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치앙라이] 바나나

정안군 2017. 6. 10. 12:05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싸구려 과일에 되어 별 시세없지만 옛날에는 책에서나 볼 수 있던 귀하신 몸이 바나나죠.

그렇게 귀하시던 몸이 왜 갑자기 싸구려로 가치가 폭락했을까요.

찾아 보니 사정이 이렇군요.

 

대한민국에서 바나나가 “수입금지”품목에서 제외된 건 1991년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체결되고 이와 관련하여 수입 농산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거나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한품목”에서 제외가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바나나다.

이때 파인애플도 함께 수입금지품목에서 제외됐다.

 

제주도에서나 겨우 생산되던 바나나가 수입이 허용되어 대규모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싸구려의 몸이 된 것이네요.

하긴 열대나 아열대 지방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게 바나나이고 그런 이유로 그 나라에서도 값이 싼 것인데, 바나나를 어렵게 만들어 내던 우리나라에도 수입이 자유화되면 흔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

중국 남부나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끝이 안 보이는 바나나 밭을 볼 수 있는데 저렇게 많이 나오니 값이 쌀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Dole이라는 다국적 회사는 특히 전 세계 바나나 값을 떨어 뜨리는데 큰 기여를 하지요.

그래도 멀고 먼 나라에서 수입된 바나나는 덜 익은 것을 수확해서 가져 오니 맛이 좀 떨어집니다.

해서 한 때 동남아 관광에 나섰던 사람들은 현지에서 바나나를 먹어 봤다는게 자랑이곤 했습니다.

그 당시 유명했던 것이 몽키 바나나.

짤막하고 오통통한 모습의 몽키 바나나는 바나나 맛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때도 있었지요.

"너 몽키 바나나 먹어 봤어? 나는 먹어 봤쓰"

그러나 중국 남부 지방, 동남아 여기 저기를 여행하면서 그리고 태국에서 살면서 제일 맜있는 바나나가 몽키 바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나나 종류는 사실 엄청납니다.

직접 날로 먹는 것도 있고 굽거나 튀겨서 먹는 것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먹어 본 바나나 가운데 제일 맛있던 바나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또바 호수 근처에서 사 먹은 바나나였습니다.

색이 황금색이었는데 먹는 순간 이 바나나가 골드 메달이라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사실 한 때, 동남아 여행을 다니면서 바나나는 잘 먹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게 널렸는데 흔하디 흔한 바나나로 배를 채우는 게 너무 아쉬워서리.

 

하지만 요즘은 매일 바나나를 한 두 개씩 먹습니다.

사다 먹는 것은 몽키 바나나가 아니고 손가락처럼 길쭉한 바나나입니다.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좀 비싸지만 맛에서 확실히 차이가 나지요.

물론 살 때는 조금 덜 익은 것을 삽니다.

보통 한 손을 사면 일주일 이상을 먹으니 완숙된 것을 사면 일찍 상해서 버리게 되니까요.

좀 숙성이 되어 바나나 겉이 검정색이 부분 부분 생길 때가 가장 맛이 있습니다.

오래 된 과일 가운데 하나라는 바나나.

늘 먹어 보니 참 좋은 친구입니다.

 

혹 태국에 와서 바나나를 살 기회가 있으면 손가락처럼 길쭉한 바나나를 고르세요.

몽키 바나나는 맛이 그닥입니다.

그 길쭉한 바나나, 가격은 15 ~ 16 개 정도 달린 것이 40에서 50밧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