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고양이를 한 번도 고양이라 부르지 않으셨다.
'고양이 해 봐'라고 하면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괭이였다.
괭이.
이 괭이 이름은 그 대상이 바뀌어도 그냥 '아나'였다.
아나 이렇게 부르면 그 아나는 늘 야옹 하고 대답을 하곤 했다.
이 아나들에게 좋은 인상이 남지 않은 것은 어쩌다 보는 내 말을 잘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벽이면 꼭 식사 거리를 잡아다 마루에서 먹곤 했기 때문이다.
빠그작 빠그작 소리를 내며 식사 거리로 잡아 온 맹바기(라 쓰고 쥐새끼라 읽는다)를 먹어 치우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한 섬뜩했던 장면이었다.
이 아나의 행사는 그 때 외가가 방앗간을 했으니 이 아나에게 식사 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고 아침마다 늘 벌어지는 일이었다.
고양이가 아니라 괭이의 눈을 가진 꽃이라 이런 이름을 붙었나 보다.
연록색에서 노랑으로 가는 색의 배치가 참 예쁜 꽃이다.
크지 않고 아담한 모습이 나름 귀여운 괭이꽃.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봄날의 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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