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목요일
전기장판이 있어서 따뜻하게 잘 잘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내 얼굴 상태를 본 탱이님이 말하기를 얼굴이 좀 부었다네요.
아닌 게 아니라 눈가가 부어 눈 뜨고 감으려면 뭔가 어색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감기 증상도 없고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행인 것은 비가 일단 그쳤다는 거.
하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어요.
잘못하면 어제처럼 오늘도 중간에 비를 만나는 거 아냐?
오늘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우선 아침부터 해결을 하러 나갑니다.
하루 밤 잔 우리 숙소의 모습입니다.
실내는 공개를 않겠습니다.
그런데서 잔 우리가 처량할까봐요. ㅎ
안에 서있는 조그만 승합차가 우리나라 여인 삼인방이 타고 온 놈이구요.
비가 그치니 어제 밤보다는 한기가 덜 하지만 그래도 여름날이라기엔 너무나 쌀쌀합니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은 황하원반점인데 문을 굳게 닫았고 해서 아침은 그 옆쪽으로.
식당위의 산 모습이 좀 이국적이죠?
풀들이 간신히 돌 위에 놓여 있는 느낌이에요.
언제까지 버틸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식당 안에 들어가니 석탄을 태우는 난로가 있었는데 그 석탄 냄새가 지독합니다.
온천향부터는 모든 식당에 난로가 있었는데 그 연료는 석탄 있었습니다.
넙적하게 사각형으로 만든 석탄인데 질이 안 좋아 보였어요.
어제 아침 식사로 먹었던 분탕을 시켰더니 양고기 국물에 당면이 담긴 스타일 그대로 나옵니다.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역겨워 간신히 당면만 조금 건저 먹네요.
이렇게 먹어서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허나 뭐 도리가 없지요.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일단 출발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어제 삼인방 중 리더를 제외한 나머지 두 아줌마가 우리 탱이님을 열심히 찾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 듯하네요.
요점은 이거더군요.
그냥 코라를 하는 것은 무모하니 시작점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하루 종일 걷다가 하루 일정이 끝나는 지점으로 차가 데리러 와서 잠은 여기 숙소에서 자는 것으로 하자고 하니까 계약과 다르다고 돈을 더 내라고 한다고.
당연하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리더와 뭔 의견 교환이 제대로 안 되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총론에는 강하고 각론에는 약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 팀도 그런 가 봅니다.
코라를 함께 하는 것에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교환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깊이 개입할 사안이 아닌 듯해서 우리는 출발하기로 합니다.
하늘을 보니 반반이네요.
우리가 온 쪽은 온통 먹구름이고 우리가 갈 쪽은 가끔씩 맑은 하늘.
그래도 우리가 갈 쪽은 맑아 다행스럽습니다.
나와서 동네 주변을 살펴보니 화석협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듯 합니다.
산을 이룬 돌들이 참 예쁘군요.
거기에다 그 위를 덮은 풀들은 정말 그림 같구요.
이 동네는 달일(達日)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이기도 합니다.
도로 표지판을 보니 달일까지는 196, 마다까지 79km로 나와 있네요.
하늘소님 여행기(http://blog.naver.com/haneulso33)를 보면 하늘소님은 이 화석협에서 달일쪽으로 여행을 하죠.
가보고 싶은 길이기는 하나 이번 일정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탱이님에게 건의를 해보긴 했으나 옥수에 가는 목적이 확실해 그냥 간단히 묵살된 동네이기도 하네요.
그쪽으로 연보옥즉산(年保玉則山)이라는 아름다운 설산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연이 아니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뭐 그냥 가면 갈 수 있는 거리군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동네 화석협을 떠납니다.
다행히 출발할 때는 날씨가 불안했지만 점점 맑은 하늘이 많아지는군요.
일단 고갯길 20km를 오릅니다.
모든 동네가 그렇듯이 도시는 분지에 자리를 잡으니까 벗어나는 것도 고개 넘어 또 고개입니다.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아서 천천히 오르면 그다지 힘은 들지 않는 고개입니다.
다행이군요.
또 도중에 구경거리가 있어서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쉬어가기로 합니다.
티벳 사람들이 양털을 깎고 있더군요.
정말 순한 양이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란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양이 맞나요?
우리나라에서 보는 염소와 모양이 비슷하군요.
