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21일 하지)은 세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다.
뭐하면 재미지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꼬?
첫번째는 강릉 거쳐 동해까지 버스로 간 다음 잔차로 강릉으로 그리고 강릉에서 버스로 돌아 오기.
모처럼 바다 구경도 해 보자는 생각에 이걸로 거의 정했는데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후에 비.
핏.
김샛다.
그 담 두번째는 문경까지 버스로 간 다음 잔차로 새재길을 따라 상주까지 간 다음 버스로 돌아 오기.
이건 아침에 느긋하게 행동하다가 버스 시간에 대지 못 해서 패스.
다음에 하지 뭐.
마지막 세번째는 집에서 잔차로 새재길을 따라 연풍까지 간 다음 연풍에서 오천길을 따라 증평까지 그리고 증평에서 버스로 컴백.
그런데 이 코스는 주행해야 할 거리가 거의 100 km 정도라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있자.
그렇다면 장연을 거쳐 솔치재를 넘은 다음 태성에서 오천길로 합류하면 어떨까?
그거 괜찮네.
대략 75 km 정도 되니.
그럼 이걸로 콜.
그래서 시작했다.
야구도 보고 성경도 읽고 아침에 할 것 다 한 다음에 출발했다.
팔봉 유원지.
지금은 몇 봉인지 알 수는 없지만 봉우리를 없애고 물길을 내어 억지 유원지가 되었다.
원래는 석문천이 길게 팔봉을 감싸고 돌면서 달천과 합류하였는데 논을 만드느냐 중간을 끊어 물길을 내고 막고 또 막아 지금까지 그렇게 내려 오고 있는 중.
날이 무척 뜨거운데 캠핑객들이 제법 많았다.
여기서 잠시 휴식.
다음 휴식지는 추점리 미선나무 군락지.
옛 옹달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유샘이라나 뭐라나.
미선나무는 초봄에 꽃이 피는 친구라서 지금은 철이 아니니 그냥 잎만 무성.
장연에서 태성으로 넘어가는 중에 만나는 솔치재.
언젠가 넘을 때는 잔차를 타고 넘은 것 같은데 이번은 그게 너무 힘들었다.
할 수 없이 끌바해서 올랐다.
잔차가 저번은 27단이었고 이번은 11단이라서 그렇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땡볕에 많이 힘들었지만 가끔 중간에 보이는 짬뽕집 안내판을 보며 힘냈다.
넘어가면 짬뽕이 기다린다.
솔치재 정상에서 내려 쏘았다.
역시 잔차는 이게 제 맛.
태성리까지 갈 참이지만 중간에 약수가 있어서 잠시 멈춤.
여전히 물통 몇 개를 가져와 떠가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정자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나를 보고는 참 된 일 하시네란다.
할머니 그 재미에 탑니다 하고 대답해 드렸다.
아무리 된 일이라도 좋아서 하면 된 일이 안 된 일이 된다.
여전히 고색장연한 태성리 버스 정류소.
하루에 몇 대나 지나갈까?
이쯤에서 밥을 먹으려 했는데 식당이 문을 닫아 그냥 패스.
여기서 오천 잔차길과 합류한다.
오천 잔차길을 하늘색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그걸 따라서 가면 된다.
쌍곡 계곡 입구 쯤에 청국장하는 식당이 있었는데 솔치재 넘을 때 본 짬뽕 생각에 그냥 패스했더니 칠성면 소재지 근처까지 와 버렸다.
그 즈음 풍경 좋은 정자가 있어 잠시 휴식.
솔치채에서 만났던 안내판의 주인공 짬뽕 가게는 어디서 지나쳤는지도 모르게 지나쳤다.
다행히 잔차 도로가 칠성면 중심가(?)를 지나가면서 소박한 식당을 만난다.
짬뽕 대신 막국수로.
가격은 8000원인데 꽤 맛이 좋았다.
하긴 잔차 타면 맛 없는 것이 없다.
모처럼 시골 노인네들 대화해서 우리 편을 만났다.
괴산은 모 당이랄 것도 없이 한 줄기 강아지 닮은 당의 텃밧이건만.
기분이 좋아 밥 값이라도 내주고 싶었는데 형편이 그 분들이 나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골프치는 이야기도 하는 걸 듣고 당연히 꼬리를 내렸다.
오천이 다섯개 냇가를 따라서 길이 있어 오천이라고 했다더만 아닌게 아니라 길을 계속 냇가 따라 있었다.
거의 평지.
괴산 읍내가 바라다 보이는 휴식터에서 잠시 휴식.
읍내를 지날 때 다니던 길이 냇가 건너편으로 보였다.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역시 좋으네.
괴산을 지나면 조금씩 오르막이다.
아주 조금씩.
괴산에서 증평 넘어갈 때 중간에 고개가 있어서 그렇다.
고개 이름은 모래재
거기다 바람은 맞바람.
하지만 큰 경사는 아니라 솔치재 오를 때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모래재 정상 조금 못 가서 예쁜 마을이 있었다.
강천 마을이란다.
강천 마을을 지나서 모래재 정상이 나온다.
해발 228 m라.
솔치재에 비하면 양반이다.
하지만 이 모래재를 무시하면 안 된다.
낮아도 분수계이다.
한강 수계와 금강 수계가 나누어진다.
모래재까지 한강 수계를 달렸고 이제는 금강 수계를 달리게 된다.
괴산에서 모래재를 오를 때는 경사가 완만한데 증평 쪽은 경사가 꽤 심했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라이더는 땀 좀 흘리겠지만 나는 그냥 내 달렸다.
어휴 신나라.
그리고 도안 근처 쯤에서 휴식.
증평에서 괴산 나가는 사차선 도로의 다리 밑이다.
더울 때는 역시 다리 밑이 최고.
울릉도 빼고 전국 최고 미니 군인 증평군은 증평읍과 도안면 이렇게 행정 구역이 딱 두 곳이다.
증평 버스 터미널.
서울, 대전, 청주, 충주 그리고 몇 곳이 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산.
청주에서 충주 다니던 버스는 참 많이 없어졌다.
옛날에는 황금 노선이었는데.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생각보다 5 Km 정도 내가 생각했던 주행 거리보다 더 나왔다.
그래서 오늘 탄 거리는 77 Km 정도.
간단히 버스 화물칸에 잔차를 넣고 충주로 돌아 왔다.
고개를 두 개 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거의 평지라서 무난한 라이딩이었다는 게 오늘의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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