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목요일
태국 시간보다 30분이 더 늦춰졌으니, 정말 꼭두새벽에 눈은 반짝, 귀는 쫑긋.
여기 미얀마는 태국보다는 30분, 우리나라보다는 2시간 30분이 늦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8시 반이 태국에서는 6시 반이고, 미얀마는 6시인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피곤해도 이 동네 6시면 눈이 떠지기 마련인 거.
문득 밖을 보니 여명이.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얼른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 촬영 모드로 간다.
양곤은 고층 빌딩이 거의 없는데, 동생네가 사는 곳은 고층 빌딩이라서 전망이 아주 그만이다.
일단 찍고 찍고 또 찍고.
숲의 도시답게 나무가 울창하고 그 사이로 건물들이 놓여 있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그래도 저번 태풍에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서 많이 줄어 든 것이라니.
이제 개발의 손짓이 이 도시를 덮을텐데 그렇더라도 숲의 도시라는 이름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찍고 보니 노출 부족이라서 흔들린 장면이 많아 계속해서 날이 밝아오는 대로 여러 번을 찍어 본다.
참 아름답다.
멀리 파고다가 보인다.
날이 밝아지니 퍼야의 조명도 꺼지는구나.
이렇게.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양곤의 모습이다.
파고다 이 동네 말로 퍼야의 모습이 양곤이나 미얀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은 정전이 되어도 퍼야는 정전이 안 되고 모든 재화가 모여서 만들어진 퍼야.
아파트 아래로 숲에 쌓인 동네의 모습도 보이는데 안개에 젖어 몽환적인 모습.
멀리는 쉐다곤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까마귀 떼가 여기저기 나른다.
이런 것을 보니 미얀마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머물렀던 인야 호텔 정원을 가득채운 까마귀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멀리 보면 정말 몽환적이 모습이지만 가까이는 현실이 보인다.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쓰레기.
그리고 그냥 맨 땅이 들어난 바로 앞 마을.
그 사이 해는 조금씩 그 밝기와 높이를 더하고.
이제 도시도 미명에서 깨어난다.
이른 시간이지만 더운 나라답게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그리고 일터에 나간다.
지난 밤에 더워서 잠을 설쳤다.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그냥 잤는데 이곳 사람들은 쌀쌀하다고 하지만, 우리야 영하의 날씨에서 놀던 사람들 아닌가.
그래도 아침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보니 피곤이 금방 없어진다.
아침을 먹고는 띠리 밍글라제에 가기로 한다.
띠리 밍글라제는 농산물시장이다.
띠리는 영광 뭐 이런 뜻이고 밍글라는 축복의 의미란다.
그리고 제는 시장을 뜻하고.
미얀마에 처음 왔을 때 가봤던 시장이 아니고 옮겼단다.
동생네가 사는 아파트.
길에 나서니 좀 사정이 많이 나아진 듯.
많이 깨끗해졌다.
2년여를 연마한 동생의 미얀마어 솜씨가 제법이다.
우리부부와 동생부부 그리고 노친네 2명이 함께 이동을 하니 택시 잡기도 어렵다.
이 동네는 아직도 중고차 시장을 실세들이 꽉 잡고 있어서 가격도 엄청나서 차 구입하기가 쉽지가 않단다.
그래도 이 동네 군바리 대장인 딴쉐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 뽑는 것을 허용하는 등 조금 국민들의 숨통을 트는 정책을 내놓고 미국도 무역제재를 풀려고 하면서 변화가 감지가 된단다.
개방해봐야 잘 나가는 놈들은 더 신나고 서민들의 등은 더 휘어지게 되어 있지만, 군부 독재에 오랫동안 시달리던 국민들은 그래도 뭔가가 되지 않겠냐고 기대감이 조금은 있다고.
그러다가 기대가 무너지면 심한 상황으로 몰릴 텐데, 그렇게 되기 전에 더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거야 이 동네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어쨌든 그 영향으로 집값이고 물가고 온통 다 올랐단다.
론리플래닛에서 말했던 믿을 수 없는 미얀마 시리즈 중 믿을 수 없을 만큼 싼 동네라는 말은 이제 전설이 될 듯하다.
그래도 우리 기준으로 하면 많이 싸기는 한데, 그것은 농산물 이야기이고 공산품으로 들어가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왜냐고?
공산품은 모두 수입품이니깐.
택시로 한참을 간다.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을 하니 양곤 강변에 지어진 모양이다.
붉은 색 원으로 표시한 곳이 농산물 시장이다.
택시는 처음 왔을 때 그 모습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
폐차 직전이 아니라 폐차장에서 가져온 듯한 모습이.
농산물시장은 활기로 넘쳐났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가본 농수산시장과 분위기가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서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계열이었으니 인종은 비슷하나 시설이 말레이시아가 좀 나은 편이었다.
농산품의 부패한 시큼한 냄새에 이런 분위기가 섞여서 흥미가 그야말로 진진이다.
장 구경에 나선 장모님과 어머니.
우린 채소보다는 과일에 흥미가 있다.
이렇게 채소도 많아요.
우리랑 비슷한 것이 많고, 생소한 것은 적고.
대바구니는 수제품.
