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섬서 2014 여행

거친 땅, 거친 역사 섬서성을 찾아서 - 지단 志丹 140521(중) 류지단 기념관

정안군 2014. 6. 18. 21:26


이제 지단(志丹)이라는 동네로, 홍군의 발자취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홍군은 지단에서 연안으로 진출했지만, 나는 연안에서 지단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은 2차선 길이지만, 연안에서 지단까지는 따로 고속도로도 놓일 정도로 교통망은 괜찮은 편입니다.

이나마 이 동네 사정을 보면 지단은 혁명의 도시라는 지단이 가지고 있는 명성 때문에 그나마 나름 대접을 받는 모양입니다.

일단 연안을 벗어나면 주변 마을들은 경제 사정이 형편없어 보이거든요.

길 자체는 평탄하지만 지형까지 평탄한 것은 아닙니다.

옛날 홍군들이 이동을 하고자 할 때에 지형이 굴곡이 많아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이러니 이 동네에서는 나귀가 큰 역할을 했을 겝니다.

그리고 때로는 잡아서 곱창을 해 먹고.

이 동네에서 유명한 것이 나귀 곱창이라잖아요.

아무튼 3시간이 좀 넘게 걸려 지단에 도착을 합니다.



버스비는 28원이라서 두 시간하고도 80분이 걸릴 줄 알았더니 그 정도는 아니네요.


또 차표를 보니 다행히 이 동네는 유류 할증도 없고요.



지단은 터미널 건물도 허름하고 도시 자체로 완전 한물간 느낌이 들 정도로 쇠락한 모습입니다.

역시 혁명의 도시라는 감투는 흘러간 옛 노래 가락에 지나지 않습니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상무 빈관 하나를 골라 가격을 물어보니 158원이라네요.

도시 꼬락서니에 비하면 상당한 가격이지만, 이런 동네가 차라리 비싼 것이라서 웬만하면 참자하고는 그냥 하루 있기로 합니다.

한참 호텔 수속을 할 때 여기 주인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엄청나게 놀라면서 좋아하더군요.

그럼 가격이나 깎아 줄 일이지, 1원 한 푼도 한 깎아 주면서리.

아무튼 홍군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듯 연안을 떠나 홍군이 장정을 끝내고 첫 안식처를 마련한 마을 지단에 잘 도착을 했습니다.

혁명의 도시 지단에 왔으니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봐야 되겠지요?

지단에서도 나타나듯이 지단은 류지단의 도시입니다.

당연히 류지단 기념관이 있고, 홍군 시절 지도부가 거주하던 보안 혁명 구지 기념관이 이 도시의 주 볼거리랍니다.



길거리 안내판도 그렇답니다.

도시 자체가 작은 규모이고 두 곳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시피 해서 오늘은 홍군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겠습디다.


류지단 기념관을 찾아서.


우선 이 동네 스타 류지단 기념관을 먼저 가보기로 합니다.

지단은 원 이름 보안(保安)을 버리고는 출생지가 이곳인 류지단의 이름을 따서 지단이라고 이름을 지었지요.

당연히 대단한 인물이니 그런 대접을 했겠죠?

그러면 그 대단한 인물 류지단을 찾아서 가보실까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류지단 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좀 멀긴 하지만 걸어도 충분한 정도의 거리에서 류지단 기념관을 만납니다.




중국 규모에 비해 거창하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의 정문이 기다리고 있네요.



안에 들어서면 류지단 석상이 서있는데, 몸 아래를 세밀히 처리하지 않고 대강 처리한 것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적어도 모택동 동상보다는요.

류지단은 저번에 시진핑의 아버지를 소개할 때 말한 것처럼 이 지역 섬북에 홍군 세력을 키워서 도바리 신세였던 모택동 홍군을 정착시키고 결국은 중국 대륙을 석권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좀 애매한 모양입니다.

류지단이 만든 둥지를 모택동이 이끌던 장정 팀이 들어 왔으니 이제까지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좀 성가시겠죠?

장정 팀이 들어오기 전 공산당 군기 반장들이 미리 들어와서 이 지역 지도자들을 적당히 주물러 처리하고는 정작 모택동이 들어 와서는 그게 잘못 되었다고 이들을 풀어주는데 그 과정에서 희생자도 나온 모양입니다.

