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2015 여행

승용차로 라오스 다녀 오기 - 전설의 고향 무앙 씽

정안군 2015. 5. 24. 09:15



루앙 남타의 아침은 역시 닭들의 몫입니다.


꼭두새벽부터 울어대는 목청 좋은 닭들.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게 무엇이었냐고 여행객들에게 물어보면 닭 꼬고댁 소리가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날 아침도 여전했습니다.

그나마 루앙 남타는 조금 도시화 된 곳이라 좀 덜했죠.

벌써 오래 전 처음 라오스에 와서 첫 밤을 방비엥에서 보냈는데요.

꼭두새벽부터 미친 듯이 울어 대던 닭소리에 질려, 정말 누군가가 그 놈들 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는 기분을 이해했거든요.

 

루앙 남타의 아침은 새벽 시장 구경으로 일단 시작합니다.

걸어서 갈 때는 제법 되는 거리였는데, 차로 가니 잠깐입니다.

시장을 둘러 보니 환경이 많이 나아졌네요.

일단 바닥에 물건을 놓고 파는 사람이 없어졌고 모두 가판대 위에 올려 놓고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대신 소수민족 복장을 한 할머니들의 모습도 없어졌고요.

이제 그렇고 그런 분위기만 남았습디다.

 

아침 식사는 전에 루앙 남타에 왔을 때 너무 감동했던 쑤엘라 옆 국수집에 가 보는데.

무명 식당에서 이름이 있는 식당으로 바뀌었네요.


Sakhone Noodle.

 

 

기가 막힌 맛으로 기억했던 닭고기 쌀국수를 먹어 보는데.

이런 전에 먹던 환상적인 맛이 아니더군요.

내 입맛이 바뀐 것인지.

루앙 남타에 올 이유가 하나 더 줄었습니다.

 

오늘은 루앙 남타에서 대략 60 km 정도 떨어진 무앙 씽(Muang Sing)을 다녀 오기로 합니다.


언젠가 찰스 여행기에서 무앙 씽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무앙 씽이란 이름 자체도 얼마나 신비스럽던지.

하긴 내가 처음 라오스에 왔던 2000년도 라오스 루앙 프라방이나 방비엥도 교통면이나 도로 사정이 엄청난 때였으니 찰스가 여행했던 90년대 후반 오지였던 루앙 남타나 무앙 씽은 어떻겠어요.

혹시 1999년도 배낭여행자가 전하는 라오스 루앙 남타, 무앙 싱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여행기를 찾아가 보세요.

한참 관리를 안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 있네요.

 

찰스 여행기

http://charles.x-y.net/xinfo.htm

 

내가 이 여행기를 읽고 2000년 라오스 여행을 했으니 참 고마운 여행기입니다.

정보도 빈약하던 시절 길라잡이를 해 주었답니다.

아무튼 그 시절, 지금은 잘 포장된 루앙남타에서 훼이 사이가는 길이나 무앙 싱 가는 길은 원시 시대나 별로 다를 게 없었죠.

우기 때 트럭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 하루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래도 갔었더라면 그 때 갔어야 되는데, 그게 그 때는 잘 안 되었었네요.

그리고 한참 세월이 지나 루앙 남타에 왔을 때는 무앙 씽도 더 이상 신비스러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불편을 무릅쓰고 가야할 의욕도 없어 그냥 생략을 했었죠.

무엇보다도 썽태우를 타고 두 시간이나 흔들려 갈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 더 이상 썽태우가 아닌 낡았지만 중국제 미니 버스가 다니더군요.

더 이상 썽태우는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조금씩 라오스도 바뀌어 갑니다.

좋든 좋지 않든.

 

우리야 이번에는 승용차가 있는 귀족 여행이니 별 부담이 없어 쉽게 결정을 했지요.

시가지 북쪽으로 달리면 보텐이나 우돔싸이로 가는 지름길이 나오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위쪽부터는 초행길입니다.

삼거리까지는 이 년전 자전거를 타고 와 본 적이 있거든요.

길은 좁지만 생각보다는 포장 상태가 좋네요.

다행히 차량 통행이 적고요.

하지만 커브가 많고 그 커브에서 오토바이가 뛰어 나올 때도 있으니 과속하면 안 되겠습디다.

시속 40에서 50 정도 천천히 달립니다.

이러니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 썽태우는 두 시간이 걸리겠죠.

조금 가니 농업용 댐이 나옵니다.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지만 내가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먹고 살았으니 예의 상 내려서 구경을 합니다.

이 댐도 라오스에서는 엄청난 기간 산업인지 경비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도나 차림이나 경비 본연의 자세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어요.

구경해도 되냐고 물으니 당연 된다고.


 

정말 별 거 없습니다.

강 건너 마을로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 가는 아주머니는 장화를 신었네요.

아마도 그 마을은 우리가 옛날 겪었던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그런 마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찻길은 계속 오르막입니다.

돌아 올 때 계산을 해보니 오르막 45, 내리막 15km 정도 되는 듯.

그렇담 무앙 씽에서 자전거를 타고 루앙 남타로 올 때 5km만 힘들게 오르면 재미있는 자전거 코스가 될 듯 싶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전거로 이 길을 달려 보고 싶은 곳이더군요.

그럴 기회가 있으려나.

 

중간에 몇 아카 마을이 있는데, 관광객들 손탄지 오래 되어 아주 영악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습니다.

어지간 하면 마을 구경은 길 따라 가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시길.

