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수요일
어휴~~~
너무 늦게 잤는데도, 2시간 시차가 무섭기는 무섭다.
실컷 잤는데도 밖은 아직도 어둡다.
여기도 6시 쯤 되야 조금씩 밝아 오던데 그 시간이면 우리나라는 8시.
그러니 아무리 피곤해도 절로 눈이 떠지지.
호텔에서는 한국 YTN 방송이 나오던데 오늘이 무척 춥단다.
그런데 이게 완전 남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춥던지 말던지.
우리만 일찍 일어난 것이 아니고 같이 일찍 일어나신 두 노친네는 아침 먹으러가자고 성화가 보통이 아니시란다.
그래서 7시에 시작되는 뷔페에 가는데 시간이 일러 음식도 다 나오기도 전에 우리는 식사를 끝내버렸다.
가다가 잠깐 밖을 내다 보니 주변은 허름한 동네.
아침 식사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양상치 샐러드에 토스토 몇 장을 엄마에게 드리니 드시기는 하던데 이거 원~~
물론 한국인에게 입맛을 맞춘 것은 없었지만 내가 다 미안하더라고.
식사 후 주변을 좀 돌아보았다.
우선 방콕 시티 호텔의 모습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앞 모습이 단정하더라고.
이 근처는 전체적으로 시장 통인데 아침 시간이라서 문을 열어 놓은 곳이 많지 않았다.
하긴 어제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식당에는 사람들이 벅적대었으니 일찍 열겠어?
우리나라나 24시간 돌아가지 이런 열대지방 나라들은 그렇게 일하면 제대로 못 산다.
가게 앞 모형들이 앙증맞다.
한국 사람들도 곧장 오는지 한국어 안내지도 붙어 있다.
태국말로 ‘부리’라는 말이 개천을 뜻하는가?
‘페차부리’라는 이 동네 지명은 골목이 대개 복개된 하천인데 이 골목을 따라 가면 시내 운하로 연결된다.
‘쌘쌥’운하라는 놈이다.
이놈을 타고 가면 카오산 근처 민주기념탑 언저리까지 갈 수가 있다.
수상교통망으로 이용되는 이 운하는 우리 가카가 그렇게 염원하던 그런 스타일인 셈이다.
여기에 담긴 물은 순환이 잘 안되어 시궁창이라고 밖에는 표현하기가.
이 근처는 하수구에서 나오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골목길까지 살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점심은 이 집 황씨 댁에서 해결을 하면 좋겠다.
이름도 황점심이니.
탁발에 나선 스님.
탁발할 때는 반드시 맨발이어야 한다고.
비행기가 오후 4시라서 시간을 널널한 편.
잠시 후 장모님과 함께 본격적인 시장 나들이.
물론 나는 재탕이지만 전보다는 문 연 가게가 더 많아 좋기는 했다.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구이가 우리를 유혹한다.
이놈들이 나에게는 태국의 맛이다.
흐~~~
맛있는 쏨땀.
망고스틴은 사서 들고는 그렇게 먹고 싶었던 쏨땀을 사먹는데 처음 먹을 때는 맛이 있더니 좀 익숙해지니까 훌륭한 요리 솜씨는 못 되더라는 거.
그런데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호텔 카드키를 흘렸나보다.
어떤 여자애가 쫒아 오더니 카드키를 내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와~~
이래서 내가 태국이 좋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기를 띠는 시장 골목.
이런 곳 구경이 나는 좋다는.
부켄빌레아.
내가 좋아하는 놈인데, 이놈은 꽃 색깔이 더 단정하고 예쁘더라.
꽃이 예쁘니 아까 카드를 주어 가져다 준 여자 아이가 더 예뻐 보인다.
지금도 그 여자 아이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뭔가 곤경에 빠질 것 같은 사람을 구해주었다는 뿌듯함이 담긴 얼굴이.
그래 고마워~~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 놓은 채로 옆 식당에 가서 엄마가 그토록 원하는 쌀국수를 먹었는데 입맛에 아주 잘 맞나보다.
물론 조미료 맛에 익숙해져있는 분들이라서 그 맛이 더 좋았을지도.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서양 청년과 태국 여자의 커플이 눈에 띤다.
한 여성의 희생으로 집안이 살아난다는 순애보가 아직도 태국에서는 진행형이다.
택시로 다시 공항에 간다.
어제는 어두워서 잘 못 보았는데 한국타이어, 삼성 등 한국 기업 간판이 즐비하다.
그러나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거의가 일제.
태국의 일본사랑은 극진하기까지 하다.
