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으로 칠월 초닷새.
남들은 아무 관심도 없겠지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바로 내 생일.
어제 동생에게 톡이 왔습니다.
받아 보니 우리 어머니가 맏아들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여동생에게 부탁했다고.
나를 낳을 때는 이십대였던 어머니는 이제 팔십대 후반이 되어 늙어가는 아들에게 추억을 전달합니다.
너 낳을 때 말여...
나는 어머니가 첫 애들 잃고 얻은 맏이입니다.
나를 낳을 때 엄청난 난산이었다더군요.
거꾸로 나와서리.
물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 잃은 첫 애도 그래서 그런 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삼 형제인데 모두 거꾸로 나온 걸 보면.
아무튼 힘들게 나오긴 했는데 숨을 쉬지 않아 죽은 줄 알고 밀어 놓았는데 한참 지나서 끽끽하고 숨을 쉬었다더군요.
"너를 잃을 뻔 했어"
어머니가 생일을 맞는 아들에게 생일 기념으로 전해 주는 말입니다.
"죽을 뻔 했으니 난 오래 살규"
아마 나는 오래 살겁니다.
그런 사연을 안고 태어나서 어렸을 때 별명이 "꺼꾸리"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나온 기억이 없습니다.
내가 거꾸로 나왔던 똑바로 나왔던 그건 우리 어머니의 기억입니다.
그걸 내가 알 턱이 없지요.
설사 그 때 죽었다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되네요.
그러니 사실 내 생일에 대한 기억은 우리 어머니만 가지고 있는.
이런 것을 생각하면 누구의 생일이든 그 주인공은 그 사람의 어머니인 셈입니다.
누구든 세상에 나오는데 힘을 보텐 건 어머니 뿐이니.
아무튼 생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인줄 아닌 사람은 당연히 어머니와 아내.
이렇게 두 사람뿐입니다.
언젠가부터 생일을 따지는 날이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뀌어 요즘 사람들은 사실 음력 개념도 없으니 양력 세대인 아들이 모르는 게 어쩜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태어날 때도 내 아내가 힘든 고통을 견디었지 아들이 견딘 게 아니니 우리 아들들의 생일도 따지고 보면 아내가 기념할 날인 것이죠.
내 생일을 우리 어머니가 기념하듯 우리 아들의 생일은 아내가 기념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면 편해집니다.
아무튼 이렇게 거창한 날, 치앙라이 제일교회도 거창한 행사를 치룹니다.
8월 12일 금요일은 이 나라 왕비 시리킷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국가 지정 휴일인데, 혼자 잔치상을 받는 게 미안해서인지 어머니의 날로 지정을 해서 같이 합니다.
이 나라 왕도 별 셋 왕국 거니 형과 비슷한 처지라서, 죽고 싶어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처지라지만 왕비도 비슷한 가 봅니다.
언젠가 풍을 맞은 이후로 언론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더군요.
사람은 간 곳 없어도 깃발만 나부끼는 형상이 된 셈인데.
어쨌거나 원래는 금요일이 행사일이지만, 교회에서는 오늘 행사를 치룹니다.
왕비 생일 축하와 어머니날 행사를 말이죠.
태국에 살다 보면 우리와 다른 게 많습니다.
다름이지요.
틀림이 아니고.
하지만 이해하려고 해도 좀 이해하기 어려운 교회 행사 하나가 드디어 벌어집니다.
오늘은 교회에서 하나님은 잠시 비키시고 왕비가 주인공이 되는 날입니다.
예배당 안에 들어 가니 막 예배 전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왕비 찬미 시간입니다.
단상 프로젝터 화면에는 왕비가 떠 있습니다만, 늘 보던 사진이 아니네요.
순서를 맞은 사람은 단상에 마련된 왕비 사진 앞에 가서 예의로 표하기도 하고 또 찬시를 읽고 왕과 왕비를 찬양하는 노래를 제창합니다.
신보다 머리 하나 더 높이 있다는 이 나라 왕 푸미폰.
그 푸미폰을 발 아래 두고 산 왕비.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왕과 왕비를 위해 찬가를 부릅니다.
태국인 신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마치 일제강점기 신사참배하는 기분입니다.
신사참배했던 그 때 대다수 조선인 신자 기분이 이랬을까요?
이게 30여 분입니다.
오늘은 첫주라 성찬식도 있으니 엄청나게 긴 예배가 될 듯 합니다.
아무튼 식전 행사(?)가 끝나고 예배가 시작됩니다.
어린이들이 나와서 엄마께 고마움을 드리는 순서가 있었네요.
행사가 많으면 설교가 짧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긴 설교.
제목은 오늘다운 매(แม่)
어머니입니다.
한나와 사무엘도 등장하는.
모두 해서 한 시간 반이 지납니다.
이번에는 교회 여성 대표에게 기관 대표들의 꽃다발 증정.
그리고 남성들의 특별 순서.
모든 어머니에게 꽃을 달아 드리거나 꽃을 드리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아내도 꽃을 얻는데.
사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주인공은 아내입니다.
어쨌거나 좋은 순서입니다.
내년에는 나도 꽃을 준비해서 아내에게도 주고 아내 친구에게도 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만.
이렇게 두 시간이 지납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신경 쓰는 사람은 나 밖에 없나 했더니 부쩍 자리를 뜨는 신자들이 많아 집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가 날 상황이었겠죠.
어쨌든 성찬식이 이어집니다.
첫주에는 반드시 하는.
성찬식은 우리나라와 거의 같습니다.
그리고 찬송가.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이 곡은 우리나라 찬송입니다.
그야말로 메이드인 코리아.
전영택 구두회.
이 두 분의 곡이죠.
이런 찬송가를 부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축도로 예배를 마치니 두 시간하고도 20분이 지났습니다.
10시에 시작한 예배가 12시 20분에 끝납니다.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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