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가 있다면 그러고 넉넉한 시간이 있다면(가정이 너무 많다) 이즈미르 근처 그리스 옛 마을을 찾아다녀도 재미있을 듯하다.
이 주변에는 외부로 많이 알려진 시린제 말고도 그런 마을이 꽤 많이 있었다.
우라(Urlar), 체쉬메(Cesme) 그리고 오늘 다녀온 아라차트(Alacati)
거기에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사르픈즉(Sarpincik)이라는 작은 마을 근처에 버려진 마을인 Sazak eski rum koyu라는 곳도 있었다.
사르픈즉을 가려면 해안을 따라 가는데 도중에 해수욕장도 많은 걸 보니 경치도 괜찮을 듯하고.
하지만 여행자가 다 이룰 수는 없지.
아마 가도 별 수 없는 곳일 거야 이렇게 최면을 걸면서 입맛만 다실 수 밖에는.
아무튼 오늘 가 본 아라차트 마을은 기대 이상의 예쁜 그리고 재미있는 마을이었다.
이즈미르에 온 다면 체쉬메와 아라차트를 묶어 둘러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코스가 되겠다.
누가 이즈미르가 볼 것이 없는 동네라고 그랬어?
너네들이 성의가 없고 시간이 없으니 그냥 설렁설렁 지나쳐서 그렇지.
조금 전 마음을 바꾸었다.
트램에서 그리스 사람들을 만난 다음에.
얼마나 떠들던지 이건 무 경우에 예의를 모르는 인간들이 아닌가 싶었다.
아라차트 가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이스틴예(istinye) 몰 근처의 터미널에서 체쉬메 행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리면 된다.
중간이라고 하지만 체쉬메나 아라차트나 버스비가 같으니 같은 동네라고 봐도 되고.
오늘도 일이 한 껀 있기는 했다.
가는 도중 차가 퍼져 조금 기다리다 대체 차량으로 옮겨 가는 수고가 있었지만 날이 선선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오락가락해서 날이 선선해 이동하기는 최고의 날이었다.
퍼진 차량 회사는 Temsa.
처음 보는 상표라 좀 찾아보니 마데인 투르키에.
마음속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은 왜일까?
탈은 좀 있었지만 일단 아라차트에 도착을 했다.
여러 곳에서 내려 주지만 관광객이 아라차트에서 내린다고 하면 내려 주는 곳이 있고 그곳에서 내리면 된다.
그곳(?)은 관광 거리 주변에 있어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잘 정돈된 길 모습이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그 기대감은 기대 이상으로 이어졌다.
중앙 화단에 피어 있던 꽃.
연한 보라색이 아름다움을 듬뿍 담고 있었다.
꽃도 예쁘네.
마을의 상징이라는 풍차.
여기 오는 도중 낮은 산에는 많은 풍력발전기가 있었는데 이 풍차와 묘한 연관이 있어 보였다.
스페인 돈키호테가 생각이 나는 풍차다.
로시란테를 타고 돌진했다는 그 풍차 말이다.
물론 나는 스페인에 가 본 적은 없다.
안으로 들어 갈수록 점점 더 거리가 예뻐졌다.
각종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었어.
내 사랑 부게인빌레아.
태국보다 여기 있는 아이들이 더 예쁘네.
주말이라서 구경 온 사람들로 길거리도 붐볐다.
하지만 쿠사다시와 같은 정도는 아니고 그저 적당한 만큼.
사람이 많으면 좀 격이 떨어지는데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마카롱 풍년.
일곱 색깔 무지개보다 더 많은 색의 마카롱이 진열되어 있었다.
저 친구들은 얼마나 단지 알기에 비록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건 또 어떤 꽃인가?
길거리에 많이 진열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다 쓰는 물건인고?
그리고 신난다는 장날이었다.
구경거리 중에 불구경 다음인 그 장구경을 하게 생겼다.
