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 2011 여행

9.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화석협(花石峽)

정안군 2011. 8. 23. 10:00

 

7월 27일 수요일

 

4,000m가 넘는 고지대라서 그랬을까요?

 

밤 새 잠을 잘 못 잤습니다.

 

탱이님도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군요.

 

palette님은 괜찮으시다고.

 

이 고산증이라는 것이 조금 웃긴 구석이 있는데 하루는 내가 괜찮고 다른 사람들이 시원찮다가 다른 날은 내가 좋지 않고 하여튼 모두가 함께 고생스런 날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놈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에게 다가오는 것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긴 밤을 비몽사몽간에 보낸 듯합니다.

 

그러니 몸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지요.

 

얼굴은 부스스하고 오랫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해 정말 거지꼴입니다.

 

그래도 동네도 마음에 안 들고 숙소도 그러니 여기서 머물 수도 없습니다.

 

동네 이름대로 온천이라도 화끈하게 나온다면 더 묵겠지만.

 

네팔의 따또빠니가 그립더군요.

 

거기는 파라다이스였는데.

 

이 동네는 서부 개척시대의 영화 세트장 같은 기분만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먼지만 펄펄 날리는.

 

후.

 

다만 숙소 주인집 꼬마는 예절바른 아이라서 나올 때도 인사는 잘 하더군요.

 

시에시에(謝謝)하면 부융시에(不用謝)라는 후렴구를 정확하게 해주는 사람은 그 꼬마가 유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 맛있게 먹던 식당에 가보니 이른 아침이라서 문을 안 열었네요.

 

그래서 그 앞 회족 식당에 갑니다. 

 

 

아줌마가 차를 내주는데 이 차가 독특하네요.

 

 

녹차에 대추도 넣어주고.

 

설탕 덩어리도 상 위에 놓았습니다.

 

녹차에 설탕을 넣어먹는 것은 이 동네가 유일한 듯하네요.

 

여기서는 분탕(粉湯)을 먹었던 기억이.

 

분탕은 당면 비슷한 것이 넣어져 있어 면보다는 나았지만 크게 나을 것도 없었어요.

 

건더기만 간신히 건져 먹다가 말았다는.

 

그건 그렇고 온천향을 떠나면 바로 고개가 시작된답니다.

 

오늘은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개 마루까지는 차로 가자고 결정합니다.

 

점점 꾀가 나기 시작하는군요.

 

트럭 운전사를 섭외해 보니 잘 교섭이 안 됩니다.

 

옥수쪽으로 가는 트럭은 빈 트럭이 거의 없습니다.

 

그 대신 돌아오는 트럭은 빈 트럭이 가끔 있더군요.

 

이 트럭도 짐을 가득 실었는데 그 위에다 자전거를 올리고 가자니까 아래 짐이 깔려 안 된다는군요.

 

돈을 준다고 해도 안 된답니다.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중국인 2인조가 우리를 위해 우리 식당에서 세수도 하고 밥도 먹던 그 기사를 열심히 설득해 보지만 결국 성공하지는 못하고 대신 오토바이 택시를 얻어 고개 마루까지 가기로 하지요.

 

어제는 차량 이동 거리가 꽤 길었지만 오늘은 그다지 길지가 않습니다. 

 

 

고개를 오를 때 오토바이 여행자 2명이 여유롭게 우리를 뒤로 하고는 손을 흔들며 먼저 갑니다.

 

역시 오토바이는 자전거보다는 낫네요.

 

이들은 라사까지 간답니다.

 

그리고 이들은 압력 밥솥까지 준비를 했더군요.

 

역시 제대로 밥을 하려면 압력 밥솥이 제일입니다.

 

어제 제대로 나온 식당의 밥도 압력 밥솥이 아니면 가능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처럼 자전거 여행객에게 압력 밥솥은 그림의 떡이죠.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언덕을 한참 올라 이름도 없고 성도 없는 고개 정상에 섭니다.

 

제법 높을텐데 이름이 없으니 좀 싱겁네요.

 

나중 탱이님의 블로그에서 확인하니 고개 이름이 강로령(姜路嶺)이라는군요.

