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 2011 여행

8.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온천향(溫泉鄕)까지

정안군 2011. 8. 22. 14:57

 

7월 26일 화요일

 

오늘까지는 적당한 거리에 숙박지가 있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여기까지 왔지만, 다음 숙박을 할 수 있는 동네는 온천향(溫泉鄕)이라는 동네인데 거리가 제법 되고 중간에 높은 고개가 두 개나 있어 만만치가 않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연속 4일을 자전거 타다 보니 체력이 달려 좀 쉬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아침에 오늘 일정에 대해 상의를 합니다.

 

그 결과 오늘 오전은 차편으로 점프를 한 다음, 오후에는 좀 쉬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어제 얻어먹은 저녁 때문에 부담이 되었는지 숙소 부녀는 꽤 신경을 쓰네요.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난 미스 방은 어제 4시간 밖에 자질 못했다고 합니다.

 

이 동네 길가에는 가수(加水)라는 표지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띱니다.

 

이는 긴 고개를 내려오면 여러 번 브레이크를 밞아야 하는데 이 때 브레이크 디스크가 과열되지 않도록 물을 뿌려 주면 많은 물이 필요하겠지요.

 

긴 고개를 내려오면서 많은 물을 사용한 트럭들은 고개를 다 내려와 이 집 같은 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차에 물을 공급받곤 하는데 이 동네 트럭들은 워낙 장거리를 다니다보니 밤에도 이런 일이 많이 있나봅니다.

 

이 집은 숙소는 그냥 부업이고 가수(加水)라는 일이 주업이 아닌가 싶네요.

 

그렇게 버는 돈이 꽤 짭짤하니 딸을 대학까지 보낼 수가 있었겠지요.

 

이 미스 방도 한국에 대한 호감이 꽤 있고 한국도 가보고 싶지만 자기는 얼른 졸업해서 동생들 학비도 보태고 엄마 병도 고쳐 드려야 된다네요.

 

효녀입니다.

 

어디서 났는지 조그만 배를 가져와 맛을 보게 했는데 보기보다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배는 우리나라 배처럼 둥근 모양이 아니라 조롱박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크기도 아주 작지요.

 

어쨌든 부녀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와 일단 자전거를 끌고 동네 중심가로 가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는데 마땅한 것이 없네요.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간신히 만둣국으로 해결합니다.

 

여기도 회족 식당이었습니다.

 

작은 동네라서 아침을 일찍 준비하는 식당이 거의 없네요.

 

정말로 이 동네에서 아침에 밥 얻어먹기는 정말 힘들군요.

 

그리고는 우리를 온천향까지 데려다 줄 차를 수소문합니다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알아보고 한 끝에 경운기 엔진을 단 차 하나를 섭외하여 온천향까지 가기로 합니다.

 

아마도 마다(瑪多)나 옥수(玉樹)로 가는 차들이 여기를 지나니까 시간을 잘 맞추면 공공 시외버스를 탈 수도 있겠지만 시간도 확실하지 않고 일단 이동을 해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많은 티벳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을 합니다.

 

물론 먼 길 떠나기 전에 주유소에 들려 기름 넣은 것은 잊지 않구요.

 

 

 

 

 

 

 

동네를 벗어나면 점차 오르면서 경치가 좋은 산악 지대로 접어듭니다.

 

앞에 놓인 산을 보아 엄청난 고개가 기다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터널이 있네요.

 

 

 

아마 터널을 뚫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터널을 보니 좀 아찔합니다.

 

그냥 자전거로 올라 왔더라면 이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든 거죠.

 

물론 터널 위로는 옛길이 구불구불 올라가지만 그 높이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탔더라면 아마도 그 고개 옛길로 올라 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요.

 

어쨌든 그 터널을 지나는데 중국 터널답게 조명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뭐 있으나 없으나 어둡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캄캄한 굴속을 그냥 자기 불빛으로 알아서 빠져 나가는군요.

 

그냥 차를 이용해서 이 구간을 점프하기로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것 같네요.

 

2,300m라는 긴 굴을 빠져 나오면 다시 초원 아래로 한참을 내려갑니다.

 

그 길을 다 내려가면 흥해(興海)가는 길과 갈라지고 그쯤에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집들이 있군요.

 

혹 그냥 자전거를 타고 왔을 경우 이런 집을 잘 섭외하여 잘 수밖에는 없었겠어요.

 

 

 

 

 

 

 

 

 

 

 

 

 

그리고는 평원을 한참 달립니다.

 

여기는 양들을 키우는 모양입니다.

 

아직 야크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씩 고개를 넘고 물을 만나면 여지없이 물을 넣습니다.

 

 

 

 

이른바 가수를 하는 것이네요.

 

많이 올라온 모양입니다.

 

 

이제 가끔씩 야크도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온천향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엄청난 고개가 시작합니다.

 

 

 

 

 

 

길은 완만하게 오르지만 그 오르막이 대단하군요.

