의 향을 섞었고.
탱이님이 사 온 빵은 반 쯤 먹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가방 속에 넣어 두었는데 나중 자전거 여행할 때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광야로 버려지고 마는 신세가 됩니다.
자슥..
왠만해야지.
땅콩은 오향(五香)이라나 그런 향이 있나 봅니다.
보계(寶鷄)입니다.
보계는 성도에서 북경갈 때 거쳐갔던 역이라서 한 번 지나간 역이랍니다.
그 땐 밤이었는데 보계의 글씨가 붉은 색으로 빛나던 것이 생각납니다.
나로써는 보계부터는 처음가는 길이지요.
천수(天水)까지는 거의 평지더니 천수를 지나자 굴이 많아지네요.
굴을 지나면 또 굴...
강을 끼고 달리는데 자전거로 여행하면 좋을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주랑(화랑)이 시작되었나봅니다.
기차길 양 옆으로는 고원이 있어 긴 통로처럼 이어진 길을 기차가 달립니다.
하서주랑(河西柱廊), 하서회랑(河西回廊)이라고 하는 서역으로 가는 긴 통로가 실제적으로는 천수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집들의 모습도 특이해졌습니다.
담벼락처럼 높이 올린 벽을 이용하여 집을 지었는데 마치 반이 잘린 듯 한 집이군요.
그러니까 담은 없고 집의 외벽이 담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역사적이나 기후에 맞게 그렇게 지었을 텐데 오래 살지 않아본 나는 그 이유를 당연히 알 수가 없겠지요?
천수에서 란주 가는 길은 참 멉디다.
그러나 밖의 경치가 정말 기대하고 고대하던 실크로드의 모습이라서 지루한 줄은 몰랐습니다.
서안에서 천수까지 이어지던 고속도로는 정서(定西)에 가니까 다시 나타나는군요.
중국 전체에 걸쳐 고속도로 망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중국의 성장이 아닐 수가 없네요.
이 부근은 마치 그랜드캐년의 축소판과 같았습니다.
물론 높이와 넓이로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광활한 평원이 침식이 되어 저지대가 되고 그 저지대를 따라 기차는 달립니다.
그 저지대 경사진 밭에는 옥수수가 가득한데 이러니 그 많은 중국인들이 식량가지고 속 썩는 일은 이제 없어졌지요.
침대 좌석이 없어진 탱이님과 함께 식당차로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가격은 어제와 동일.
맛도 동일.
식당차에 가니 왠 수박을 예쁘게 잘라놓아 그것도 파는 줄 알았더니 왠 높은 사람 접대용이더군요.
그 사람 옆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별 상냥하지 않던 아줌씨가 와서 우리보고 아주 상냥하게 자리를 좀 뒤로 옮겨 달랍디다.
아마 그 높은 양반 식사하시는데 우리가 그 고상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서인가 보지요?
그래서 옮겨주었는데 철도 승무원이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니 정말 공산주의 나라가 맞는지 의심이 되더군요.
탱이님이 그럽디다.
이 나라는 당연히 계급이 없어 위아래가 상당히 자유롭다.
하지만 자기 목줄을 잡고 있는 놈들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네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모두가 평등한 공산주의 나라도 예외는 있나 봅니다.
하여튼 상냥해진 아줌씨에게 음식 주문을 해서 먹는데 어제와 달라진 것이 갈치조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썩었을 갈치가 그래도 맛이 있어 밥을 잘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란주에서 많이들 내렸고 한참을 서 있다가 황하를 따라 기차는 움직입니다.
란주에서 서녕가는 길은 마치 지질학 교습 시간 같았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지표가 져가는 햇빛을 받아 참 아름답더군요.
사진으로는 안 예쁘네요...죄송..ㅋㅋ
그러거나 말거나 해는 져서 어둠이 찾아오고 그래도 기차는 달렸습니다.
10시가 넘어 서녕역을 지납니다.
아마 역이 공사 중이어서 서녕서역이 종착역으로 바뀐 듯합니다.
집사람에게서 탱이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대단한 시기에 살고 있는 것 같네요.
한국에서 건 전화를 기차 안에서 받고 있으니.
어제 오후 1시 쯤 탄 기차를 아직도 타고 있다고 하니 놀랍니다.
나도 그러네요.
깜깜해진 시각.
드디어 도착입니다.
오늘은 하루 시간에서 한 두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모두 기차에서 보낸 셈입니다.
서역에는 palette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 미리 도착해서 숙소를 잡아놓는다고 해서 걱정 하나는 덜었지요.
출구에서 우리를 열열히 환영해주던 palette님을 만나 숙소로 갑니다.
서역 주변은 허허벌판이라는군요.
숙소도 임시 가건물 형태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방은 그럭저럭입니다.
어쨌든 짐을 방에 내려놓고는 그 근처에 있는 회족 식당으로 가서 쇠고기편육을 시켜 먹습니다.
맛이 괜찮더군요.
이 친구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돈을 바꿔 달랍니다.
그래서 우리 돈 5000원을 중국 돈 50원과 바꿔 주었습니다.
100원짜리 우리 동전은 덤으로 주고요.
이것이 외화 획득의 일환으로 벌린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많이 이어져 외화 획득을 많이 했네요.
서녕은 역시 고지대라서 밤공기가 서늘합니다.
숙소의 이불도 두툼하고요.
이제 자전거 타기의 예비 과정은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부터는 본 게임에 들어가겠네요..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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