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 초대를 받아 갔던 집에서 올리브 나무 쟁반을 만난 아내.
그걸 보자마자 눈에서 빛이 반짝하더니 어디서 샀냐고 물어봅디다.
우라(Urla)라는 곳에서 샀다는 대답을 듣자 그 순간에 아내의 마스트 해브 목록에 들어갔다.
맵에서 우라질인지 우라인지 찾아보니 체쉬메 방향으로 대략 중간쯤에 있는 도시.
체쉬메 갈 때 출발지에서 우라 가는 돌무쉬를 본 것도 같으니 거기 가는 건 문제가 없을 듯하다.
계속 볶이고 사는 것보다 일찍 가서 해결하는 것이 길게 사는 비결이라는 건 그동안 같이 살아 본 사람의 지혜이다.
그래 갑시다.
다른 곳 가자고 할 때는 지인 찬스를 들먹거리더니 거기 가자니까 아무 소리가 없다.
아무튼 트램을 타고 종점에 가서 터미널에 가니 기억에 맞게 우라 가는 돌무쉬가 대기하고 있었다.
타자 마자 바로 출발.
체쉬메 갈 때는 고속도로를 따라갔는데 돌무쉬는 일반 도로를 따라 가는데 그 길이 바닷가라서 경치는 훨씬 좋았다.
다만 에어컨이 없고 차 상태가 불량하여 아주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중간 해수욕장도 있고 포구도 있고 해서 마치 동해안 어디쯤을 달리는 느낌이다.
그냥 눈요기 정도로도 다닐 수 있는 코스였다.
길가에 있는 사람들을 태우고 또 내려 달라고 하는 곳에서 내려 주고 하니 시간은 제법 걸렸다.
그래도 덥지 않은 날씨라서 괜찮았는데 날이 뜨거운 날은 이런 돌무쉬는 절대 사절할 일이다.
시가지가 100여 m쯤 되고 그 가운데 어디쯤에서 올리브 쟁반을 샀다고 들어서 대충 시가지 중간쯤에서 내렸다.
그냥 조그만 소도시인가 했더니 도시가 짜임새도 있고 잘 단장된 것이 느낌이 괜찮았다.
그냥 드는 처음 느낌.
좋네.
별다방은 없는 듯했는데 그 대신 콜롬비아 출신 카페가 있으니 꿩 대신 닭 역할은 하겠다.
일단 찜을 해 두고.
이 가게를 보니 여기인가 싶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있는 것을 보니 올리브 쟁반도 있을 것 같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보물 상자 속에 들어온 느낌.
이것저것 다 있었지만 하필 아내가 찾는 올리브 쟁반만 없었다.
어떡하겠어 더 돌아다녀 봐야지.
시가지가 끝나나 했더니 거기부터는 시장이었다.
이 안에 있을까?
싱싱한 채소도 있고 다양한 음식도 있고 체리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올리브 쟁반은 없었다.
그런데 시장이 끝났나 싶은 곳에서 예쁜 거리가 등장했다.
관광객들도 북적거리는 곳은 아니어도 제법 사람들이 올만한 분위기.
기념품 샵에 예쁜 레스토랑에 카페에 나름 괜찮은 곳이 있었다.
여기 더 좋아지네.
여기는 올리브 쟁반이 있을까?
이 세상에 있는 예쁜 것은 다 있었지만 하필 올리브 쟁반만은 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찾았다.
호두나무와 올리브 나무로 만든 제품들을 취급하는 곳을.
이걸 보자 아내는 급 흥분.
마침 이즈미르에 산다는 교민들을 만났다.
같이 일단은 탐색전.
가격을 알아보고 또 다른 물건이 있나도 보고.
물건이 마음에 든다고 처음에 떡하니 사는 아내가 절대 아니다.
일단은 철수.
다른 곳을 둘러보니 이런 것은 있어도 거기 말고 올리브 쟁반은 없었다.
교민들에게 코낙 시장에서 이런 것을 살 수 있을까 물어보니 그곳에는 없고 다들 여기서 샀다고.
그렇다면 결정.
하지만 일단은 좀 쉬고 합시다.
시내 중심에는 이런 찻집이 있었다.
여기서 낯선 아이란을 먹었는데 이 친구를 위에서는 반가워하지 않아 좀 트러블이 있었다.
그동안 친분이 생긴 아이란만 먹어야 하나 보다.
그런데 다른 걸 주면 그럴 때는 어떡하지?
다시 그 올리브 쟁반을 파는 가게로 간다.
다시 봐도 예쁜 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귀빈을 만난 느낌이었다.
아내는 흥정을 시작하고 나는 그 근처를 돌아보며 건물들을 살펴보는데.
가만히 보니 시큰둥한 내 표정을 물건 사는 데 이용하는 듯하다.
내가 사고 싶은데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둥.
나중에 물어보니 주인 여자가 그랬단다.
자기도 남편과 아들이 그렇다고.
아무튼 만족한 결과에 흐뭇한 아내.
흥정 성공이다.
하긴 이제까지 흥정에 실패한 적이 없는 아내가 이번이라고 실패할 턱이 없다.
일단 짐의 무게는 늘어났다.
주인 남자에게 물어 보니 맞단다.
전에는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다고.
그러면서 번역기를 돌릴 때 알았는데 터키에서 그리스 사람을 Yunan이라고 한다네.
라틴어 계통은 그리스라 부르고 아랍어 계통에서 유나니스탄이라는 말이 왔단다.
나라는 유나니스탄 그리고 그리스 사람은 유난.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마을은 시린제 뿐이 아니었다.
시린제가 너무 상품화가 된 거에 비해 이곳은 아직 그렇게 손이 많이 안 탄 곳 같다.
아무튼 미션은 클리어.
점심은 광장에 있는 로칸타스 레스토랑으로.
특히 밥이 괜찮았다.
다른 곳은 짜고 덜 익고 그랬는데 여기 밥은 덜 짜고 푹 익어서 맛이 괜찮았다는.
여기는 다음에 올 일이야 없겠고 체쉬메 근처에 있는 아라찬트를 가 봐야 되겠다.
거기는 거리가 예쁘다고 소문이 났으니 많이 기대가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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