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집으로 갑니다.
태국 치앙라이로.
아쉬움도 아쉬울 것도 없이.
루앙 남타에서 라오스 국경 마을 훼이 싸이까지는 대략 180 km, 중간이 산길이라서 대충 시속 60 km로 가면 세 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어제 점심 시간이 걸려서 기다렸던 생각에 훼이 싸이에 도착을 11시 경에 하려면 아침 8시에 출발을 하면 관찮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합니다.
아침은 어제 먹었던 Sakhon 국수집에서.
확실히 전에 왔을 때 먹었던 그 느낌이 아니네요.
왜 그럴까?
아마도 중국에 갔다가 온 직후라 그랬지 싶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에 질려 일찍 돌아 왔으니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만.
아무튼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섭니다.
루앙 남타에서 메인 도로로 접어드니 도로 조건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가끔씩 병아리만 나오는 그냥 전세낸 기분입니다.
정말 미끄러지듯 달렸습니다.
어제는 대형 트럭이 중앙선을 물고 들어 와 섬뜩한 적도 많았는데, 오늘은 트럭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어쩐 일이지?
아마도 대형 트럭은 각각 중국 국경과 태국 국경을 통과해야 하니 그 시간이 안 되어서 일 수도.
적당한 고개를 넘고 대충 한 시간여를 달려 위앙 푸 카(Vieng phou kha)라는 마을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위앙 푸 카는 훼이 싸이와 루앙 남타 사이에 있는 가장 큰 마을인데, 환전할 수 있는 은행도 있고 허름하지만 게스트 하우스도 있습니다.
혹시 루앙 남타에서 훼이 싸이 방향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여행자는 여기서 하루를 끊어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훼이 싸이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워낙 경사도 심한 산을 몇 개 넘어야 하니.
하긴 히치하면 되겠군요. ㅎ
마을 안쪽으로 시장이 있었습니다.
동네 규모에 비하면 제법 큰 시장인데, 손님은 거의 없고 가게 주인들만 밥을 먹기도 하고 옆 집과 이야기도 나누는 무척 한적한 분위기입니다.
라오스어는 태국어와 많이 비슷하여 태국어에 나름 능통한(?) 집사람은 신이 났습니다.
사실 외국에 나와서 집사람이 손짓 언어 말고 제대로 된 언어를 사용하기는 처음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시장 사람들과 흥정도 하고 이것 저것 물어 보더니 꿀을 사더군요.
이곳 꿀이야 가짜는 없을 테니.
설탕을 탈래도 설탕이 비싸니 이 동네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이지요.
맛을 보니 내추럴에 오가닉 맛이 그대로 납니다. ㅎ
비가 좀 오더니 그칩니다.
이왕 쉬는 김에 화장실 용무를 보려고 했더니 웃기는 일이 벌어졌더군요.
화장실은 두 칸이 있었는데 이게 모두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돈을 내고 열쇠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 가게 되어 있었어요.
급한 사람은 문을 여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용료를 화장실 옆 가게 할머니가 받는데, 2000킵이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런 방면에 빠꼼한 집사람은 미리 다른 가게 주인들에게 물어 보았답니다.
그 사람들은 1000킵이라고 했데요.
화장실 관리 할머니에게 왜 1000킵인데, 2000킵이라고 하느냐 하니 이 시장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만든다나 뭐라나.
그 와중에 내가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가서 돈이 없다고 했더니 열쇠를 집어 던지더군요.
할머니가 빈정 상했나 보더라고요.
킵은 라오스 돈의 단위로, 7이나 8로 나누면 우리나라 돈 가치가 됩니다.
그러니 사용료는 150원 정도?
바가지 씌운 값은 300원.
이 시장 사람 가운데 1000킵을 내고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조금만 돌면 맨 공터인데. ㅎ
다시 길을 나섭니다.
위앙 푸 카 마을부터는 산길이 다시 시작하는데, 트럭이 길게 늘어서 가고 있었습니다.