류지단도 그런 방식에 걸려들어 고초를 당하다가 일단 풀려나기는 하는데, 그 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곳에서 사고사(?)를 당한다는군요.

물론 공산당 지도부는 이 류지단의 장례식은 아주 거창하게 치러줍니다만, 뒷맛이 좀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홍군 지도부도 이런 방법에 좀 미안했던지, 류지단을 혁명 열사로서 대단한 규모(?)로 칭찬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 기념관을 둘러보면 이것이 좀 공허하게 들리지요.

뭔가가 있지만, 그 뭔가가 그냥 뭔가로 그친 경우라 할까요?

아무튼 세월이 흘러 결과를 보면 사자장과 류지단은 이름을 남기지만, 습중훈은 아들을 남기게 되는군요.

자장과 지단은 그냥 시골 동네 이름이지만, 습중훈의 아들 습진평(시진핑)은 현대판 중국 제국의 황제로 등극하잖아요.

어떤 것이 더 좋을까요?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겠지요.



아무튼 류지단의 꿈은 일찍 져 버렸지만, 그의 기상만큼이나 커 보이는 아카시아는 꽃을 화려하게 피웠습니다.

류지단이 이런 정도의 사람이었다고 아카시아가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길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 중국을 이룬 영웅(?)들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써서 비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그 중에는 졸필로 알려진 주덕도 있네요.

웬만하면 이 양반은 글을 잘 안 쓴다는데, 여기에다 쓴 것을 보면 누군가(?)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모두 쓰기로 했으니 당신도 한 장 써 주시오.

이렇게 말이지요.

역시 그 중 대장은 모택동의 글씨를 담은 비석입니다.

원본은 아니고 이것은 모조품이더군요.

원본은 창고에 따로 보관이 되어 있고요.

아무튼 사방으로 빽빽하게 비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터를 마련해주고 조용히 사라진, 아니면 사라지게 처리된 이에 대한 찬사가 대단하지요?



시신이 안치된 건물 안에는 언젠가 헌사 된 꽃장식이 세워져 있는데, 그곳은 잠겨 있어서 안에는 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진열된 비석은 원본들은 이렇게 따로 진열이 되어 있는데, 이곳도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는 없답니다.



입구 쪽에는 류지단에 대한 자료를 전시한 진열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옆으로는 말 탄 채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류지단의 동상이 있고요.



강택민도 이 류지단에 대해 한 마디 거들었습디다.

안에는 류지단의 자료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무슨 경로를 거쳐 류지단이 혁명의 길로 나섰나 했더니 그 자신 황포 군관학교 출신이더군요.

이곳에서 공산주의 세례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자기 고향으로 돌아와 국민당 정부의 아래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이때도 지주 처리를 과격(?)하게 해서 잘리고 하다가 어느 때인가 뜻한바가 있어 자기가 지도자로 나선 나 보더군요.

아무튼 이곳에 본격적으로 홍군이 진입하기 전 홍군 기율부 강생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류지단은 그 다음 모택동과 만납니다.

이 강생은 생사람 잡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죠.

우리나라 혁명가 김산도 강생의 덫에 걸려 그만 아까운 목숨을 내놓아야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만남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다음 류지단은 사고사로 조용히 그의 임무를 끝내게 되는 것이지요.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이들을 서로 인사시키는 모습처럼 서있는 사람은 주은래입니다.

이 당시 그는 수염을 길러서 우리가 생각하던 주은래의 인상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렇고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아무튼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류지단 찬가입니다.

뭔가 대단한 것도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대단하지도 않고 그 흔하던 혁명가의 한 사람이던 류지단.

그의 둥지를 발판으로 세력을 떨친 모택동이 이끄는 홍군.

역시 세상일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 그리고 음모가 얽혀 돌아가는 것이 아닌 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류지단은 나중 소설로 알려지게 되는데, 그 내용 가운데 이 류지단으로 인해 홍군이 살아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것이 모택동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어 그 때까지 살아 있던 습중훈이 고통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지요.

이 일로 인해 그의 아들 습진평도 시골로 하방을 당해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가 단련되었으니 결과로 보면 나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습중훈도 복권이 되고 광동성 성장이 되어 개혁 개방을 이끌게 되니까요.

역시 ‘인간 사 새옹지마’입니다.

하긴 ‘새옹’까지만 전개되다가 마는 경우도 있겠네요.

역전의 명장면을 보기 전에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