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택도 없는 소리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노래를 꽤 잘 불렀어요.
이론은 잼병이었지만 실기로 평가를 하면 최고 점수를 받기까지 했었으니.
그때 불렀던 노래 가운데 이렇게 시작되지요.
하나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4월의 노래입니다.
아직 4월은 아니지만 따뜻한 곳은 이미 백목련이 피기 시작했네요.
자목련보다 일찍 피는 백목련은 처녀일 때가 제일 예쁩니다.
늙어 시들면 볼품 없어지지요.
다른 한쪽에는 벚꽃 봉우리들도 필 준비를 하고 있네요.
희양목은 꽃이 피기 시작했고 철쭉은 아직입니다.
한국의 봄은 참 좋은 계절이었는데, 요즘은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옛날의 명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네요.
오늘도 나쁨 상태는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뿌연 것이 영 그렇습니다.
한국에 온지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오자마자 시작된 미세먼지 공포 속에서 여기저기 인사 다니고 은퇴비자 서류 준비하고 하느냐 정작 미세먼지는 신경 쓸 여지도 없었습니다.
내가 오기 전 치앙라이도 그랬으니 그러니 하고 살았죠.
눈도 뻑뻑하고 목이 아프긴 했어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 나서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목련꽃을 바라다 봅니다.
비록 베르테르의 편지도 없고 다른 읽을 거리가 없어 아무 것도 읽진 않지만 푹해진 날씨로 봄을 느끼기에는 제격입니다.
오늘 읽은 책 내용 가운데 이런 귀절이 있었어요.
기다리면 순서가 온다.
내가 살아보니까 인생엔 ‘내 순서’라는 게 있는 것 같아.
묵묵히 자기 길을 가다보면 언젠간 내 순서가 돌아 오더라!
그럴 거라 수긍을 하면서 나에게 묻습니다.
내 차례는 이미 왔던 것이여 아님 아직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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