대충 따라가다가 추월에 나서 모두 해치우니 내리막.
그 내리막만 내려 가면 큰 비탈길은 끊나게 되지요.
대충 11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 예정으로 가는데,
전방에 자전거 여행자가 출현합니다.
딱 보니 스타일이 한국인 같았어요.
차를 세우고 물어 보니 반만 맞았습디다.
재미교포인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중국을 거쳐 방콕으로 가는 중이라고.
반가운 마음에 함께 길가에서 쉬어 가기로 합니다.
길가 공터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빵을 나누어 먹습니다.
역시 젊음이 부럽습니다.
이런 일을 내 나이에도 할 수는 있겠지만 나이가 든 사람이 그러면 처량해 보이는데, 젊은이가 하면 멋있어 보이는.
아닌가요?
혹시 치앙라이에 오면 들리라고 연락처를 주고 국경으로 향합니다.
국경에 도착을 하여 수속을 하려 하는데 피할려고 했던 점심 시간이더군요.
잠시 기다립니다.
그리고 직원이 오는데, 나갈 때는 무지 쉽습니다.
받았던 서류와 여권을 주면 끝.
아, 무슨 돈인지 200밧을 내라고 합니다.
출국 수수료?
태국 쪽으로 좀 가면 또 반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통행료.
몇 킵이라고 하는데, 밧으로 낸다고 하니 55밧이라네요.
태국에서 올 때는 50밧인데, 왜 55밧이냐고 하니 그냥 웃더군요.
그래, 환전 수수료라고 해라. ㅎ
중간에 차선이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태국으로 돌아 옵니다.
이미그레이션에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서류를 보여 주면 입국 카드를 쓰라고 내 줍니다.
이 입국 카드를 써서 심사를 마치면 여권에는 체류 기간이 다시 일년이 더 생기게 되지요.
이걸로 체류 기한이 거의 다 되어가는 집사람 비자 연장 신청을 하면 됩니다.
다음 카운터에서는 태국에서 나갈 때 내라고 준 서류와 차량 여권을 달라고 합니다.
둘 다 주면 차량 여권에 스템프를 찍고 돌려 주는데, 이게 끝입니다.
올 때는 버스 노선을 따라 왔는데, 갈 때는 치앙 쌘 골드 트라이앵글 쪽을 거쳐 갈려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메콩을 따라 가는데, 길이 편하지 않네요.
커브도 많고 경사도 심하고.
그러다가 메콩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절경은 아니지만 그런데로 볼 만은 한 풍경입니다.
이름은 훼이 싸이 만 뷰 포인트( Huaisai Man ViewPoint จุดชมวิว ห้วยทรายมาน)
그 다음 산을 하나 넘어 가는데, 길도 좁고 아주 험하더군요.
주변은 도이 매싸롱 풍경이 됩니다.
그걸 넘으면 길이 좋아지는데, 고속도로로 바뀝니다.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고속도로 길을 내달리니 공사가 끝나는 곳이 나오는데, 매짠과 치앙 쌘 중간쯤이 되더군요.
처음 다녀 본 길이었습니다.
접속 도로는 1098번 도로입니다.
거기서 매짠쪽으로 가다 보면 치앙라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게 1209번 도로.
그 도로를 따라 내려 오면 슈퍼 하이웨이와 만나게 됩니다.
치앙콩을 갈 때 이 길을 이용하는 게 빠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 시작점도 분명하지 않고 끝점도 분명하지 않은 고속도로는 도대체 뭘까요?
시작과 끝 모두 도시와는 연결이 안 됩니다.
알 수 없는 일이더군요.
그쪽으로 밥 먹고 살았는데, 그런 도로가 있다니.
하여튼 오래 살아야 별난 일을 만나게 된다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이박 삼일의 라오스 여행이 끝납니다.
이번에는 승용차를 가지고 한 여행이라서 남 다른 의미가 있었네요.
돌아올 때 수수료.
라오스 출국세 200밧.
라오스 통행료 55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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