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슬로시티 - 스아즉

정안군 2022. 6. 15. 00:15

유적보다는 올리브 나무가 인상에 남을 테오스 탐방을 마치고 작은 항구 도시 스아즉(Sigacik)에 도착을 한다.

중간에 작은 언덕을 넘는데 해안 쪽으로는 예쁜 해수욕장을 낀 리조트 마을이 있었다.

주로 영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란다.

날씨 더럽고 물가가 어마 무시하게 비싼 지네 나라를 떠나서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잠깐 본 바다 색깔이 예술이었다.

 

귀인이 추천한 레스토랑으로 향하는데 바닷가이니 당연히 물고기 전문점이 되겠다.

 

부르치(Burc)라는 레스토랑.

아라치 마루치가 생각나는 이름일쎄 그려.

1967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곳.

커다란 입간판이 코발트블루라서 더 마음에 들었는데.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면 1957년부터 1967년까지는 YILLARY BURC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던 모양이다.

창씨는 아니고 개명을 한 듯하다.

하긴 뭐를 하든 우리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레스토랑 끝은 바로 항구이었다.

바닷물은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고기들은 왔다 갔다.

아직 코로나 영향을 벗어나질 못한 듯하다는 귀인 말씀.

물론 주말에는 엄청나겠지만 평일인 오늘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이곳도 꽤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체쉬메나 아라차트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모양.

 

여기는 이렇게 고기 잡는 배들이 모여 있는데 왼편은 요트 정박장이고 오른편은 관광 유람선이 정박하는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여름이면 유람선을 타고 몇몇 포인트에 가서 수영하는 프로그램이 많단다.

아마 태국 크라비의 무슨 섬 투어와 비슷한 모양이다.

그리고 태국 투어처럼 저렴한 가격이 무척 마음에 든단다.

이래저래 투르키에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다.

이런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춘 나라가 이렇게 물가가 싼 곳은 여기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나라 현 대통령인 에르도안의 팬이 되기로 했다.

앞으로 도안이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존경하기로.

비록 이 나라 유식인들은 저주에 가까운 원망을 한다지만 나는 일단 남 나라 사람이고 이렇게 도안이 형님이 경제를 계속 망쳐야 앞으로 계속 여행하기가 좋으니.

그러다 드는 생각.

혹시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도 그 누구를 형님으로 모시며 존경한다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드니 훠이 아서라 말아라.

 

여기는 이렇게 원하는 음식을 담아 와서 먹게 만들었다.

새우 샐러드도 있고 해초 샐러드도 있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먹어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맛은 아니지만 그냥 괜찮았다.

그런데 미리 이런 걸 먹다 보니 시킨 숭어구이는 좀 버거웠다.

 

아내가 미리 알고 한 마리를 반씩 나누어 주문을 했는데 온전히 한 마리씩 시켰더라면 큰 일 날 뻔했다.

이것도 양이 많아 간신히 먹을 수 있었다.

샐러드 네 개와 돔 2마리 그리고 숭어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계산이 거의 1000리라 가까이 나왔다.

이 레스토랑이 원래 좀 비싼 곳이란다.

그러나 아직 현지화되지 않은 우리는 이런 가격에 어떻게 이렇게 먹어 보나 싶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우리가 착석을 하자마자 고양이 세 마리가 와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상 아래 앉아 있었다.

그 애처로운 눈을 보면 뭔가 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분위기인데 주인이 우리가 챙기니 주지 말라고 했다고.

그래서 안 주고 말았는데.

그러다 식사를 마치니 그 중 한 마리가 내 허벅지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팍 찍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살다 살다 이런 고양이는 처음 보았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그러고 가는 걸 보니 이 놈은 확신범이었다.

하긴 고양이도 설마 설마 했는데 하나도 주지 않는 걸 보고는 빈정이 상했던 모양이다.

모두 설마 설마 하기는 마찬가지구만.

 

레스토랑 바로 앞은 1522년에 쌓았다는 성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거의 무너져 흔적만 남은 정도지만.

Sigacik Kalesi라고 부르는 곳이다.

1522년이면 오스만 제국의 강성기인데 누구를 막기 위해 이런 성을 쌓았을까?

 

성과 연결된 마을이 관광화 된 곳이었다.

체쉬메나 아라차트와는 다르게 이곳은 오스만 전통 가옥이 있는 마을이란다.

그리스 마을은 돌로 집을 지어 마을을 이루고 오스만 가옥은 나무로 지어 마을을 구성한다.

여기는 오스만 가옥이라고 하나 재료가 나무가 아니라 돌도 된 집이 많다.

아마도 그리스 주택을 오스만 식으로 변형을 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만 가옥의 특징이 창문을 툭 튀어나오게 만드는 것인데 그 형식은 있으나 거의 속은 석재이었다.

내 생각에는 둘 다 특색이 있으나 그리스 마을의 모습이 더 예쁜 것 같다.

내가 돌을 더 사랑해서 그런가?

 

이 사진은 보너스.

이즈반 역에서 귀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니캅을 입은 처자가 오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어 신나게 피더라.

물론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마치 수녀님이 담배를 꺼내어 피는 모습 같았다.

아무튼 이 나라는 담배를 엄청나게 피운다.

여자 남자 어린애 노인 가리지 않고.

이런 걸 남녀노소라고 하나?

 

오늘의 결론.

스아즉이나 테오스는 승용차가 있는 사람이 그냥 바람 쐬러 가는 곳이다.

관광객이 일부러 시간 내어 갈 만한 곳은 체쉬메나 아라차트 같은 다른 곳이 훨씬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