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여행 2022

[코마롬] 주일 예배를 드린 동네

정안군 2022. 6. 27. 12:05

헝가리로 올 때 우리가 부다페스트에서 두 주일을 지내니 한 번은 한인교회 그리고 한 번은 국경 마을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어떻겠냐는 아내 친구의 제안이 있었다.

그곳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해 볼만 하니 말을 꺼냈을 거라 생각하고 미리 OK.

지난주는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이번은 국경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들 드릴 순서인데 며칠 전 그곳이 코마롬(Komarom) 임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현지 발음으로는 꼬마롬인 듯하다.

코마롬이든 꼬마롬이든 꼬마가 생각나는 이름인데.

아무튼 2년 전 SK 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공장을 그곳에 세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무려 한국인이 2000명가량 들어가 공사를 맡아했단다.

그래서 그 조그만 국경 마을에 한국 식당도 생기고 한국인 숙소도 생겼는데 이때 교회도 생겨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렸다고.

그러다 공장이 완성이 되니 한국인은 떠나고 교회는 텅 비게 되었는데 다행히 헝가리 할머니 몇 분과 남은 한국인이 계속 교회를 지키고 있으나 담당 목사님이 힘이 빠진 상태이란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가서 격려도 해드리고 함께 예배를 드려 달라는 말도 있었다.

우리가 뭔 큰 힘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조금 이마나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가겠노라 대답을 했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되었다.

 

미리 알려 오고 우리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코마롬은 남역 여기 말로 델리 푸(Deli Pu)에서 죄르(Gyor) 가는 기차를 타면 되고 1시간에 한 대에 대략 1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리고 델리 푸까지는 우리 숙소에서 메트로 2호선을 타면 종점이니 접근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 메트로 타고 가 보자고.

 

델리 푸는 시설이 오래되었는지 여러 가지로 기준 미달이었다.

무엇보다도 계단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런 것 보면 헝가리는 아직 많이 멀었다.

거기에 기차를 기다릴 때 앉아서 대기할 의자도 몇 개 밖에 없고.

그래도 기차 시간은 정확했다.

정시에 정확하게 출발.

 

에게르 갈 때와 비슷한 풍경 속을 1시간 30분 정도 달려 코마롬에 도착을 했다.

앞 정거장에서부터 두나 강이 보이고 그 건너 슬로바키아 땅이 보였다.

아참, 코마롬은 두나 강을 사이로 슬로바키아와 국경이 있는 동네이다.

재미있는 것은 강 건너 도시 이름은 슬로바키아 코마르노(Komarno).

사실 언제 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헝가리 같은 동네였단다.

그러다 전쟁에 지면서 땅이 넘어갈 때 동네가 갈린 경우이다.

 

기차를 내리면 육교를 통해 역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시골이라서 그렇다지만 노약자나 장애인은 어떻게 하라고.

다른 곳에 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육교에서 본 두나.

강 건너가 슬로바키아 그리고 두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

옛날이야 그 가운데가 버젓이 국경이었겠지만 두 나라가 모두 지금은 EU 가입 국가라서 그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언제 그렇게 되나?

 

역 앞에서 우리를 픽업 나올 목사님을 기다리는데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려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이 촌구석에 무슨 일로 왔을까?

물어보니 분명 고등학생이었는데 전자 담배를 천연스럽게 피우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와는 뭔가 기준이 다른 듯.

 

강 건너 땅은 물론 슬로바키아이지만 정확하게는 섬이다.

다시 저 너머에 강이 있고 그 건너가 본토(?)가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강폭이 좁다.

 

625 한강 다리 촬영이 필요할 때 여기 오면 아주 좋을 듯한 다리이다.

예배를 마치고 여유가 있으면 저 다리를 건너서 슬로바키아를 좀 다녀오자고.

체코는 가 본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체코와 이혼한 슬로바키아는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같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면서 억지춘향 격으로 결혼을 했는데 자유화가 되자 두 나라는 싸움도 없이 사이좋게 이혼을 해서 모든 나라들의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이웃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곳이 없듯이 이 두 나라도 지금은 사이가 아주 안 좋단다.

 

코마롬에서 6 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꼬마롬 열방교회라는 예배당이 있었다.

본래 레스토랑이었는데 코로나 시절에 견디지 못하고 문 닫은 것을 여기 담임하는 목사님이 사서 교회로 꾸미셨다고.

자세한 사항은 여기에다 쓸 필요가 없으니 그건 생략한다.

 

레스토랑이 아니라 본래 교회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그런 분위기였는데 주변은 제법 울창한 숲이 있어서 분위기도 일단은 좋았다.

다만 바로 앞이 국도에다가 그 건너가 기찻길이라서 좀 시끄러운 것이 흠이긴 했으니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예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저 앞의 국기들은 어떤 연관이 있어 전시가 되어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각 대륙 대표인가?

이스라엘 미국 한국 국기가 나란히 있는 걸 보면 여기 목사님은 충주 창룡사에 갈 때 본 무슨 부대 전용차 소유자와 비슷한 생각을 지니신 분인 듯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사진 뒷모습이 보이는 분은 슬로바키아 별 셋 공장 협력업체 회사의 책임자라고 했는데 그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가 이곳이라 여기에 오신단다.

걸리는 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그 먼 거리를 혼자서 오셔서 예배드리고 가신다는 모습에 참 감동을 받았다.

 

예배는 헝가리 모녀 할머니 두 분이 계셔서 헝가리어와 우리말 동시통역으로 진행되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예배를 마치고 준비된 한식으로 점심을 잘 먹었다.

알고 보니 이곳 목사님과 사모님은 나와 동기였다.

같은 연도에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그래도 내가 더 대단한 것이 두 분은 서울이 집이라서 무시험으로 중학교를 들어갔지만 나는 시험을 보고 중학교에 들어갔다는 점.

그때 5개 도시인가만 무시험이고 나머지는 시험을 보고 들어간 세대가 바로 우리다.

한 마디로 말하면 촌놈들.

 

친교를 나누고 교회 식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시는 김집사님 차로 두나를 건너 슬로바키아 코마르노로 갔다.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는지는 다음에 정리하기로 합시다.

사진이 많아 한꺼번에 올릴 수가 없어서리.

 

생각 외로 그럴듯하고 좋았던 코마르노 구경을 마치고 다시 강을 건너와 코마롬에서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돌아왔다.

갈 때도 그리고 올 때도 기차는 여유가 있어서 앞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편하게 오고 갈 수가 있었다.

물론 신발을 벗었다.

구둣발에 건너 의자로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인간이 대장이 되었다는 어떤 나라가 있는데 그 인간보다 그걸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대장으로 뽑아 주는 인간들이 더 한심하지 않을까 싶다만.

아마도 그런 나라는 우리 지구 위에 있는 나라가 아니고 어디 딴 세상일 것이다.

설마 지구상에 그런 나라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