오늘이 장날이라서 해서 날을 맞춰 왔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풍성해서 신났다.
과일이 얼마나 탱글탱글한지 사진에 담으려 했더니 주인이 자기를 찍으란다.
이곳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많이 좋아한다.
티베트 사람과 비슷한 뇌 구조를 가진 것 같다.
입구는 과일과 채소.
햇살을 듬북 받고 자란 것들이라서 얼마나 싱싱한지.
이 동네 살면서 저런 채소와 과일을 먹고살면 저절로 건강해지겠다.
복숭아, 살구, 체리, 딸기,
거의 다 킬로에 30리라.
2천 몇 백 원이겠네.
체리도 한 종류가 아닌 가 보다.
주인이 가보라고 이렇게 구별해 놓았다.
고마우이.
이 집은 체리를 진열해 놓은 수준이 석사급 이상이었다.
한 상자에 50리라.
먹지도 않았는데 잔뜩 먹은 것 같아서 살 마음도 안 들었다.
하긴 매일 먹는 것이 체리였으니.
아내도 한 동안 하루에 2 킬로씩 먹더니 요즘은 질렸는지 좀 양이 줄었다.
양이 줄은 것이니 먹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님.
짝퉁 옷가지를 파는 가게를 지나서 다시 고즈넉한 마을 구경.
이 동네 살던 그리스 사람들은 마을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살았나 싶다.
그런데 트램에서 만난 그 사람들을 보면 영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였는데.
마을만 예쁘게 꾸민 것인가?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구경에 정신없는 우리 일행들.
지금은 점심 먹을 곳을 찾는 중이었다.
한 두 달만 살아 봤음 하던 집.
태국 사람들이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했더니 이곳 사람들도 못지않다.
골목 구경을 하다 보면 이런 동네가 또 있을까 싶었다.
안탈리아 구시가 보다 더 격이 있어 보였다.
하긴 부게인빌레아가 피는 지금이라서 여기가 더 예뻐 보일 수도 있겠다.
점심을 이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결정했는데 아마도 포도주를 주로 취급하는 듯.
쉽게 말해 장소를 잘 못 선택했다는 말이다.
재료를 사러 갔는지 아니면 다른 식당에서 사 왔는지 한참 만에 나온 음식은 맛은 그저 그랬는데.
가격은 투르키에에 와서 먹은 음식 중에서 최고를 경신했다.
예쁜 여자와 예쁜 도시는 그 값을 한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예쁜 도시는 비싸고 예쁜 여자는 비싸게 군다는 평범한 진리.
관광지니 그러니라 하기는 했지만 괜히 허전한 마음.
바가지를 썼다.
광장에 있는 자미 즉 이슬람 사원이다.
그런데 괜히 이 자미를 보니 슬퍼 보였다.
왜 그런 마음이 들까?
나중에 구글맵에서 확인을 해 보니 처음에는 그리스 정교회 건물로 쓰였다가 그리스 사람들이 추방된 다음 변신을 하셨단다.
그래서 그 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구나.
안에는 성화가 남아 있는데 천으로 가려 놓았다고.
그렇군요.
점심을 먹고 분한 마음을 식히려 들린 카페에서 본 하늘.
음식은 바가지를 푹 썼지만 음료수 값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알았다.
바가지는 음식에 많이 작용을 하고 음료수에는 그다지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걸 좀 유식한 표현으로 하면 작용과 안 작용의 법칙이라 한다.
이 동네 말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저게 무슨 글씨일까?
KREDi
KARTI
우리말로 크레디트 카드가 되시겠다.
가만있자 크레디트 카드가 우리말인가?
아무튼 영어가 객지 나와서 고생이 참 많다.
이 근처에서 내렸고 이 근처에서 다시 버스를 탔다.
주말이라서 사람이 많아 4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지만 날이 선선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토요일은 아라차트에서 장이 서니 구경거리가 배가 된다.
아라차트에 가려면 토요일에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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