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11월입니다.
영화 '가을의 전설'이 생각나는 11월.
이맘 때 가을은 야구도 매듭을 짓는 계절이지요.
미국 메이저 야구와 일본 프로 야구는 이미 종을 쳤구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진행형이군요.
이 동네 태국의 최고 축구 경기 프리미어 리그도 어제(11월 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가 리그 우승을 차지했네요.
우리 동네 축구 팀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는 리그 7위.
촌 동네 축구 팀으로는 대단한 성적입니다.
하긴 우승 팀이 소속된 부리람이라는 동네도 치앙라이보다 훨씬 더 시골이긴 하네요.
어쨌든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마지막 매치는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보다 상위에 랭크된 BEC tero Sasana와의 경기였습니다.
요즘 지는 경기와 비기는 경기가 많았던 치앙라이 유나이티드가 마지막 홈 경기를 멋지게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대감에 경기장에 가서 확인을 하기로 합니다.
일단 스기모토 선수와 가족이라고 둘러대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킵니다.
경기장 주변은 저번 TOT와 경기하던 날에 비해 사람들 수도 훨씬 많고 열기도 더 대단하더군요.
원정 팀을 응원하러 온 극성 팬의 모습도 보입니다.
원정팀은 방콕에 홈 구장이 있던데, 참 멀리서 왔습니다.
하긴 극성 팬은 이 정도는 돼야. ㅎ
안내원에게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습니다.
저번처럼 앞줄이라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대충 선수들 몸을 푸는 것을 끝내고는 정식으로 경기를 시작합니다.
결과는 홈팀 치앙라이에게는 최상의 결과였고, 원정팀에게는 최악의 결과였어요.
정말 흥미진진한 시합이었습니다.
2 대 1.
홈 팀의 승리였어요.
그것도 극적인.
어땠냐고요?
일단 전반전 초반은 주심이 원정팀에게 PK를 선물로 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관중석을 거의 채운 치앙라이 팬들의 길고 엄청난 야유.
그러나 판정이 번복될리는 없지요.
어째 시작이 마음에 안 드네.
그런데 골키퍼가 PK를 막아냅니다.
와!
엄청나네요.
골키퍼 실력도 그렇고, 관중의 환성도 그렇고.
얼마 안 되어 왼쪽 사이드를 치고 들어가 클로스한 것을 가볍게 골로 연결시키며 1 대 0으로 앞서갑니다.
그러나 5분도 안 되어 동점골.
저번 TOT와 경기 스토리가 비슷하게 흐릅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고.
오토바이를 가져다 놓고 추첨.
누군가가 받아 갑니다.
참, 내 친구 일본인 외국인 선수 스기모토는 주전으로 뛰었습니다.
사이드 어태커로요.
후반전은 양 팀 골키퍼의 선방이 놀랍습니다.
서로 몇 개씩 결정적인 슛팅을 막아 내더군요.
그러다가 후반전 30분 경.
주심은 또 상대 원정팀에게 PK를.
치앙라이 선수들이 엄청나게 항의를 하고 관중들도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 댑니다.
그러나 결국은 골키퍼와 키커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
그런데 정말 그런데 놀랄 일이 또 벌어집니다.
키퍼가 또 막았어요.
야!
정말 골키퍼 신들린듯한 선방입니다.
원정팀은 꼭 이겨야 할 이유가 있는지 마지막 쯤 선수들을 많이 올립니다.
그러면 뒤에 공간이 많이 생겨 위험하지요.
원정팀의 매서운 공격.
특히 18번 선수 참 잘하더군요.
처음 키가 너무 작아 저런 축구 선수도 있나 했는데.
몇 차례 위기를 맞이 하지만 개발 슛과 골키퍼 선방으로 간신히 위기 탈출.
그렇게 오늘도 비기나요.
그런데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무튼 대기심이 남은 시간 5분이라고 판을 들고 4분 정도 지나나요?
성질 급한 관중은 집에 가려고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상황에 치앙라이 외국인 선수 14번이 골을 만들어냅니다.
버저비터가 생각나는 장면이었어요.
극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경기장이 뒤집어집니다.
이런 환성 소리를 어디서 들었을까나.
14번 브라질 출신 레안드로는 흥분해서 위 유니폼을 벗어 흔들며 내달립니다.
그리고 감독에게로 달려 와서 감독과 포옹.
상대방 선수는 망연자실.
하지만 흥분이 지나쳤나요?
얼른 경기 시간이 남았으니 자기 진영으로 돌아 와야 하는데 느리적 느리적.
교체 선수로 들어 갔던 22번 선수는 레안드로보다 더 늦게 귀환해서 레드 카드. ㅎ
그러면서 퇴장.
그래도 신나는 치앙라이 팬들.
상대방 팀은 공중볼로 남은 시간을 공격으로 연결하지만 얼마 안 되어 끝.
이렇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시즌 마지막 경기는 치앙라이의 승리로 끝납니다.
우승했을 때 감동이 이것보다 더 진할까요?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 들어가서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오늘 경기를 잘 마친 스기모토 선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려고 했는데, 운동장 사정상 생략을 할 수 밖에 없었네요.
이제까지는 치앙라이의 팬이라기보다는 그냥 축구 구경에 스기모토 선수를 응원하러 갔었는데, 이제부터는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이 팬이 되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치앙라이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이런 열성적인 팬들이 많은 곳에서 운동을 하니.
태국 무앙텅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는 김동진 선수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팬들의 성원이 많은 곳에서 뛰고 싶었다는.
우리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생각나게 합니다.
아무튼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We love Chiang 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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