일단 출국장은 4층이니 2층까지 내려가 어제 맡긴 짐을 찾는다.
그리고는 다시 4층 출국장의 에어아시아 창구로 가서 짐을 부치고 천천히 게이트 쪽으로 이동한다.
에어아시아 창구는 엄청난 인파이다.
하여튼 에어아시아는 장사의 귀재라는.
이 태국 공항은 철저히 신자유주의 노선에 충실한 공항이다.
쉽게 말하면 돈에 환장한 스타일이라는 거.
비행기를 타기 위한 게이트는 멀리 있고 그 전에 상품 매장이 쭉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이가 엄청나다는.
게다가 에어아시아는 F열 맨 끝이다.
휠체어 서비스 신청을 하지 않아서 어렵게 이동을 했다.
점점 더 꼬부라지는 우리 엄마 허리가 안쓰럽다.
그래도 다행히 소파가 있어서 기다리기는 최상의 조건이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우리 모친은 안절부절못한다.
얼른 막내아들을 보고 싶은데 시간이 무척이나 안 가는 모양.
아마도 반갑기는 해도, 가주면 더 반갑다는 속담이 딱 맞을 상황이구만.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손자가 오면 반가운데, 가면 더 반갑다고.
흐~~~
비행기 수속 상황이 벌어지는 안내판을 보니 정말 방콕 공항이 국제적으로 논다는 것이 실감난다.
거의 5분 간격으로 전 세계를 향해 비행기가 날라간다.
기다리기가 지루해도 그래도 시간은 간다.
승객 대개가 유러피언.
자국민 미얀마인은 손꼽아 셀 정도다.
시간이 되어 수속을 마치고는 뷰웅~~
비행기를 타면 나는 바쁘다.
왜냐고라?
출입국 카드 4장을 써야 하니.
게다가 이놈의 미얀마 서류는 엄청나게 많기도 하다는 거.
한국에서 비자를 신청할 때 한 뭉탱이를 주는데, 이것에다가 비행기에서 주는 서류 2장씩이나 더 써서 제출을 해야 한다는.
이렇게 비행기는 날라서 우리를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데려다 주었다.
드디어 감격에 겨울 미얀마에 도착한다.
입국 수속을 하는데 우리 어머니는 바깥에 막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면서 두리번거리느냐고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입국 수속을 하는데 심사관 아가씨는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안녕하세요’란다.
우리 어머니에 그냥 무덤덤.
그런 모습에 우리 엄마는 혹시 여기가 한국인줄 착각할 수도 있겠다.
공항에서 입국심사관에게 한국말로 인사 받기는 처음인데, 그 의미를 우리 엄마가 아실라나?
하긴 지금도 여기가 어딘지 그 상황이 정리가 잘 안되시는데 거기까지는 무리일 듯.
짐을 찾는데 밖에 막내 부부의 모습이 보였나 보다.
난리가 났다.
얼른 나가시려고.
나도 그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나야 이런 때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왜냐면 이럴 때 분실의 위험이 크니깐..
어쨌든 동생 부부와 엄마가 만나는 것으로 ‘러브 인 미얀마’ 미션은 이것으로 일단 끝이다.
이제부터는 동생의 몫이다.
내릴 때부터 보니 양곤 국제공항 정확히는 양곤 밍글라돈 국제공항이 많이 좋아졌다는.
지난 번 왔을 때는 수동식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식으로 바뀐 셈이라고나 할까?
미얀마 국도 1번 대로로 나서니 도로 사정도 많이 좋아졌다.
도로는 달리는 차도 그 때보다 새 차도 많이 보이고.
허나 택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상태가 별반 차이가 없다.
동생네 집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창밖으로 멀리 쉐다곤의 불빛이 보이고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둡다.
금덩어리 쉐다곤.
미얀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생이 미개한 나라에서 굉장히 허름한 곳에 살고 있을 줄로 상상하고 있던 엄마는 나름 괜찮은 곳에서 사는 막내아들의 모습에 굉장히 기쁜가 보다.
언젠가 큰 태풍으로 피해가 막심할 때 그 모습을 TV로 본 우리 엄마는 충격을 받아 머리에 이상이 생기기까지 했으니.
동생 부부가 사는 곳은 사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허름한 건물이지만, 이 도시 기준으로 하면 서울 강남의 타워 팰리스 수준이라고.
이렇게 미얀마의 3번째 입국이 실현되었다.
그리고 맞이하는 한국 식탁.
외국에 나와서 적어도 무엇을 먹을까 걱정할 일은 없어서 너무 좋다.
적어도 이번 여행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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