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여행 2022

[부다페스트] 오늘은 페스트 지구라네

정안군 2022. 6. 25. 14:24

뭘 보고 그러는지 아내가 오늘 꼭 그랜드 바자(구글에는 그레이트 마켓)에 가고 싶다고.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을 요즘은(?) 믿는 터에 그러자고.

숙소에서 직접 가는 건 없으나 많이 걷는 건 아니니 그 정도는 괜찮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그랜드 바자까지는 좀 걸어야 하는데 그 지역이 CBD(중심가)인 듯 구경거리도 많고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타난 그랜드 바자.

구글에서 미리 보긴 했지만 그 크기가 엄청나다.

헝가리가 지금 나라는 비록 작지만 뭔가 대국 기질이 있나 보다.

모두 엄청 커.

 

안에 들어 서면 뭔가 고풍스럽고 재미있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나 이런 곳 많이 좋아해.

그런데 아내는 더 좋아한다.

1층은 과일과 채소 그리고 육류와 주류 판매점이 대세이고 지하에는 대형 마트 그리고 2층은 기념품 숍들이 들어서 있다.

아내의 목표는 1층도 아니고 지하도 아니고 오로지 2층.

거기 끌려가면 너무 힘든 과정(기다림)이 기다리는 지라 나는 입구에서 대기하기로.

 

자리가 없어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기다리는데 마침 앞에는 과일과 채소 가게이다.

 

살구와 복숭아.

투르키에에서 많이 본 애들이라 특별히 신기할 것은 없는데 가격에 눈이 갔다.

살구가 1 kg에 699 포린트이면 대략 2500원 정도.

호 여기도 싸네.

여기가 유난히 쌌는지 아니면 헝가리가 싼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기가 죽을 정도는 아니다.

 

수입품인 베리 종류는 여기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이런 걸 살 이유는 없고.

체리도 싸고 흔하나 투르키에에서 하루에 2 kg 정도씩 드신 아내는 이제 질렸다고 손도 안 댄다.

체리가 질려서 안 먹을 정도가 되었으니 이번 여행은 그것만 해도 성과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일주도 있고 포도주도 있으나 나와는 인연을 맺기 어려운 아이들.

확실히 투르키에에 비해 술의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헝가리는 파프리카가 대단히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파프리카 상품이 많던데 어디다가 먹는 것인지 우리 아내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이것도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겠다.

 

견과류와 콩도 다양하네.

나는 땅콩이 견과류의 황제라고 생각하는데 땅콩은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한 것만 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 다시 투르키에가 그립다.

손에 두 보따리와 함께 쇼핑을 마친 아내를 다시 만나면서 그랜드 바자의 볼 일이 다 끝났다.

 아 한 가지 돼지고기를 사 온 일이 있었네.

그 돼지고기는 아주 신 김치와 찌개를 끓여 점심 식사 때 잘 먹었다.

아시아 마트에서 파는 종가* 김치 시리즈는 바다 건너오면서 푹 삭아 신 정도가 아니라 쓴 맛까지 나는지라 라면 반찬이나 찌개용이 아니면 먹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냐고 신나는 정안군이다.

 

도중에 만나는 이너 시티의 성 미카엘 천주교회이다.

이 지역을 이너 시티(Inner City)라고 하는 모양.

여기서 저녁 7시에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이런 것으로 구입하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섭외를 하면 싸게 들어갈 수도 있는 모양이나 음악에는 거리가 먼 당신이라 여기에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그랜드 바자를 갔다 오는 것으로 오전 일과는 끝.

 

점심 식사를 마치고 좀 쉬다가 다시 나왔다.

자기가 원하는 곳을 갈 때만 신나는 아내는 그냥 숙소에 두고 나 혼자만 나섰는데 지금 가보자 하는 곳은 아내는 질색하는 곳이라 이게 서로에게 편한 일이다.

 

일단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 공원(City Park)이다.

널찍한 공간에 수목이 울창해 이곳저곳에 청춘들이 둘러앉아 노는 모습이 참 많아서 보기가 좋았다.

삶의 여유가 있으면 GNP 수준이 어떻든 좋은 나라이다.

확실히 이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그런 여유가 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버이더후녀드(Vajdahunyad) 성이다.

이름이 나처럼 연식이 오래된 사람은 일만 오천 번은 읽어도 외워지지가 않을 듯하다.

여기는 헝가리에 있는 성들의 특징을 따서 재구성한 성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오래되지 않은 옛 성인 셈이다.

 

가긴 갔어도 막상 보니 사실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워낙 시내에 잘 생긴 건물들이 많은지라 이런 짝퉁이 무슨 대접을 받겠나 싶어서.

 

이게 더 흥미가 있었다.

발표를 앞두고 연습을 하는 모양이더만 솜씨가 꽤 대단했다.

아크로바틱을 보는 듯하고 발레를 하는 것도 같고.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이 나라가 만만하지 않았다.

 

그냥 시큰둥.

입장료 낼 일은 없어서 서운할 것 까지는 없어서 그게 다행.

 

오리배는 아니지만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수도 한 복판에 이런 널찍한 공간이 있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여기는 영웅 광장.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헝가리 대평원을 결국 이 마자르 용사들이 이끄는 집단이 차지하였다.

좋은 땅을 차지하게 해 주어 먹을거리 걱정을 없게 해 준 조상이라면 이런 대접을 해도 괜찮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헝가리를 공식 방문했을 때 이 영웅 광장에 와서 헌화를 하였는데 헝가리 사람들이 이 조상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는 그게 잘 설명을 해 준다.

 

부다페스트 미술관이란다.

예체능에 소질이 별로인지라 입장료 내며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저런 건물은 신고전양식이라고 하던가?

삼각형의 패디먼트는 그리스 건물의 특징인데 저러니 지금은 별 수 없는 그리스가 세계 문명은 자기부터 나왔노라 하며 떠드는지도 모른다.

 

영웅 광장부터 안드라씨 대로가 시작된다.

다시 봐도 부럽다.

차도는 그 폭이 얼마 안 돼도 인도와 자전거 도로는 넉넉하게 만든 여유가.

 

대로를 따라 걷다 보니 우리나라 대사관이 있었다.

혹시 안에 들어가서 책이라도 볼 수 있을까 했더니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안내판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미리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쓰여 있다.

코로나 핑계로 대사관 근무가 더 편해졌겠다.

 

중간에 만난 로터리에 서 있는 네 동상 중 하나.

누구신가 했더니 쇤디 죄르지(Szody Gyorgy)라는 분이시다.

1552년 소수의 병사로 막강 오스만에 맞서서 싸우다 전사한 그러니까 우리나라 계백장군 같은 분이셨다.

 

이분은 Vak Bottyan.

쇤디 죄르지 보다는 후대 사람인데 부다페스트를 오스만에게 해방시킬 때 활약을 한 사람이란다.

 

잘 나가던 나라가 오스만에게 지면서 고난의 행진을 시작한 헝가리.

그래도 그런 모든 역경을 잘 딛고 지금까지 온 것이 그냥 저절로 된 것이 아님을 저 동상이 증언한다.