 

어쩌다 맞바람이 치면 마치 시베리아 한 겨울 강풍을 맞는 것처럼 달달 떨기도 해 가면서 오릅니다.

 

중간에 큰 트럭이 옆으로 누워있네요.

 

무척이나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구불구불 한참을 오르니 고개 정상입니다.

 

어머나, 4499m입니다.

 

생각보다 높은 고개네요.

 

 

 

 

고개이름은 악랍산(鄂拉山)이군요.

 

아마 티벳 말로는 에라 아닌가 싶네요.

 

정상에 서니 옷을 얇게 입은 탓에 무지 춥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여기서 라이딩을 하며 온천향까지 간다고 하네요.

 

나는 추워서 그냥 내려가려고 했더니 차는 여기서 돌아간다고.

 

 

할 수 없이 내려서 언덕을 타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을 운전기사에게 연양갱을 하나 선물로 주니 고맙다는군요.

 

이제 엄청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으니 신나게 내려가 보지요.

 

가끔 비포장이 나와 신경이 쓰이고 너무 과속이 되면 위험할까봐 속도를 줄이기는 하지만 아마 이제까지 최고 속도가 나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신나는 라이딩이었습니다.

 

정말 한참을 내려가도 온천향이 나오질 않고 또 다시 오르막이 나오기에 일행을 다 내려오기를 기다립니다.

 

좀 더 가면 된다는군요.

 

작은 오르막을 넘으니 아래로 동네가 보입니다.

 

 

오늘의 목표 온천향입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온천이 있을까요?

 

허름한 온천이라도 있으면 몸을 푹 담그고 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동네 입구에는 티벳을 상징하는 롱다 같은 것이 많이 장식되어 있지만 동네는 마치 서부영화에 나오는 세트장 같습니다.

 

 

황량하고 먼지만 날리는 그런 멋없는 동네가 나타나더군요.

 

산과 들의 풍광은 좋은데 동네는 예쁘다는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마을입니다.

 

 

숙소를 대충 잡고 사천식당으로 갑니다.

 

정말 허름한 식당인데 음식은 최고였습니다.

 

밥도 미판이 아니라 우리 쌀밥에 최대한 비슷하더군요.

 

청초육사와 감자볶음도 최고였어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아니 이번 여행을 하면서 최고의 요리를 여기서 만났지요.

 

그러나 그것 말고는 어느 것도 좋은 것이 없었네요.

 

숙소는 허름 그 자체고.

 

이 동네는 장거리 운전을 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하는 목적에 만들어진 동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티벳 마을과는 거리가 먼.

 

 

쉬고 있는 트럭 운전석을 보면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니 여러 가지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오후를 그나마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서 미장원에 가서 머리단장을 하려고 했더니 미장원에는 티벳 청년들이 파마하느냐 가득 차 있어서 머리 감는 것은 할 수가 없었네요.

 

처음 이틀 정도 머리를 감지 못하였을 때에는 머리가 무지하게 가렵더니 지금은 오일 정도 못 감은 것 같은데 전혀 가렵지가 않습니다.

 

고지대라서 땀이 나질 않아서 그런가요?

 

미장원에 가보니 티벳 청년들 사자 머리는 그냥 자연 머리 기름으로 그렇게 되는 줄 알았더니 미장원 아줌마들의 파마 솜씨가 발휘된 것을 처음 알았답니다.

 

미장원에서 퇴자를 맞고 뭐 재미있는 것이 있나하고 길가를 다녀 봐도 온통 먼지이고 황량함에 어디 마음 둘 곳이 없어 그냥 숙소에서 빈둥거립니다.

 

 

그리고 점심 먹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자채단화(紫菜蛋花)라고 미역국 비슷한 것과 어향가자(魚香茄子)라는 가지 요리로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그 중국판 미역국이 좋았네요.

 

점심 때 온천에 대해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 지저분한 식당 주인이 하는 말이 티벳 사람들이 이용을 하는데 더러워서 자기들은 안 간다는군요.

 

알조더군요.

 

그래서 온천에 대한 기대는 일찍 접었답니다.

 

그리고는 온천이라는 동네에 따뜻한 물은 보온병에 담긴 물이 전부였답니다.

 

여기는 해발이 4,000m가 넘는다네요.

 

많이 고지에 적응이 되었는지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는데, 기온이 상당히 밤에는 기온이 상당히 낮아지는지 전기장판이 있더군요.

 

처음으로 전기장판에 이불이 부실해서 청도에서 산 침낭을 덮고 잤더니 아주 포근하게 잘 수가 있었습니다.

 

한 여름에 전기장판이라.

 

대단한 동네에 왔습니다.

 

모처럼 집사람과 통화를 합니다.

 

서울에 물난리가 났다는군요.

 

이 동네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정말 딴 나라 이야기 같더군요.

 

오늘은 차량 렌탈비 점심 저녁 식사와 숙소 비용으로 138원을 지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