 

하여튼 여기서 내려 라이딩을 시작하는데 그 후는 큰 고개가 없어서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만 가끔씩 지나가는 비가 문제가 되었어요. 

 

 

 

가끔씩 호숫가를 달리기도 하는데 고해탄(苦海灘)이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 내 입맛이 쓰고도 쓴데 그런 지명을 보니 갑자기 더 썼다는. 

 

 

 

 

이 동네는 정말 허허벌판이라서 갑자기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할 곳이 전혀 없답니다.

 

가끔씩 정말 가끔씩 배수구가 있는데 그것을 비가 내릴 때 만나면 천만다행이지요.

 

조그만 고개를 넘었는데 멀리 호수가 보입니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그 쪽부터 시꺼먼 구름이 몰려오더군요.

 

번개도 치면서.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다행히 배수구가 있어서 몸만 그리로 피합니다.

 

피한 김에 여기서 그 맛없는 빵을 뜯어 먹으며 점심을 대신합니다.

 

그 웬수 같은 빵을 또 먹었네요..

 

하지만 여기서도 다 먹지는 못했다는.

 

이 때 내 자전거는 그대로 비를 다 맞고.

 

불쌍한 내 자전거.

 

그런데 비만 세차게 내리는 줄 알았더니 뭔가 소리의 파워가 다르더군요.

 

그래서 잠깐 내다보니 우박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와~~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도 오래 계속되는 일은 거의 없다니까 잠시 더 기다려봅니다.

 

그 사이 내 자전거는 우박에 소나기에. 

 

 

하지만 젖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들만 패니어에 담겨 있어서 뭐 별 상관은 없었답니다.

 

마음만 조금 아팠지요.

 

요란스런 비와 우박이 북쪽으로 몰려가고 나서 우리들은 다시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다시 고개를 넘습니다.

 

이제부터는 멀리 보이는 산들이 색깔도 이제와는 다르고 느낌도 다르네요. 

 

 

 

지나온 길입니다.

 

앞에 나타날 장면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이제까지는 산이라기보다는 큰 언덕처럼 느껴졌는데 저 앞쪽으로 보이는 이 분들은 산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머리에는 희끗희끗 눈도 지고 있고요.

 

아무튼 멀리 설산이 보이고 이런 예쁜 곳을 달리니 역시 느낌이 새롭네요.

 

이제까지 오던 경치와는 전혀 달라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아니마경(阿尼瑪卿) 설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더군요.

 

어디선가 본 기억에 의하면 이 길은 마심(瑪沁)으로 연결되는데 엄청나게 험한 길이랍니다.

 

이 阿尼瑪卿 설산의 우리 소리값 아니마경은 티벳 사람들은 암네마친이나 아니마친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보통은 마심(瑪沁)이라는 동네에서 들어가는데 이 마심은 티벳 사람들이 마친으로 읽는다는거.

 

그러니까 산 이름 암네마친의 마친과 동네 이름 마친은 같은 소리 값일 텐데 한자로는 다른 글자로 표시가 되네요.

 

자기 글씨로 지명을 표시할 수 없는 티벳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이 산은 이 땅을 한 때 지배했던 위대한 왕 게사르의 전설이 있어서 티벳 사람들에게는 신산(神山)으로 알려졌다고.  

 

 

아니마경 설산이나 하대무(下大武)는 사실 같은 방면이랍니다.

 

저렇게 아주 다른 동네 가는 것처럼 안내판이 되어있는 것이 중국의 자랑이라네요. ㅎ

 

<색상이 다른 위 사진 2장은 탱이님의 솜씨입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암네마친산의 멋있는 풍경이 눈에 선한데 우리를 그냥 스쳐 지나가야만 하니 좀 아쉬웠습니다. 

 

 

 

 

서녕부터 시작한 214번 국도는 이제 400km를 지납니다.

 

우리야 황중으로 해서 좀 돌았으니 400km를 넘게 온 셈이지만 중간에 가끔씩 점프를 했으니 대략 이 정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나 싶네요.