 

고개를 넘으면 군 부대 비슷한 것이 나오는데, 군인 아찌들은 완전히 당나라 군대 분위기이고 지나가는 차는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중간에 엄청난 숲길을 통과해 무앙 씽도 산촌 마을인가 했더니 내리막 끝에 넓다란 들이 나옵니다.

무앙 씽은 넓은 들을 가진 분지 중심에 자리한 마을이더군요.

역시 산 마을에 비해 들이 넓어서인지 사람들 차림새나 집들도 좀 낫습니다.


그렇게 한 때는 정말 가고 싶었던 무앙 씽에 그렇게 도착을 합니다.


그리고는 너저분한 동네 안 길을 따라 둘러 보는데, 워낙 작은 동네라서 금방 마을 끝입니다.

큰 공터가 있기에 대충 구글 지도에서 확인을 해 보니 무앙 씽 버스 터미널이 있는 부근입니다.

그 바로 앞은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 있더군요.



 

 

 

 

 

 

시장은 완전 중국 운남성 시골의 장터 판박이입니다.


상품은 모두 중국제.

중국차들도 엄청나게 많고요.

우리 일행은 시장 구경에 나섰고 나는 터미널에 한번 가 봅니다.

중국제 미니 버스가 몇 대 서있는데, 운남성 멍롱과 멍라 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무앙 씽 외곽에 있는 국경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버스 시간을 보려 했더니 뭔 소리인지 도저히 이해 불가.

 

시장 앞에는 라오스에서는 라오스 돈을 사용하라는 엄포 섞인 경고문이 서있었습니다.

대통령령 어쩌고.

그런데 환전상 앞에는 중국돈이 수북하더군요.

중국돈을 쓰면 경고에 벌금도 물릴 수 있다는 경고문이 들어 먹나요?


 

시장 한 바퀴를 돌고 점심을 해결하러 중심가로 나오니 흔한 게 중국 식당입니다.

사천, 호남, 중경.

어디를 갈 까 하다가 우리 입맛에는 사천식이 괜찮아 그 식당에 들어 갑니다.

사천반점.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중국 음식점 이름입니다.

손님들은 모두 중국인.

이제 무앙 씽은 소수 민족 어쩌고 하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중국 변경 무역 도시가 되어 버렸네요.

물론 들판이나 산으로 들어가면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겠지만 무앙 씽에서는 그런 모습은 전설이 되어 버린 듯.

 

대충하는 중국어로 마파두부와 화과육, 그리고 콩나물과 버섯을 함께 볶은 요리로 점심을 먹습니다.

미판 즉 쌀밥은 돈을 받지 않더군요.

밥은 돈을 안 받던 사천에서의 기억이 떠 오릅니다.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맨날 내가 이야기하던, 요리 솜씨가 빼어났으면 중국에서 요리사하지 이런 촌 구석까지 흘러 왔겠습니까?

그래도 중국 요리의 좋은 점은 어디서나 기본은 한다는 점입니다.

좀 빈약한 라오스 음식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저녁에 만난 한국인 여행자는 이 무앙 씽에 오토바이로 왔다 갔는데, 중국 음식점에 메뉴도 없고 뭘 시켜야 할지 몰라 가게에서 음료수와 과자로 배를 채웠다고 하던데, 그래도 중국 여행에서 안 음식과 개발 새발 중국어가 도움이 많이 되긴 했습니다.

 

시골 음식 값으로는 좀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잘 먹었으니 만족입니다.

일행은 가져간 커피 내리는 기계로 커피 까지 뽑아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죠.

옆자리 촌스럽게 부티나던 중국 아줌마들은 도대체 뭔지 몹씨 궁금한 모양이었어요.

커피 한 잔 줄 걸 그랬죠?

 

확실히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니 여행이 럭셔리해집니다.

 

중국 국경이 대략 왕복으로 20km 정도 되어 보여 한번 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마음을 접습니다.

찰스 여행기에서는 정겨운 소수 민족 마을이 길가에 있다고 했지만 지금이야 세월이 많이 자났겠죠.

 

그리고는 돌아 옵니다.

 

갈 때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이 엄청나게 지루하더니 올 때는 확실히 낫네요.

 

다시 무앙 씽에 가 볼 일이 있을까요?

중간에 만나는 차들 대분분이 중국차인 것을 보니 무앙 씽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경을 이용할 수 있나 봅니다.

하여튼 중국인들이 몰려 오는 느낌이 무지하게 듭니다.


루앙 남타로 돌아 와 외곽 풍경을 구경하려고 도는데, 잔치집이 있었습니다.


음악 소리에 신나게 노는 분위기.

이런 집을 그냥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죠.

 

들어가 보니 풍악에 맞춰 남녀들이 간단한 손 추임새를 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라오 맥주를 몇 잔씩 한지라 얼간해서 말이죠.

 

빈 자리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주인인 듯한 남자가 와서 환영한다며 앉아서 즐기랍니다.

음식과 맥주도 날라 오고요.

우린 무슨 잔치인가 궁금했어요.

결혼식인가 했더니 이 집 애기 한 달 잔치랍니다.

우리 나라 백일 잔치 격인 듯.

그런데 훨씬 흥겹네요.

 

음식을 좀 먹어 보니 먹기 힘든 수준입니다.

팍치를 얼마나 넣었는지.

 

그래도 마음이 고마워서 최대한 축하를 해 줍니다.

그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잉?

 

그게 아니군요.

튼튼하게 자라서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인재로 자라길. 

 

 

 


이렇게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