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찍고 또 찍고
이번 한국 여행에서 서울은 제일 많이 가 본 도시입니다.
무려 세 차례.
한 번은 집안 일, 두 번은 비자 땜시.
서울은 내가 사는 충주에서 제일 쉽게 갈 수 있는 도시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동네에서 그렇겠지만.
서울은 모든 사람이 상상하는 그대로의 서울입니다만, 내가 아는 서울은 너무 힘든 곳입니다.
나쁜 공기도 힘들었지만, 가장 피부로 와닿는 힘든 것들은 모두 탈 것이었네요.
버스, 지하철, 전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그나마 버스가 이동 수단으로 인간적이고 편하긴 했지만, 트럭 위에 타고 있는 듯한 승차감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밖에서 왔을 텁텁한 공기라니.
서울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얼른 내려 오고 싶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도시.
게다가 런 헌 뚜오.
막말로 인간들 너무 많어!
부산, 부산, 부산
이번 주 초, 부산에 다녀 왔습니다.
몇 년만의 부산 나들이었는데, 일박 이일로 끝냈네요.
퇴직하던 해, 봄.
개나리가 만발하고 벚꽃이 피기 시작할 때 김해 봉하 마을을 거쳐 부산에 갔드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연이 많은 도시라서 애뜻함이 있었는데.
그러나 내가 알 던 부산은 그 부산이 아니었습니다.
고향에 찾아 가도 그리던 고향이 아닌 것 같은.
이미 대도시화된 부산은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역시 나는 도시 체질이 아닌 가 봅니다.
특징 없는 거대한 빌딩들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게 부산의 상징?
도대체 왜 부산 사람들은 이런 도시를 만들려고 할까?
그런 생각이 그 때 들었어요.
다시 방문한 부산.
언뜻 보기에는 그 도시화, 문명화는 더욱 심해져 거대 자본이 도시를 모두 삼킨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거대 재벌이 소유한 대규모 매장은 모든 소자본을 흡수해 버리고, 해운대나 광안리 같이 한 때 연인들이 거닐었던 해수욕장은 엄청난 빌딩들의 정원이 되었더군요.
하긴 그것도 철 지난 바닷가 이야기.
옛날에도 철 맞은 광안리나 해운대는 '런 헌 뚜오'였으니.
부산에서의 하룻밤을 부산 비지니스 호텔이라는 곳에서 묵었습니다.
비지니스 호텔은 일본에서 많이 본 바라 새롭지는 않았는데, 카드 키를 대야 작동하는 엘리베이터는 뭔가 느낌이 다르게 다가 왔습니다.
거기다 깔끔은 하지만 어딘가 좀 삭박한 그런 분위기는 일본의 비지니스 호텔 판박이더군요.
좋긴 한 데 뭐랄까 비싼 기성복 정장을 막 입은 느낌?
아침 식사는 숙박비에 포함되지 않고, 일인 당 8,800원에 부폐를 제공합디다.
일단 분위기나 음식이 깔끔하고 정결해서 돈이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자리를 나눈 분은 일본 재일동포.
그 분은 한국 물가가 무섭다고 하더군요.
서민들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나도 무서워서 한국을 떠나 태국에 산다고 하니 너무 잘한 결정이라더군요.
식당 손님들 대부분은 일본인들이었습니다.
그 일본인들은 프라다 상표를 좋아하는지 그 상표가 붙은 옷을 유난히 많이 입고 있었습니다.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고 했던가요?
일본인들은 지진 - 번개 - 화재 - 아버지 순으로 무섭다고 한다던데, 악마는 무섭지 않은가 봅니다.
부산에 내려 올 때 옛 경부 고속도로 구간을 이용했는데, 중간 공사 중이고 비가 내려 올라 올 때는 다른 길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하다 보니 다시 그 길을 이용해서 올라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봉하 마을도 못 들렸고요.
가 보고 싶었는데.
강릉가는 길.
이번에는 강릉이었습니다.
다시 하는 바다 구경이었죠.
그런데 백수가 하필 연휴 중간에 길을 나섰을까요?
우리 동네에서 알레그로가 아니고 안단테, 안단테 정도로 해도 두 시간이면 강릉 앞바다에 닿았는데, 차가 막혀 4시간이 더 걸려 겨우 안목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그 해변에 있는 한 횟집에서 종업원이 추천한 감성돔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
종업원은 감성돔으로 감성팔이를 했는데 그냥 넘어 갔어요.
이번에 확실히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선 찌개이지 회가 아니라는 것을.
그나저나 안목 해수욕장 모래밭은 위기를 맞고 있더군요.
해안 조류가 바뀐 것인지 모래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바위 덩어리를 옛 모래밭에 놓고는 어디선가 모래를 퍼와서 억지 모래밭을 만들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문제가 커 보였습니다.
하긴 긴 세월을 통해 보면 그것도 한 흐름일 수 있으니 자연적인 것이지 문제일 것도 아니지요.
식사 후 간단히 처가 친척들을 만나 보고 다시 돌아 오는데.
처음에는 잘 가다가 대관령 정상을 넘어 횡계 부근에서 완전히 정체가 됩니다.
그게 진부까지 그랬고.
진부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일반 국도로 장평 방향으로 향하는데, 그 중간 쯤 고속도로도 정체가 풀렸더군요.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 와 보니 그 많던 차들이 어디 갔는지.
그야말로 씽씽 달리고 있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가끔씩 서행 구간이 있었지만 나름 잘 달려 잘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오니 10시 20분.
강릉에서 출발한 게 오후 6시 40분이니 3시간 40분이 걸렸네요.
거리는 훨씬 짧은데, 시간으로는 부산 가는 시간과 같았어요.
아무튼 막힐 때 하염없이 들던 생각.
집사람은 하필 연휴 중간에 강릉에 가자고 했을까?
허구헌 날 노는 게 일인 사람들이. ㅎ
이번 주 뽀나스 완 샷(맹바기와 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