중국에서는 염소와 양의 구분이 없다네요.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을 보니 양이 맞기는 한가봅니다.
어쨌든 앞발이 묶인 양들은 털 깎는 사람들 앞에 놓이고 털이 깎인 놈들은 좀 어색한 듯 몇 발짝을 똑똑 뛰다가는 조용해집니다.
한 청년이 자기 사진을 찍어 달라는군요.
이 청년도 미장원에서 머리를 했을까요?
이들은 처음에는 적의를 보이다가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급 친절 모드로 갑니다.
역시 이들도 한족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어기적어기적 정상에 오릅니다.
이 고개도 성도 이름도 없군요.
그리고는 완만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바람이 조금 세게 불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자전거로 갈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거였어요.
바로 순풍을 만난거지요.
사실 자전거를 많이 타보아도 이렇게 순풍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날랐습니다.
조금 오르막이 있어도 내리막처럼 달렸답니다.
이렇게 30km 정도를 내 달린 것 같네요.
아쉬운 것은 화석협 근처에서 보던 설산들은 점점 더 멀어졌다는 것이죠.
하늘이 맑으면 보기 좋을 텐데 날이 흐려 좋은 경치가 아닙니다.
오늘도 쉴 만한 곳도 제대로 없고 길가로 동네도 없어서 그 맛없는 빵으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정말 울고 싶어집니다.
마다가 27km 남았다는군요.
여기서부터 바람은 방향이 조금 바뀌고 오르막 분위기로 접어듭니다.
그래도 주변에는 강도 흐르고 호수도 많아 경치가 좋아 다행입니다.
마다(瑪多)는 옥수가는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았기에 그 갈림길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까 조금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실제 가보니 그 삼거리에는 황하연(黃河沿)이라는 동네가 있었습니다.
그 동네 앞에는 ‘전국 생태 환경 건설 중점 실시 현 - 마다현’이라는 입간판이 서있습니다.
그리고는 동네가 나오는데 그 동네 분위기는 온천향이나 크게 다르질 않네요.
그냥 지나가는 운전자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도시 냄새가 납니다.
마다와 옥수 갈림길 안내판입니다.
마다까지 3km니까 오늘 76km를 탄 셈이군요.
황하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마다 방면으로 98km라는군요.
또 황하의 발원지 그리고 천개의 호수가 있는 마다라고 자랑하는 간판이 서 있습니다.
문성공주를 맞이하는 손챈감포 왕이 이곳까지 와서 별궁을 짓고 첫날밤을 맞았다는군요.
그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냥 황량한 도시에 불과합니다.
여기가 진짜 마다가 아니라 황하연이라서 그런가요?
길가에 이름도 찬란한 빈관이 있어서 물어보니 시설은 형편없는 것이 120원이나 달랍니다.
그런데 욕실도 없답니다.
뭔가 웃기는 빈관이네요.
그 앞 숙소를 잡습니다.
무지 허름하지요.
그래도 날이 좋아 햇볕이 잘 들어 분위기는 칙칙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아 주변 분위기만 그렇다는 말입니다.
숙소 분위기가 좋다는 말이 아니고.
숙소는 정말 허름하네요.
잠시 쉬는데 머리가 좀 아프군요.
어제 화석협보다 더 높다네요.
그러니까 연속 3일을 4,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자는 셈입니다.
그러니 당연 몸에 무리가 가겠지요.
오늘 순풍 덕에 조금 일찍 도착을 했지만 놀 거리는 전혀 없는 마을이라서 여기서 3 km정도 떨어진 마다에 가보자는 말도 나왔지만 거기라고 뭐 좋은 게 있겠나 싶어 그냥 머뭅니다.
숙소를 함께 하는 식당에 가서 볶음밥과 청초육사를 시켜 먹는데 볶음밥은 괜찮았지만 청초육사는 실패입니다.
이 집이 회족 식당인 것을 깜빡했네요.
청초육사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제 맛인데 돼지고기대신 쇠고기를 넣었으니 맛이 제 맛이 아니더군요.
버프를 쓰고 모자를 썼더니 그 틈이 있어 너구리 스타일에 안경다리 자국만 희고 나머지는 까만 그런 무늬가 생겼습니다.
이거 개학하면 팬 관리를 해야 하는 나는 이제부터라도 얼굴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이 황하연이라는 마을에서 무거운 몸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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