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스아즉 - 테오스 고대 유적

정안군 2022. 6. 15. 00:10

이즈미르 중심에서 서쪽으로 45 km 정도 떨어진 곳에 세페리히사르(Seferihisar)라는 조용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2009년에 슬로시티로 지정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세페리히사르에서 해안 쪽으로 5 km 떨어진 더 조용했던 어촌 마을이던 스아즉(Sigacik)도 큰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어촌에서 요트나 관광 유람선이 다니는 휴양촌으로 변신을 하게 된 것.

이 스아즉은 테오스(Tros)라는 이오니아 고대 도시 유적을 품고 있다.

이 테오스가 언제 건설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충 우리나라 단국 할아버지와 비슷한 시기인 지금부터 3천여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오스(테오)는 고대 이오니아 연합을 이룬 12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이 근처에는 테오스 외에 Lebedos와 Myonnesos라는 도시가 테오스 아래쪽에 있었고 희미한 유적이 현재 남아 있단다.

하지만 교회 유적이 아니라서 서구 쪽 관광 자원으로는 관심이 없고 그리스와는 관계가 좋지 않아 발굴이나 연구가 되지 않고 거의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서 고대 그리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아무튼 귀인 찬스를 써서 이 테오스 유적과 스아즉을 둘러보게 되었다.

일반 교통편으로 가려면 일단 세페리히사르까지 돌무쉬로 온 다음 다시 스아즉으로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아즉은 몰라도 테오스 유적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니 힘들지 않을까 싶다.

둘러본 결과 해수욕을 위한 것이면 몰라도 일부러 올 정도의 등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이건 내 개인 의견임)

 

아무튼 테오스 고대 도시 유적에 도착을 했고 입장료 15리라를 지불했다.

15리라는 유적이나 박물관 입장료로는 최소 금액으로 이미 국가에서 별 볼 일 없음으로 낙인을 찍은 셈이다.

정말 그런지는 둘러보면 알 일이다.

 

전체적으로 현재 발굴과 복원 중이란다.

가만있자 뭐가 있나 보자.

아크로폴리스가 있고 성벽이 있고 디오니소스 신전이 있고 의회 정도로 번역이 되는 Bouleuterion이 있고 고대 항구 유적이 있군 그래.

우리를 안내한 귀인 의견에 의하면 항구 유적은 제법 걸어야 하는데 유적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란다(교회 흔적이 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

아무튼 우리는 귀한 가이드를 모시게 되었으니 그냥 부담 없이 그분이 가자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입구부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유적이 아니라 이런 거대한 올리브 나무였다.

수 천년은 됨직한.

사실 그렇단다.

단군 할아버지 시대에 여기 살았던 이오니아계 그리스 사람들이 올리브 나무를 심었고 그것(실례 그분)들이 지금까지 살아 계셔서 그 당시를 증언하고 계시는 셈이다.

나무 하나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있어서 돌로 된 유적보다 더 유적다웠다.

이것만으로도 입장료 가치는 넘겠다.

 

성벽 흔적이다.

복원도에 의하면 제법 의젓한 성문도 있어서 아닌 게 아니라 복원이 끝나면 꽤 멋진 곳이 될 듯하다.

그러나 복원 속도를 보면 우리 생애에는 힘들 것 같고 아마도 우리 둥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이 생기면 그때나 될지 않을까?

 

디오니소스 신전 유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리스에서 포도주와 풍요의 신인 디오니소소는 로마에서는 박카스로 변신을 한다.

그 유명한 박카스.

싸구려는 구론산 좀 괜찮은 것은 박카스.

이걸 아는 사람은 연식이 꽤 오래된 사람일 듯.

 

여전히 여기저기에 거대한 올리브 나무가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장원이 계셨으니.

 

바로 이분.

우마이(Umay) 할머니라는 애칭까지 받으신 분.

수령 3천 년이 넘는 분으로 아마도 이 테오스가 세워질 무렵 심은 나무가 아닐까 한단다.

할머니시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올리브를 생산해 내는 그러니까 늙었지만 늙지 않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 같은 분이다.

얼마나 큰고 두터운지 아내가 품에 안아 보는데 멀리서 보니 그저 매미 같다.

아니 이런 분이 계시는데 왜 입장료가 15리라 밖에 안 하는 거야?

 

다시 한번 봐도 엄청나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셨지만 더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 둥이들이 올 때도 살아 계셔야 해요.

산 세월에 비하면 그 기간은 그야말로 찰나일 테니.

 

다음은 원형 극장 유적이다.

몇 년 전에 방문하셨다는 귀인의 말에 의하면 복원이 많이 되었단다.

그때는 언덕에 희미한 흔적만 있었다고.

우리 기준에 너무 천천히 복원이 되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이렇게 되긴 한다.

여기서 연극 공연이 있었을 것이다.

희극도 하고 비극도 하고.

특히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연극을 좋아했다 하니.

로마 시대 초기까지 이 도시가 있었다니 그때도 그 후손들이 같은 생활을 즐겼을 테지.

 

옛 극장 터에 서니 사람들의 함성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저 세월이 무상할 뿐이다.

 

곳곳에 있는 뽕나무가 오디를 잔뜩 달고 있었다.

요즘 익어가는 오디는 색깔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연한 치즈색이다.

색이 짙다가 점차 엷어지면 오디가 익은 것이다.

이곳 주변은 오렌지와 귤이 많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룬다 하는데 그때도 다시 한번 오고 싶다만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