이 동네는 수제품은 싸고, 공산품은 비싸다.
이놈들은 사과.
우리 집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두리안.
망고는 철이 아니고 오렌지가 주종인데, 가만히 보니 이 동네도 수입품이 참 많다.
두리안은 태국산이고 사과는 중국산.
모두 육로로 접근이 가능한 나라이니 트럭으로 퍼 나르는 모양이다.
마치 일본 산 돔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먹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동글동글한 글씨가 재미있는 미얀마 글자.
체력이 약한 어머니와 장모님은 남의 가게 앞에 앉아 쉬는데 착한 미얀마 사람들 아무 말을 안 한다.
싸지만 무게 때문에 살 수가 없던 수박.
건기인 요즘이 맛이 제일 좋다는데 아쉬움이.
하지만 사실 요즘은 우리나라 겨울에 해당하는 건기라서 과일이 별게 없단다.
중국산 사과는 이 동네에서 꽤나 인기 품목인 듯 물건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망고스틴도 별로 없고.
파파야를 조금, 파인애플은 많이 그리고 두리안도 조금 사서 돌아온다.
참 과일계의 버터라는 아보가도도 샀네요.
아보가보는 과일계의 버터라고 영양이 아주 풍부한 놈인데, 이놈을 갈아서 초코 시럽을 뿌려서 먹으면 정말 맛이 끝장난다.
사진 거리는 무궁무진한데 몰카를 하자니 좀 거시기한 것이 있어 이것 가리고 저것 가리다 보니 별 소득이 없었다.
올 때 탄 택시의 안 모습.
오는 택시나 가는 택시나 우리나라 폐차장에서도 제일 계급이 낮을 정도로 형편없는 놈인데 정말 굴러가는 것이 신통방통할 정도이다.
그러니 매연이 엄청난데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하긴 원유를 생산하면 뭘 해?
석유 정제 기술이 없어서 원유는 수출하고 정제유는 수입하는 나라인데.
이건 완전히 밑지는 장사 아닌가?
하긴 이런 자원 때문에 중국 놈들이 난리이고 미국 놈들은 이 중국 놈들 때문에 미얀마 시장에 들어오려고 난리이다.
우리나라도 곧 미얀마 러시가 시작될 것이다.
벌써 이것을 감지한 한국 사람들 이 양곤에 엄청나게 몰려 왔단다.
그건 그렇다고 하고.
아침에 사진 모델이 된 퍼야.
낮에 햇살을 받으니 멋지네요.
나중에 확인에 들어가니 Swal Daw Pagoda 라는.
숲의 도시 양곤.
건물들은 낡았어도, 숲은 정말 탐난다는.
멀리 양곤의 자랑 쉐다곤이 보인다.
온통 순금으로 만들어 진 쉐다곤 퍼야.
미얀마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돌아와서 과일을 좀 먹고 배도 꺼지지 않았는데 점심 먹으러 또 나들이이다.
갈 곳은 깐또지 호수 옆에 있는 로열 가든인데 꽤 유명한 곳이란다.
가보니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꽤 비싼 곳이지만 우리 감각으로는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식당이라서 마파두부, 궁보계정, 공심채 볶음과 딤섬 몇 종류를 시켰는데 마파두부는 좀 수준 미달이고 다른 것은 괜찮았다.
천천히 여유 있게 음식을 즐기는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웨이터 서비스를 받으면서 밥을 먹어보랴 싶다.
잘 먹고 디저트로 과일과 푸딩을 시켰는데 하나에 700짯이니 1,000원 정도 되나보다.
모처럼 남의 나라와서 대접을 잘 받으며 호강한다.
식사를 마치고 슬슬 걸어 나오는데 공원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중에 보니 오늘이 미얀마 휴일이라고.
다시 택시로 집에 돌아온다.
택시는 기본이 1,000짯 정도이고 시내에서 먼 거리는 3,500짯 정도 준단다.
우리나라 돈 1,500원이 미얀마 돈 1,000짯 정도이니 이 동네 물가로 싼 금액이 아니다.
물론 시내버스도 다니지만 이 동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서 번호를 알아내기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에 걸리면 콩나물시루보다 더해 감히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 낮 한가할 때에는 한 번 정도 타보면 재미는 있다.
한 번 타는데 우리가 처음 왔을 때는 20짯이었는데 지금은 50짯이라나 뭐라나.
대개는 일제 폐차를 가져다가 쓰는 것이라서 원 문짝이 반대편에 있는데 그쪽은 막았고, 새로 문을 만들어 쓰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이번에 보니 새 버스가 많이 다니던데 중국산이었다.
중국산도 중고가 몰려오는 모양이다.
하여튼 핸들 방향을 보면 가관이다.
차 운행 방향은 우리나라와 같은데 일제 수입품이 많아서 운전대는 반대쪽에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니.
그것만 보아도 묘기 대행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아무튼 집에 돌아서는 그래로 빈둥거리며 늘어지기.
아무래도 더우니 늘어져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
이놈을 보니 동남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도마뱀이 실내에 사는데 모기도 잡아 먹고 사람에게 별 해를 주지 않는다는 놈.
동생네에는 3 마리가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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