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의 야구 경기

두산과 롯데

모처럼 야구장으로 야구 구경을 갔드랬습니다.

두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10월 4일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졌는데, 두산 팬으로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올 해 너무 잘 나간 두산의 선수들을 보고 싶기도 했고.

 

상대는 롯데.

가끔 못된 친구들은 롯데를 X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롯데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성적이나 하는 짓을 보면 X대라고 불러도 괜찮아 보이는데, 차마 그렇게 못하는 것은 내가 한 때 롯데를 좋아했었으니.

결과는 참으로 신나고 재미난 한 판이었습니다.

야구 경기 가운데 최고 장면인 역전 끝내기 안타가 터져 경기가 끝났으니 말이죠.

물론 응원하는 팀이 어디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긴 하겠죠.

나야 두산의 팬이니 당연히 신나는 쪽이었겠죠?

롯데를 응원하는 팬이야 김새는 노릇이었고.

 

경기 시작 전 조금 이른 시간 6시 경에 운동장 안으로 들어 가니 선수들이 한창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흰색 상의가 두산, 검은 색 상의가 롯데입니다.

이미 두산은 우승을, 롯데는 가을 여구에 실패한 터라 관중이 별로 일 줄 알았는데 제법 많습니다.

하긴 이번 경기가 의미가 없진 않았죠.

롯데는 다른 팀에겐 호구 노릇을 했지만 두산은 제법 잡았으니 그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겠고, 두산은 지기를 만만하게 여기는 롯데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필요에 시즌 최다승 기록을 써야 하는 일이 남아 있어서리.

어쨌든 시구자 없이 경기가 시작됩니다.

일회 초 롯데의 선공입니다.

두산 투수는 이현호.

조금 말랑해 보이는 선수죠.

그런데 이게 웬일?

1번과 2번 타자를 가볍게 처리합니다.

그러더니 웬걸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고는 실점.

그래도 1점으로 막습니다.

두산은 1회 말 공격에서 김재환의 스리런 홈런으로 가볍게 경기를 뒤집습니다.

하지만 말랑한 이현호 기여이 일을 냅니다.

밀어내기로 점수를 두 점이나 주고는 교체.

그런데 교체 선수가 두산 환타스틱 4의 한 명인 느림의 마술사였습니다.

롯데 투수 박시영이 홈런을 맞은 이후 깔끔하게 경기를 끌어 간 방면, 두산은 그 후도 영 지지부진한 투수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관중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특정 구단의 야구복으로 통일하고 야구장에 들어 오는 것을 보니 그 모습이 참 예쁘기도 합니다.

유난히 젊은 여성들이 많네요.

그들이 들어 올 때면 특징적인 것이 통닭 튀김입니다.

옆이고 뒤고 모두 통닭 기름 냄새.

아, 먹고 싶다.

    

중간의 두산 응원 타임

스마트 폰의 후래쉬 기능을 살린 응원이 펼쳐집니다.

장관이네요.

 

수는 적지만 열령한 롯데의 응원.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을 부르기에 나도 따라 불렀네요.

모두 좋아했던 노래라서.

우린 1루쪽에 자리가 없어 롯데와 가까운 3루 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롯데 응원단장의 응원 모습이 아주 현란합니다.

그런데 치어리더는 차이가 나는군요.

두산은 네 명이 신나는데, 롯데는 달랑 두 명.

롯데가 좀 짠가요?

야구팀에서 가장 짠 게 롯데라더니.

경기는 9회까지 4 대 4.

연장으로 들어 갑니다.

벌써 밤이 깊었는데.

내일을 아침부터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쯤해서 돌아 갑니다.

우리야 업자니 끝까지 가야지요. ㅎ

연장 10회 초 어찌 어찌 해서 롯데가 한 점을 뽑아 앞서 나가는데.

찬스글 더 살리지 못 해 그냥 한 점으로 그칩니다.

한 점으로 그친 게 아쉬운 공격이었습니다.

이대로 끝나는가?

그런데 왠지 말에 두산이 뭔가 일을 낼 것 같았어요.

정말 그렇게 10회 초를 마치고는 10회 말에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이 올라 왔는데 김재호가 안타로 출루.

그 다음 어찌해서 일 사에 이 삼루.

이 때 타자는 최재훈인데, 롯데가 이기려면 이 최재훈을 삼진 처리했어야 되었어요.

그런데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그 다음은 정진호.

중간에 교체 멤버를 들어 온 선수입니다.

이 정진호가 일을 낼까요?

그러네요.

정진호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됩니다.

빗맞은 타구가 일루수를 넘어 가면서 삼루 주자와 이루 주자가 들어 오니 게임 셋.

경기장 안이 뒤집어 집니다.

와, 대단한 두산의 힘.

그렇게 두산은 오늘 승리함으로써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경기 후 허망한 롯데와 신나는 두산 선수들.

 

그렇게 경기가 끝납니다.

이렇게 끝나고 나면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야구장은 곧 빌 테고 사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 가지요.

하지만 그 당시는 세상이 바뀔 듯한 기쁨이 넘치죠.

그게 야구의 매력인 듯 합니다.

그럭 저럭 올 해 야구 시준도 끝나갑니다.

야구가 끝나면 무슨 재미로 오후를 보내나 벌써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