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납니다.
목적지는 베트남입니다.
호찌민으로 입국하여 달랏에서 출국하는 7박 8일의 여정.
내 또래들은 어릴 적 영화관 ‘뉴우스’에서 보던 ‘월남 소식’을 기억할 겁니다.
월남 소식.
내용이래 봐야 우리 국군 아저씨들이 베트콩을 몇 명 사살하고 몇 명을 포로로 잡았다는 게 그 줄거리였는데, 그게 우리들에게는 즐거운 소식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땅에서 살던 백성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의 순간들이었는지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 알게 됩니다.
미안합니다.
베트남 사람들.
어쨌든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5년 4월.
‘월남 패망’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우리나라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북 베트남 군인이 몰고 들어간 남 베트남 대통령 궁안의 탱크는 이제 그 땅에 전쟁이 그쳤다는 상징이었죠.
그 일이 벌어졌던 도시가 지금의 호찌민.
그 당시 이름은 사이공이었습니다.
월남 패망.
사실 월남이라는 나라, 즉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망한 게 아니라 남 베트남 정부가 북 베트남과 우리가 베트콩이라 부르던 민족 해방 전선(NFL)에게 패망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던 나라가 하나가 되었죠.
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어느 편에 섰느냐에 따라 비극과 희극의 장면이었겠지만, 사실 큰 틀에서 보면 나라가 통일이 되었으니 만세 만세 만만세였어요.
이래 저래 베트남은 세계 역사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식민지 국가가 자기를 식민화했던 프랑스를 물리쳤고, 또 최대 강대국 미국이 참전까지 하여 도왔던 전쟁에서 그들을 물리치는 쾌거를 이루었죠.
대단한 민족, 위대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많은 소설과 영화의 내용을 만들어 낸 베트남 땅.
그 땅, 그것도 한쪽 패망의 현장이었던 호찌민으로 갑니다.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가는 것은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치앙라이에서 호찌민까지는 저가 항공인 비엣젯을 이용합니다.
중간 방콕에서 갈아타야 했고요.
아침 8시 20분 발 비행기라 서둘렀는데, 집에서 나오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혹시?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릴 때가 없습니다.
무려 1시간 반 정도 늦게 출발을 했어요.
해서 혹 방콕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못 타나 했는데 그래도 더 늦진 않아 다행이더군요.
방콕 수안나품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합니다.
태국은 잠시 이별이네요.
짐 검사와 몸수색은 더 엄해졌어요.
온몸 스캔과 허리띠 그리고 신발까지 벗으라 합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홀랑 벗으라고 안 할지 걱정이 됩니다.
방콕 올 때는 늦었지만 호찌민 가는 비행기는 정시 출발이네요.
우리를 데리고 갈 비행기가 게이트에 들어옵니다.
거기서 사람들이 나오고 대신 우리가 들어갑니다.
승객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이네요.
우리나라 여권과 같은 색의 베트남 여권을 처음 봅니다.
이번이 베트남은 세 번째 방문입니다.
두 번은 비행기로, 한 번은 버스로.
방콕에서 대략 1시간 반을 날아 호찌민 떤선녓(Tan Son Nhat)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탄손낫이라 읽을 것 같은데, 왜 떤션녓이 되는지는 잘...
처음 받은 공항의 인상은 꾸지다. ㅠ
입국장에 들어 서니 알 듯 모를 듯 베트남 글자가 보이네요.
또 사람이 가득.
한참을 기다려 내 차례.
인민군 복장의 이민국 직원이 리턴 티켓을 보자네요.
방콕에서 티켓팅 할 때도 보여 주었는데.
이미 사놓았으니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리고는 후줄근한 공항 밖으로 나와 아들과 상봉.
아들은 베트남 항공으로 오늘 이곳에 왔답니다.
택시는 무조건 비나선(VINASUN)이라 했으니, 출구 왼쪽 끝의 택시 정류장에서 비나선을 타고 미리 잡아 놓은 호텔로 갑니다.
와.
교통이 완전 정신이 없네요.
나중에 보니 이 때는 한산한 편이었더군요.
호텔은 시내 중심가.
역시 호텔 가성비는 태국 방콕이 최고.
별 셋 호텔의 방이 영 생각보다 많이 작습니다.
그리고 호텔 디파짓이 무려 백만 동.
동은 베트남 돈 단위입니다.
완 밀리언...
백만 동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0 하나 띠고 2로 나누면 오만 원...
그래도 그렇지 디파짓이 백만이라니.
짐을 풀고 기대하고 기대했던 해물을 먹으러 출동합니다.
미리 구글에서 주소를 적어 두었다가 택시 기사에게 주니 잘 데려다줍니다.
Vinh Khanh라는 골목이 해물 전문 식당이 많은 골목인데, 그 가운데 손님이 가장 많은 Quan Oc Vu라는 곳에 진을 치고 이것저것 시켜 보는데.
와, 미치겠습니다.
시켜서 나오는 모든 음식이 하나 같이 어이 그리 맛있는지.
한 그릇 양이 좀 적어 감질나긴 하지만, 그래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으니.
아무래도 베트남으로 옮겨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세 명이 꽤 많이 먹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삼만 오천 원 정도 나옵니다.
순수한 현지인 대상의 업소라 베트남 전통의 바가지도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잡상인과 헬프 미 꼬마, 할머니 등이 좀 성가시네요.
태국에서는 복권 장사가 끼웃거리기는 하는데 여기는 참 다양하네요.
헬프 미...
먹은 음식 가운데 장원은 새우 꼬치구이일 듯.
맛이 정말 어메이징입니다.
돌아올 때도 택시.
비나선이나 마이린만 타라고 했는데, 길거리 다니는 택시는 다 거기 소속이네요.
물론 조심은 해야 하겠지만 베트남에서 택시 바가지는 이제 거의 사라져 가는 것 아닌가 싶어요.
호텔 근처의 벤탄 시장 근처는 관광객들이 넘쳐 납니다.
시장 근처 보석 가게에서 환전도 하는데, 역시 공항보다 환율이 더 좋더이다.
모처럼 다시 온 베트남, 다 좋은데 교통 사정을 보니 못 살 것 같네요.
오토바이와 차가 엉킨 도로는 정말 요지경입디다.
도로를 어떻게 건너나 했더니 그건 바로 적응은 됩니다.
어메이징 호찌민.
맛에서 그리고 엉망 교통에서.
이제 오늘은 그 여행의 시작입니다.
오늘은 우리 한반도 위의 남과 북이 다시 만나 잘해 보자고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잘 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 되겠죠?
'베트남 2018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랏] 180113-2 길거리 풍경 (0) | 2018.01.14 |
---|---|
[달랏] 180113-1 달랏을 즐겨 봅시다 (0) | 2018.01.14 |
[달랏] 180112 하루 죙일 쫄쫄 굶으며 달랏으로 (0) | 2018.01.12 |
[호찌민] 180111 베트남은 나와 코드가 안 맞나요? (0) | 2018.01.11 |
[호찌민] 180110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0) | 2018.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