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치앙라이] 태국 사람 한국 사람

정안군 2016. 7. 25. 20:51



 

 

요즘 아내에게 신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것 때문에 내 일정에 많은 차질이 생겼지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만 하던 사람이 운동을 해 날씬해진다면 적극 협조해야죠.

덕분에 보름달 같던 얼굴에 턱선이 새로 생기고, 배둘레햄도 미쉘린 수준에서 이제 봐 줄만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변화는 몸에만 나타난 게 아니라 행동에서도 나타났는데요, 휘두르는 드라이버 거리가 10년 경력의 고수를 따라 잡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정말 깜딱 놀랄 수준이 되었죠.

뭐에 대한 건지 아시나요?

네, 아내가 요즘 정신 없이 빠진 골프 얘깁니다.

레슨을 한 달 받고는 놀랍게 바뀌었다는.

 

골프는 많은 변화를 가져 왔는데요, 일단 그냥 행동만 달라진 게 아니라 사람들 아는 수준도 훨씬 넓어졌어요.

아내는 원래부터 워낙 사교성이 탁월한지라 특이 현상은 아니지만 아무튼 엄청나게 많이 늘었죠.

손 꼽아 볼까요?

공군 연습장 레슨 코치 그리고 관리 아줌마에 새로 등장한 매니져 부부, 매콕으로 가 보면 매콕 매니저 군인 아줌마 두 명에 캐디 다수.

사실 만나는 사람마다 다 친한 사이입니다.

 

집사람이 묻습니다.

"태국 사람들은 나를 왜 이렇게 좋아하지?"

"어, 예뻐서 그려"

 

빈말이 아닌 듯 해요.

나에게는 별로 사람이 안 꼬이는데, 집사람에게는 정말 가는 곳마다 꼬입니다.

이렇 듯 많은 사람이 친한 척을(?) 하니 조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워낙 대단들 하신 한국 사람들이 여기 저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집사람 친구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나 하는 것이죠.

외국에 나오면 황제처럼 대접 받기를 원하는 한국 사람이 여간 많아야죠.

 

사실 그런 일들이 진짜로 가끔씩 생겨서 난처할 때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일 난처한 경우가 돈이 딸렸을 때죠.

 

미국에 놀러 가 보니 모든 게 팁이라서 그게 꽤 부담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거기에 대놓고 불만을 토하는 한국인은 없을 텐데요.

이런 것을 태국에 와서 지내는 분들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태국에는 사실 팁 문화는 없지만 미국에서처럼 팁을 주고 지낸다 생각하면 작은 돈에 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국도 그런 경우가 없진 않지만 베트남 같은 나라는 외국인에게 대놓고 하는 바가지가 많이 심하잖아요.

사실 그래봐야 얼마 안 되는 돈입니다.

그런 걸로 기분 상해 지내는 것보다 그 나라의 특수 활동비(?)라고 생각하는 게 몸 건강에 정신 건강에 좋더군요.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이곳에서 삽니다.

세상이란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 그리고 나쁜 사람이 엉켜서 사노라고.

 

오늘도 매콕 골프장에서 재미있게 놀고 집에 오니 대문에 뭔가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뭘까?

가 보니 망고가 든 비닐 봉지였습니다.

 

Mango from my mango tree.

Hope you like it.

 

탱크 소리 나는 벤츠를 타는 앞집에서 보낸 선물입니다.

자기 집 마당에서 딴 망고라는군요.

 

언젠가 집사람이 그 집에 작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례인 듯.

지내다 보니 여기 사람들은 그냥 거져 받는 경우는 없더군요.

 

사실 우리 집 마당에도 망고 나무가 두 그루나 있습니다.

올해도 꽤 망고가 열었고요.

그런데 그 망고가 그냥 먹어지는 게 아니더군요.

이것도 잘 관리를 안 하면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이게 좀 이상한데요.

일단 망고는 제법 커질 때까지는 괜찮습니다.

이 때 사과나 배처럼 봉지를 싸주어야 합니다.

안 싸주면 벌이라고 들었는데, 뭔지 아무튼 벌레가 망고 표면에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알을 깐다고 그러죠?

그러면 그 상처에서 진물이 나고 썩어 들어가 망고를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리더군요.

 

우리 집 망고도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싸주라고 했는데 싸줄만한 종이가 없어 그냥 두었더니 바로 벌레가 구멍을 뚫어 못 먹게 만들어 버립디다.

지금도 각 각 망고나무에 망고가 몇 개씩 달려 있는데 모두 버려서 그냥 익으면 떨어져 썩게 둡니다.

 

앞 집은 벌써 봉지를 씌워 망고가 깨끗하게 잘 익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개가 우리 집으로 온 것이죠.

먹어 보니 맛이 우리 것보다 훨씬 좋으네요.

아무튼 망고 관리하는 것을 알았으니, 내년에는 우리 것도 좀 관리를 할려고 했는데 이려면 좀 그렇죠?

 

누군가가 믿기 힘든 말을 하더라도 혹시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랍니다.

 

망고에 대한 곳도 그렇고 태국에 대한 여러 가지 말도 그렇고 다들 아리스토 행님이 하신 말씀을 귀 담아 들었으면 좋겠네요.

 

조금 손해 보는 듯 하게 살면 결국 내게 이득으로 오느니.

망고가 증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