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로 가는 도중 근처에서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뚝뚝에서 내려 예배당으로 가는 것을 봅니다.
"저 아줌마, 오늘 생일 선물 받으러 온 거에 20밧 건다"
하지만 이건 내기 성립이 안 됩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니.
어쨌든 맞을까요?
이따가 보면 알게 되겠죠.
예배당 입구에서 늘 하던대로 주보를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 가면 청소년 찬양대가 찬양을 인도합니다.
허나 그들만의 무대입니다.
정말 따라 하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한 명도 없으니.
태국어도 모르는 우리가 가끔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하는 정도?
정말 어떤 때는 분위기가 전형적인 충청도 시골 교회 같다고 할까나.
느림, 느림.
오늘은 본 교회 찬양대가 무대에 서는 날인가 봅니다.
죽들 올라 가는데, 평균 연령은 60대 전반 정도?
이것도 내기 걸만 합니다.
연습도 안 한 사람이 찬양단에 선 경우가 있다 없다.
있다에 20밧.
물론 이것도 내기가 아니 됩니다.
아내도 답을 알고 있어서.
젊은 전도사와 조금 더 위의 담임 목사가 평균 나이를 좀 많이 내려 앉힙니다.
지휘자는 있지만 지휘 따로, 노래 따로.
어떤 때는 돌림 노래 같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틀려도 확실하게 틀리니 그게 맞는가 보다 할 정도.
그런 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듯.
이러니 한국에 다녀 간 태국 신자가 한국 찬양대가 제일 부럽다고 하겠죠?
오늘은 부르는 찬송은 다 아는 찬양이네요.
성도여 다 함께.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서.
어둔 밤 쉬 되리니.
오늘 설교는 요나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나하면 고등학교 때 지리 선생님이 성경이 엉터리라고 흉 보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고래는 목구멍이 작아 사람을 삼킬 수 없는데, 어떻게 요나가 고래 뱃속에 들어 갈 수 있었냐고.
주일학교 설교 시간에 듣는 것이 성경 지식의 전부여서 요나하면 고래, 고래하면 요나인 줄만 알았던 몇 몇 교회 다니던 애들은 침묵.
이때 옆에 있던 말 수 적은 친구가 속삭입니다.
성경에 고래라고 나오는 게 아니고 큰 고기라고 나오잖어?
그런가?
그 친구만 성경을 읽었었나 봅니다.
나중에 한참 지나서 성경을 읽어 보니 맞습디다.
고래가 아닌 큰 물고기라는 게.
오늘도 태국어 제목을 보니 요나와 큰 물고기입니다.
고래가 아니고요.
물론 성경이 오늘날 모든 과학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
그때 고래가 아니고 큰 물고기라고 했던 그 친구는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역시 급이 다르죠?
헌금 특송 순서에는 언젠가 아내와 함께 특송했던 미세스 깨가 부릅니다.
세상에.
노래를 못 불러도 어쩜 저렇게 못 부를까.
노래 하는 도중 음이 뒤집어질까 듣는 내가 더 불안합디다.
그래도 애써서 찬양 드리는 마음만은 참 예쁩니다.
사실 하나님이 제일 좋아 하실지도.
드디어 생일 맞은 신자 축하 시간입니다.
역시나.
교회 올 때 보았던 아주머니도 참여를 합니다.
이겼지만 받을 수 없는 20밧.
그나저나 그들이 받는 봉투 속에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지 더욱 더 궁금해 집니다.
마침 내 앞 줄 꼬마가 생일이라고 봉투를 받아 오내요.
해서 양해를 구하고 열어 보는데.
뭐가 들었을까요?
상품권?
돈?
아니었습니다.
그냥 말씀 카드였어요.
그냥 자기 생일에 복 받으려는 마음이 생일 축하 순서가 있는 그 날 예배로 이끌었나 봅니다.
괜히 미안해집니다.
그럭저럭 칠월의 마지막 예배를 마칩니다.
이제 팔월이 시작되는군요.
한국은 삼복 더위라는데, 이곳은 비가 자주 와서 꽤 시원한 날이 이어집니다.
새벽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라면 한국 상황에서는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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