 

여기서 오늘의 목적지 화석협(花石峽)이라는 동네는 멀지 않은데 하늘이 어째 심상치가 않습니다.

 

 

사실 비가 막 오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부대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냥 가는 분위기라서 지나쳤는데 얼마 안 되어 비가 막 내리네요.

 

이번에도 배수구로 피했지만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어요.

 

 

 

한참을 기다리다가 결국 우중 라이딩을 결정합니다.

 

사실 고지대에서 겁나는 것은 고산병보다 저체온증인데 비를 맞으면 저체온증에 걸릴 염려가 있거든요.

 

그래서 춥지 않도록 열심히 달렸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

 

이후로는 사진도 못 찍었고요.

 

결국 화석협(花石峽)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동네에 들어오지만 비는 내리고 하늘은 칙칙해서 이름처럼 도무지 예쁜 구석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남은 거리가 멀지 않아서 곧 도착할 수는 있었고 생각보다 위, 아랫도리와 장갑이 방수 대책이 되어 있는 거라서 크게 비에 젖지도 않았네요.

 

그 빗속에 탱이님이 여기저기 다녀 숙소를 정합니다.

 

숙소는 허름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제일 고급인가 봅니다.

 

우리말고도 여러 여행자들이 모이는 것을 보니.

 

저녁을 먹기 위해 7부 바지를 입고 식당에 가는데 사정없이 떨렸습니다.

 

역시 고지대에서 비오는 날의 날씨는 초겨울에 해당한다더니 그러네요.

 

만두와 쇠고기 국으로 저녁을 먹는데 어째 입맛이 없습니다.

 

또 고산증 반응이 온 듯합니다.

 

개 떨 듯 떨며 숙소에 들어가 전기장판에 전기를 꽂아 따뜻하게 하고는 좀 쉬는 모드로.

 

그래도 좀 시원찮아 감기약과 홍경천을 먹고요.

 

그런데 왠 한국인이 여기에 있다네요.

 

탱이님이 들어와서 하는 말이 여자 3인방이 이 숙소에 있답니다.

 

와!

 

우리도 대단하지만 역시 의지의 한국인들입니다.

 

이런 촌구석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다니.

 

좀 뒤에 그 3인방 아줌마들 우리 방에 왔답니다.

 

암네마친 설산 코라를 하러 왔다는군요.

 

이 설산 둘레를 한 바퀴 돈다는 의미의 코라를 한 일주일 정도 예상했다고 했던가요 아님 4박 5일을 말했는가 가물가물하지만 그 아줌마 3인방의 엄청난 계획에 입이 벌어지더군요.

 

4,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야영이나 현지인 숙소에서 머물며 코라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엄청났던 것이지요.

 

이들은 평소 알던 사이가 아니고 모두 중여동에서 만난 사이랍니다.

 

우리랑 비슷한 사연을 가졌군요.

 

어쨌든 암네마친 설산을 보기 위해서 같이 뭉쳤다는군요.

 

우리보고는 설산을 안 보고 그냥 지나 가냐고 묻습니다.

 

우리야 그냥 스쳐지나 가는 것이 계획이어서 그런 계획이 없다고 하니 여기까지 와서 코라를 안 하고 어떻게 그냥 가냐고 하네요.

 

뭐 그냥 웃을 수밖에요.

 

그 아줌마들이 돌아 간 다음 탱이님에게 말리라고 했습니다.

 

전문 산악인이나 도전할 엄청난 모험에 여성 3인방이 나선다는 것이 아무래도 무모해서요.

 

그리고 그런 고지대에 현지인이 살리도 없고 만약 산다하더라도 거리에 시간이 딱 맞아 들어갈 확률이 거의 제로거든요.

 

뭐 잘 알아보고 왔을 테니 우리는 우리나 걱정하기로 합니다.

 

우리들 모두 고산증으로 모두들 겔겔하고 있으니까요.

 

여기도 4,000m가 넘는 지역이라는군요.

 

비가 계속 내립니다.

 

한기도 대단해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오늘은 차 렌트와 저녁 그리고 숙비해서 80원을 지출합니다.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