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아이들이 작년까지 여기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래서 내년 입학 관계 때문에 성적 증명서를 받아서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그게 지난 주 화요일이었습니다.
방콕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 달 말까지 보내 달라고 해서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오늘 연락을 받았는데 아직도 안 되었다고. ㅠㅠ
여기 살면서 혼동되는 것이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받았던 행정 서비스가 유난히 빠른 것이고 다른 나라는 여기처럼 늘 느린 것이 정상인지 아님 이 동네 태국이 유난히 느린 것인지 여부입니다.
남 나라 살이가 그러려니 생각하며 살아도 어떤 때는 느려도 너무 느린 이들의 속도에 속이 터지기도 합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하죠.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행정 서비스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0년 전이네요.
무슨 일이었는지는 잊었는데 호적등본이 필요하다 해서 내가 사는 곳에서 10 km 정도 떨어진 호적지 면사무소에 간 적이 있습니다.
호적계 공무원에게 호적등본을 떼어 달라고 하니 면사무소 아래 대서소에 가서 떼어 달라고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되는가 해서 대서소를 찾아가니 초로의 아저씨가 함께 면사무소에 가자고.
면사무소에서 한참을 손으로 옮겨 적더니 되었다고 가져 가라고 하더군요.
얼마냐고 하니 나에게 얼마나 돈이 있냐고 되 물었습니다.
그때 많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라고 하니 그것만 달라고.
그게 무슨 영문인지 그 때는 잘 이해가 안되었는데, 나중 생각하니 호적계 공무원이 자기가 옮겨 쓰기 싫으니 대서소 아저씨에게 대행을 시킨 것이죠.
그때는 복사기는 없고 전부 손으로 옮겨 적을 때니.
물론 태국 행정관서는 모두 컴퓨터화 되어 있고 우리나라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하드웨어 부분이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가면 40년 전 우리나라 상황과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느림, 느림, 느림 그리고 느림.
태국을 말할 때 시간이 정지된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게 어떤 곳에서는 정확한 듯 합니다.
서류가 늦어지면 얼마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줄 법도 한데 그런 말조차 없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다양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속 터지게 느린 나라,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 가는 나라.
어떤 곳이 더 좋은 곳일까요?
그러던지 말던지 이 곳은 때때로 비도 오고 맑기도 한 그런 날입니다.
습도가 높아 꽤 덥게 느껴지네요.
이곳 특유의 넓은 하늘은 오늘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한 곳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 동시에 다른 곳은 화창.
역시 자연은 인간이 느리게 살던 빠르게 살던 자기 방식대로 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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