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요한 교회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 폴리캅 교회로 향했다.
성 폴리캅 교회도 가톨릭 교회인데 밖에서 보는 모습은 그리스 정교회를 닮아 있었다.
인간으로 보면 요한이 더 위 세대이지만 교회로 보면 지은 지는 이쪽이 더 오래된 듯하다.
그리고 사도 요한 교회 정문은 대문이지만 여기는 쪽문 비슷한 소문.
왜 그럴까?
군자는 대로 행이지만 신자는 소로 행이라는 말을 실천하려 했을까?
안에 들어가면 좁은 계단을 통해 반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영 구조가 옹색하다.
처음 나오는 공간인 여기가 예배실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고 바로 옆으로 문을 통해 본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가 본당.
반지하가 주는 느낌이 있는지 많이 어둡고 분위기도 무거웠다.
그리고 사도 요한 교회는 벽이 깨끗했는데 이곳은 여러 성화가 그려져 있었다.
고린도 양식의 기둥은 장엄했지만 글쎄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교회 예배당에 들어온 것보다 우리나라 절 안에 들어온 느낌.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다.
여기는 바닥에 누군가를 모셨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있으면 밟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되나?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폴리캅이 순교하는 모습을 그린 성화.
이 사진을 찍을 때 신자 분에게 제지를 받았다.
글쎄다.
이 사진은 인터넷 상으로 엄청나게 도는 것인데.
성인 폴리캅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이 교회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오래 있기가 힘든 곳이었다.
아무튼 계시록의 서머나 교회에게 하신 말씀.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계 2 : 10)
이를 폴리캅이 몸으로 실천을 하여 생명의 관을 받았다.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 듯 성 폴리캅 교회를 나와 찾은 곳은 산타마리아 교회.
가톨릭 교회이다.
건물 정면 페디먼트가 두드러지는 작고 아담한 교회였다.
페디먼트는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으로 파르테논 신전이 유명하며 유네스크 상징도 여기서 가져왔다.
산타마리아 가톨릭 교회는 프란치스코 사제회에서 1692년에 지었다.
그리고 1889년 화재에 의해 피해를 입었으며 지붕이 1891년 엔지니어 '구스타브 에펠'에 의해 복구되었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물론 구스타브 에펠은 파리에 있는 에펠탑은 만든 사람이다.
그 당시 프랑스는 토목 기술의 최고봉이었고 에펠은 최고의 엔지니어였다.
내부 분위기는 사도 요한 교회와 같은 듯 조금 다르다.
물론 지붕의 철골 구조는 에펠의 작품이라서 말 그대로 철골 구조물이고.
뭐랄까 교회 지붕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름 그대로 정면은 예수가 아니라 마리아가 모셔져 있다.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는 그냥 패스하련다.
수태고지와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께 관을 드리는 벽화가 있다.
에펠이 해서 망정이니 다른 누군가가 했으면 교회 분위기를 망쳤다고 하지 않았을까?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겠지만 교회 지붕 장식으로는 뭔가 거친 느낌이 드는 건 나 혼자의 생각일까?
뒤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다.
요즘 나오는 거창한 것과는 좀 거리가 먼.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들을 수가 없으니 아쉽다.
이걸로 교회 순례 메들리를 마쳤다.
오늘 돌아본 교회 중에 제일 내가 좋았던 곳은 그리스 정교회.
내가 개신교 신자이고 그 정교회가 본래 개신교 예배당으로 지어져서 그럴까?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정원이 예뻐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역시 별다방.
산타마리아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날이 은근히 더워 힘든 날이었는데 이 주스 한 잔으로 모두 날릴 수가 있었다.
대개 성 폴리캅 교회를 서머나 교회 상징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이 이즈미르를 상징으로 삼고 싶다.
여기 이즈미르 스미르나는 어쨌든 폴리캅이 살던 곳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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