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웬 일입니까?
골프가 땡깁니다.
사실 제 작년 겨울에 노후를 동남아에서 보낼 마음으로 골프를 준비했었습니다.
준비라는게 대단한 것이 아니고 골프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는 것이었죠.
그 때는 겨울이라서 마땅한 운동거리도 없으니 돌아가지 않는 허리를 탓하며 열심히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둘렀답니다.
아이언 7번으로 한 달 이상을 하다가 드라이버로 가니 날개가 돋는 것 같데요.
그렇게 드라이버를 며칠 휘둘렀는데 그리고 어느 날.
그 날 따라 감이 기가 막힌겁니다.
골프공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본다고 하잖아요?
맞는 소리가 경쾌한 것이 감이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점점 힘이 들어가고.
그리고 그 날 밤에 등짝에 담이 붙어서 한 숨도 못자고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진통제 처방을 받는 것으로 골프 인생을 끝냈습니다.
그게 제법 오래 가서 이미 낸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더 이상 연습장에 나가 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따뜻한 춘삼월이 오니 골프는 이미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없었습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온 것이지요.
이렇게 재미있는 자전거를 두고 허구헌날 그 조그만 공을 치느냐 좁은 실내에서 진을 뺀다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디다.
그리고는 기상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때 가끔씩 집에서 아이언 7번을 운동 삼아 휘두르던 것이 골프와의 인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언젠가 후배에게서 들은 골프장 생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싱글을 자랑하는 실력이고 치앙마이에서 살 때 한국 사람들의 호출을 받아 여기 저기 다녔는데, 그 때 치앙라이의 한 골프장이 아주 좋다더란 말을 하는 것을 들었거든요.
여기 저기 찾아 보니 산티부리 골프장 같았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우리 집에서 대략 20km 쯤 되더군요.
치앙라이에 그곳말고도 워터포드 벨리 골프장도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해피 시티 골프장도 있다는데, 그곳은 차를 렌트할 기회가 있으니 그 때 가보도록 하지요.
공항 앞길을 따라 넓은 길을 신나게 달리면 THOENG(토ㅔㅇ)가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왼쪽을 따라 얼마를 가면 골프장을 안내하는 걸개를 만납니다.
그 중에는 한국 골퍼도 있더군요.
사거리를 만나면 다시 왼쪽으로 꺽어 2km를 더 가면 산티부리 C.C가 나타납니다.
밖에서 봐도 아주 경관이 좋습니다.
숲속에 필드가 자리잡고 있고 곳곳에 호수가 있어서 풍치가 있더군요.
바로 들어서면 4번 홀인데, 말소리를 잘 들어보니 일본 노인네들이었습니다.
이 근처에 괜찮은 무반이 많던데, 은퇴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더군요.
내친 김에 클럽 하우스까지 가 보았습니다.
골퍼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캐디 아줌마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경관이 이곳은 더 좋습니다.
1번 홀이 바로 클럽 하우스 앞에 있으니, 이 곳에서 시작을 하겠지요.
바로 옆에는 골프 연습장이 있었습니다.
정말 부럽게도 좁은 공간에서 벽에다 치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넓은 필드였습니다.
이런 것에서 그냥 공만 쳐도 좋겠더군요.
공이 어떻게 날라가는지 잘 보이니까요.
하긴 이렇게 앞에 공간이 터져 있으면 자꾸 힘이 더 들어가져 폼이 무너진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벽치기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요?
이런 꿈같은 그린을 갖춘 골프장을 보니 내 자전거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웬지 자전거가.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주인이 골프에 빠지면 개밥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거죠.
이제까지는 골프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데, 여기서 계속 살다가 벗이 생기면 가끔씩 골프장에도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골프 클럽도 없고 모든게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한국에 갔다 돌아 올 때 가지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살던 충주에도 여기 저기에 골프장은 있지만, 여기 산타부리에 비하면 우리 동네 골프장은 골프장도 아니네요.
아무튼 생각을 바꾼 산타부리 골프장 견학이었습니다.
골프 피가 얼마인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잘 나옵니다.
나는 배가 아파서 여기까지만 소개할랍니다. ㅎㅎ
오늘은 제법 덥군요.
대보름이라는데, 여기 태국도 불교 관련 행사가 있는지 절 근처가 제법 부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안중근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랍니다.
이월하고도 십사일....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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